최태원 회장 "성장 불씨 꺼지고 있다…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2026.01.18 09:53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성장 둔화를 진단하며 "지금 전환하지 않으면 성장 회복은 훨씬 더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18일 방송된 KBS 시사대담 프로그램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국 경제가 직면한 성장의 한계를 짚고, 제도·정책·산업 전략 전반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국제질서 변화 속 한국의 선택을 제시했다면 올해 대담의 중심 키워드는 '성장'이었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설명하며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간 괴리를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의 성장률은 5년마다 평균 1.2%포인트씩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며 "현재 잠재성장률은 약 1.9% 수준이고, 실질성장률은 이보다 더 낮은 1% 안팎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잠재성장률보다 실질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잠재력은 있었지만, 정책과 행동이 실제 성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사람으로 치면 '왜 건강이 이렇게 나빠졌을까'를 묻는 것과 같은 복합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성장 멈춘 경제는 브레이크 잡힌 자전거…미래 희망 사라진다"
최 회장은 성장의 의미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문제로 정의했다. 그는 "성장이 멈춘 경제는 브레이크가 걸린 자전거와 같아, 다시 출발하려면 훨씬 더 큰 힘이 든다"며 "한국 경제는 이미 성장의 불씨가 약해지고 있는 상태로, 지금 바꾸지 않으면 자본과 인력이 빠져나가는 '리소스 탈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성장은 청년 세대의 미래 인식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장은 청년들에게 '이 나라에서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며 "희망이 줄거나 사라진 사회에서는 청년들의 불만과 이탈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성장 둔화는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한국은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거의 유일한 국가"라며 "성장이 멈추면 분배할 자원이 줄고, 사회 갈등이 확대돼 민주주의 역시 후퇴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성장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기업들이 성장에 집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성장할수록 불리해지는 제도 환경'을 꼽았다.
최 회장은 "기업은 성장하면 혜택이 늘어나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와 의무가 급격히 증가한다"며 "계단식 규제가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장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성장으로 인해 떠안게 되는 규제와 리스크가 더 커지다 보니 기업들이 현상 유지를 선택하게 된다"며 "이 구조에서는 기업의 성장이 국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나빠진 건강 상태'로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건강이 나빠지면 식습관이나 운동 방식을 바꾸듯, 성장 엔진이 꺼져가는 상황에서는 대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은 보호하고 대기업은 억제하는 '사이즈별 규제'에서 벗어나 성장 자체를 지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사회 전반에 성장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보내 민간의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한국과는 다른 길을 걸어 최근 1인당 GDP에서 한국을 앞선 대만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대만은 기업 사이즈별 규제 대신 IT라는 타깃 산업에 집중했고, 국부펀드를 통해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며 결국 TSMC를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이 없으면 대기업은 고착화된다"며 "많은 대기업이 유입되고 경쟁해야 산업과 경제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형벌, 계산 안 되는 리스크…투자 결단 가로막아"
성장 정책과 함께 경제형벌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경제 관련 법안에 형사 처벌 조항이 과도하게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것이 기업 투자에서 '계산이 불가능한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투자를 결정할 때 수익, 시점, 규모 등 모든 요소를 수치로 계산해 리스크를 관리한다"며 "여기에 징역형과 같은 형사 처벌 리스크가 포함되면, 기업이 감당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하고 계산 가능한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계산 가능한 제도 환경이 만들어져야 기업인들이 부담을 덜고 성장 투자를 결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을 위한 현실적인 옵션으로 일본과의 협력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한일 양국이 EU의 솅겐조약처럼 단일 비자 체계만 도입해도 약 3조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한다"며 "양국을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바라보면 제3국 대상 한일 동시 방문 여행상품 등 다양한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전략 3가지…"문명 전환 수준, 국가 전략 핵심"
AI에 대해서는 "AI는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석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수준의 문명적 변화"라며 "국가 전략의 핵심 요소"라고 평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수준의 AI 인프라 구축 △AI 스타트업 시장 조성 △POC(Proof of Concept) 지원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특히 "한국에 만들어서 한국만 쓸 수 있는 인프라로는 한계가 있다"며,"전 세계가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인프라를 목표로 해야 AI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투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벤처 기업과는 구분되는 AI 스타트업 전용 시장 생태계 조성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AI 스타트업은 AI를 전제로 사고하고 조직하는 신인류 같은'AI 제너레이션(Generation)'이 중심이 되는 산업"이라면서 "기존의 벤처 생태계와는 구별이 되는 다른 AI 스타트업 시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국가차원의 AI 인프라를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이디어의 사업성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POC(Proof of Concept) 지원체계를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한민국은 새로운 성장과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그 동안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루어왔지만, 이제는 K-컬처로 대표되는 다양한 문화 자산과 AI 기술, 그리고 소프트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국가 모델과 경제 서사를 만들어 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계 주체들이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미래를 생각해야 할때"라며 "성장을 위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민간의 도전이 필요하고, 정책은 그 리스크가 과도한 부담이나 위기로 전환되지 않도록 뒷받침 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최태원·김희영 허위사실' 유튜버, 징역형 집유
SK 최창원 부회장, 새해 경영 화두로 '차이나' 강조한 까닭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시작…재판부 "최대한 빨리 결론"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