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양극화 vs 기본소득 사회…K자로 갈라진 경제, 어디로 향하나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2026.01.17 10:23
미국 K자형 경제 본격 진입해
상위 10%가 소비 절반 담당
한국도 자산·지역 양극화 심해
미래경제는 AI·로봇이 주도
일런 머스크 “보편적 고소득”
젠슨 황 “새로운 직업 탄생”
AI발 새로운 일자리 만들고
로봇세 통해 기본소득 구현해야
상위 10%가 소비 절반 담당
한국도 자산·지역 양극화 심해
미래경제는 AI·로봇이 주도
일런 머스크 “보편적 고소득”
젠슨 황 “새로운 직업 탄생”
AI발 새로운 일자리 만들고
로봇세 통해 기본소득 구현해야
K자형 경제란 한 나라의 경제가 알파벳 ‘K’처럼 한쪽은 더 좋아지고, 다른 한쪽은 더 나빠지며 격차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양극화의 심화입니다.
이 용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전혀 다른 경기 회복 경로를 밟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팬데믹 이후 경기 흐름을 두고 V자형(급락 후 반등), U자형(완만한 회복), L자형(장기 침체) 등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했지만, 현실을 가장 정확히 설명한 것은 ‘K자형’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최근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K자형 경제가 미국경제 지속가능성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K자형 경제란 정확히 무엇이며, 앞으로 이 문제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미국은 이미 ‘소비까지 갈라진’ K자형 경제
상위 10% 소득계층이 전체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고, 상위 20%가 소비의 3분의 2를 담당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GDP의 약 70%에 달합니다. 소비가 곧 경제 엔진인 나라에서, 그 엔진이 소수 계층에 의존하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중산층과 서민층의 실질 소비 여력이 이미 물가 상승으로 크게 약화했다는 점입니다. 주거비, 보육비, 의료비 등 필수 지출이 급증하면서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소비’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주거·보육·생활비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진보 성향의 조란 맘다니가 시장에 당선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위 10%의 소비마저 꺾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 경제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우려입니다.
한국은 다르다… 소비는 아니지만 ‘자산·일자리·지역’이 갈라진다
한국의 모습은 미국과는 조금 다릅니다. 소비까지 극단적으로 갈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국가데이터처가 제공하는 소득 10분위별 소비지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2025년 기준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비 비중은 20% 안팎, 상위 20%는 34~35% 수준이었습니다. 상위 10%가 절반의 소비를 차지하는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소비 구조는 상대적으로 완만합니다.
소득 불평등 역시 데이터상으로는 오히려 개선되고 있습니다. 소득 불평등 연구자인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동국대 명예교수)은 “현금 소득뿐 아니라 의료·교육 등 현물 이전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소득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상위 20% 가구의 평균 자산은 17억4590만원으로 하위 20%의 44.9배에 달합니다. 이 격차는 10년 전보다 훨씬 벌어졌습니다. 최근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큰 공감을 얻은 것도, ‘서울 자가’가 단순한 주거를 넘어 계층 이동의 상징적 기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청년들은 상대적 빈곤율은 OECD서 9번째로 낮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만, 삶의 만족도는 OECD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소득은 나쁘지 않은데, 자산격차는 벌어지면서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불안이 삶의 만족도를 갉아먹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형 K자형 경제는 자산뿐만 아니라 일자리, 산업, 지역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청년 고용률은 정체된 반면 고령층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다수 산업은 침체 국면에 있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역시 다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갈래의 K자가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 바로 인공지능(AI)과 로봇입니다. 현재 한국의 K자형 경제 역시 수도권에 있는 일부 반도체 기업과 관련 산업만 빠르게 성장하는 구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정 지역과 특정 섹터에 성장 동력이 집중되면서, 나머지 산업과 지역은 상대적으로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양상이 통계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명의 기업가, 완전히 다른 미래를 말하다
이 지점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기업가의 미래 전망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AI와 로봇이 생산성을 무한히 끌어올리면 상품과 서비스의 한계 비용이 0에 수렴하고, ‘부족이 아닌 풍요가 기본값인 사회’가 가능해진다는 논리입니다. 이른바 디플레이션 사회입니다. 머스크 CEO 논리에 따르면, 자장면 가격이 1만원이 아니라 1000원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머스크는 “돈이라는 것은 그저 자원 배분을 위한 데이터베이스일 뿐,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는 사라질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가 든 사례가 방사선 전문의입니다. AI가 영상 판독을 자동화하면서 방사선 전문의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로봇이 10억 대 보급될 경우, 이를 유지·보수하는 산업이 지구 최대의 산업이 될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머스크와 젠슨 황의 전망은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국이 준비해야 할 미래의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선택은 분명해집니다. 단순히 실업에 대비해 소득 이전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재편된 경제에 올라탈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전략(젠슨 황)과, 장기적으로 탈노동 사회를 감당할 분배 시스템(머스크)을 동시에 준비해야 합니다.
단기·중기: AI로 ‘일자리를 만드는 전략’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라는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분야는 한국에 유리한 영역입니다. 숙련공의 손동작과 판단을 센서와 비전 기술로 수집해 디지털 트윈 형태로 만들고, 이를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야 합니다. 여기에 청년 도제인력 시스템을 결합하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를 통해서 청년들도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를 가지며 피지컬AI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됩니다.
AI 팩토리와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 그 자체로도 대규모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이는 AI가 일자리를 없애기 전에, AI를 만드는 일자리를 먼저 만들어내는 전략입니다.
장기: 기본소득 논의는 피할 수 없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머스크가 말한 방향 역시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AI와 로봇이 결합할수록 인간 노동의 필요성은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기본소득 논의는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 전환의 문제로 떠오르게 됩니다.예컨대 2040년 정부 예산이 1500조원 규모로 확대되고, 인구가 40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이론적으로 1인당 연 3750만원을 배분할 수 있습니다. 국방·연구개발(R&D) 등 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지출을 제외하고 절반만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더라도, 1인당 연 1800만원, 월 15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AI와 로봇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면서 머스크가 예견한 대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사회’가 현실화한다면, 월 150만원 기본소득의 실질 구매력은 현재 기준 월 300만원에 근접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월 209시간 최저임금 노동을 하고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300만원 구매력’을, 미래에는 노동 없이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향후 탈노동 사회에서는 노동을 통한 소득 자체가 줄어드는 만큼, 기존의 근로소득세 중심 조세 구조는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AI·로봇·자본이 창출하는 초과 생산성과 자산에 과세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 불가피해질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생산 체계에 맞는 분배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로봇세와 디지털세를 포함한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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