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일본 노래가 한국 음악 차트에… 왜?
2026.01.17 00:51
뉴진스 하니 ‘푸른 산호초’ 이어
성시경이 소환한 ‘히로인’
“눈[雪]이 예쁘다며 웃는 사람이 너였으면~.”
겨울만 되면 일본에서 역주행하는 ‘국민 겨울 노래’가 올겨울엔 한국에서도 울리고 있다. 새해 첫 주(1월 2~8일) 유튜브 뮤직 국내 주간 인기곡 9위는 일본 밴드 백넘버의 ‘히로인(ヒロイン)’이었다. 2015년 1월 발표된 이 노래는 겨울을 배경으로 한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어우러져 일본의 대표적인 겨울 노래로 꼽힌다.
이 노래가 이번 겨울 한국 음악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흐름의 한복판엔 작년 11월 30일 일본 유명 예능 ‘치도리의 오니렌짱(千鳥の鬼レンチャン)’에 출연한 가수 성시경이 있다. 이 예능에는 유명 노래 10곡의 후렴을 부르는 코너가 있다. 10곡 연속 성공하면 상금 100만엔(약 930만원)을 받는다. 대신 한 ‘음’이라도 벗어나거나 박자를 놓치면 즉시 탈락한다. 가사 하나만 틀려도 도전이 끝난다. 성시경은 9곡 연속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10번째 곡에서 멈췄는데, 이때 9번째 곡이 히로인이었다.
방송 직후 일본 X(옛 트위터)에 성시경 이름이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고, SNS에선 “도대체 이 가수 누구냐” “목소리가 너무 좋아 깜짝 놀랐다”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성시경 특유의 미성과 음색이 원곡 감성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이 많았다.
한국에서도 성시경이 출연한 예능 영상이 유튜브와 쇼츠(짧은 동영상)를 통해 퍼지기 시작해, 모두 적게는 수만 회에서 많게는 수백만 회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 영상 조회 수를 대략 합하면 1200만회를 넘어선다.
백넘버가 부른 히로인은 작년 12월 첫째 주 국내 유튜브 뮤직 주간 인기 순위에 97위로 첫 진입하더니, 한 주 만에 87계단을 뛰어오른 10위가 됐다. 이후에도 차트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발매된 지 10년이 지난 외국 노래가 국내 음원 차트에서 한 자릿수 순위를 차지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 본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주부 김은경(38)씨는 “소셜미디어 여기저기에 ‘히로인’이 넘쳐나 안 볼 수가 없더라”며 “노래가 너무 좋아 백넘버의 다른 노래도 찾아 듣고 있다”고 했다.
히로인은 일본에서도 방송 직후 유튜브 뮤직 일본 주간 인기곡 차트 7위에 오른 뒤, 한 달 이상 상위권 순위를 유지했다. 한·일 양국에서 10년 전 노래가 동시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것이다.
한국 가수가 일본 유명 곡을 불러 한·일 양국에서 모두 인기를 끈 ‘동시 흥행’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문은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22)가 열었다. 2024년 6월 뉴진스 일본 도쿄돔 공연 당시, 하니는 1980년대 일본 국민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青い珊瑚礁)’를 불러 한·일 양국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뉴진스 오지상(아저씨)’이란 40대 이상의 뉴진스 팬덤이 생겨났다. 한국에서도 이 노래가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마쓰다 세이코는 오는 2월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데뷔 46년 만에 첫 내한공연을 연다. 대학생 이진욱(25)씨는 “푸른 산호초를 계기로 J팝의 매력을 알게 됐다”며 “특히 1980년대 시티팝(세련되고 도회적인 분위기의 노래) 감성이 매력적이더라”고 했다. 최근엔 방송인 기안84와 강남이 마쓰바라 미키가 1979년에 발표한 ‘Stay with me’를 불러 한 달도 안 돼 유튜브 조회 수 400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양국에 대한 국민 정서가 우호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과도 맞물린다. 지난 1일 본지와 서울대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일본에 호의적’이란 응답률은 25.4%로 10년 전(13%)의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 가운데 호감도가 올라간 나라는 일본이 유일했다. 일본 내각부가 2024년 10월부터 약 한 달간 조사해 지난해 2월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일 관계가 양호하다’고 평가한 일본인 응답자 역시 51.2%로 2020년 16.6%에 비해 34.6%포인트 상승했다. 당시 교도통신은 “내각부가 우편 방식으로 조사를 시작한 2020년 이후 한일 관계가 양호하다는 응답이 50%를 넘은 것은 처음”이라며 “K팝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비롯한 문화 교류가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트위터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