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먹자’ 압박에…美 마트, 진열대부터 바꿨다 [트렌D]
2026.01.17 11:00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미국 식료품 매대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보건 기조인인 ‘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 운동과 체중 감량 주사제 오젬픽의 확산, ‘파이버맥싱(섬유질 극대화)’ 트렌드가 맞물리며 미국 식품 산업이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구조적 변화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AHA 시대가 식료품 매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지방정부와 연방정부가 가공식품 성분을 정조준하고 소비자들의 식습관도 급격히 변하면서 단백질과 전지(全脂) 우유는 다시 각광받고 씨드오일(seed oil)은 외면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민텔의 식품산업 전문가 린 도른블레이저는 “40년간 패키지 식품 산업을 분석해왔지만, 이처럼 동시에 많은 변화가 요구된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 씨드오일 퇴출, 감자칩부터 바뀐다
변화는 스낵 코너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캠벨스, 펩시 등은 기존 씨드오일이나 옥수수유 대신 아보카도유·올리브유를 사용한 감자칩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씨드오일은 카놀라유나 옥수수유, 해바라기유, 면실유, 홍화유, 포도씨유 등 튀김·스낵·패스트푸드·가공식품에 많이 쓰이는 저가 식용유를 뜻한다.
미 보건복지부 장관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카놀라·대두·해바라기유 등을 “가장 해로운 식재료 중 하나”라고 공개 비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씨드오일을 둘러싼 과학적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식품업계는 이미 소비자 눈치를 보고 있다.
인공 색소 퇴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거셔스, 졸리랜처 등 유명 캔디 브랜드들은 인공 염료를 제거하고 비트 주스, 강황, 스피룰리나, 과일·채소 추출물로 색을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몇 년 안에 사탕 포장지 성분표에는 ‘과일·채소 주스’가 흔한 문구가 될 전망이다. 이는 소비자 요구뿐 아니라 주 정부 규제와 트럼프 행정부 기조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한때 미국 식품산업의 상징이었던 고과당 옥수수시럽(HFCS)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식품기업들은 10여 년 전부터 이를 사탕수수당·비트당으로 대체해왔다.
육가공 대기업 타이슨 푸즈는 지난해 냉동 치킨 텐더와 지미딘 소시지·에그·치즈 크루아상 제품까지 레시피를 바꿨다. 코카콜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권유 이후 고과당 옥수수시럽을 쓰지 않은 콜라 버전을 공개했다.
◆ 단백질·섬유질, “뿌릴 수 있으면 다 넣는다”
미국 소비자들은 단백질에 집착하고 있다. 체중 감량 약물 확산으로 단백질 섭취 중요성이 더 커진 탓이다. 시리얼 매대에는 ‘치어리오스 프로틴’, ‘네이처밸리 프로틴 그래놀라’ 같은 제품이 즐비하다. 제너럴 밀스의 북미 부문 책임자 다나 맥냅은 “우리가 모든 곳에 단백질을 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섬유질도 빠르게 뒤를 따른다. 장 건강을 내세운 고섬유질 식품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유제품 코너도 달라졌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요거트·코티지 치즈·버터가 성장세를 이끈다.
시장조사업체 NIQ 집계 결과, 지난해 12월 13일까지 52주간 전지 우유 판매량은 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우유 판매량은 1% 감소했다. 새 연방 식생활 지침이 전지 제품을 지지한 영향도 크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성분 분석 앱 ‘유카(Yuka)’ 같은 모바일 툴도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매장에서 즉석으로 식품 성분을 비교·평가한다. 다만 비용 부담은 변수다. 식품 컨설팅사 JPG리소스의 제프 그로그는 “모든 식품 트렌드와 규제가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며 “육류 중심으로 회귀하는 흐름 속에서 쇠고기 가격은 이미 천정부지”라고 말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 식료품 가격은 2.4% 상승했다. 미국 식품업계는 “이번 변화는 단기 유행이 아니라 식품 산업의 기본 공식이 바뀌는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슈퍼마켓 진열대는 이미 그 신호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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