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일] 경주마의 모든 것 책임지는 감독 | 월간축산
2026.01.15 06:01
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 1월호 기사입니다.
조교사는 경주마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부모 같은 존재다. 경주마가 ‘선수’라면 조교사는 ‘감독’이다. 훈련·출전 일정과 우승 전략, 영양·건강 등 돌봄 전반을 관리한다. 현역 활동 조교사는 89명뿐인 극소수 직업군이다. 최근 부산·경남경마장 5조를 맡은 김혜선 조교사를 만나봤다.
한국마사회 조교사 정보에 의하면 2025년 12월 15일 기준 현역 조교사는 내국인 89명, 외국인 4명 등 모두 93명이다. 서울경마장에 등록된 현역 조교사는 이탈리아·프랑스 국적의 2명을 포함해 전체 45명이고,부산·경남에는 남아공·말레이시아 국적 2명을 포함 30명이 활약하고 있다. 제주 조교사는 18명이다.
은퇴한 조교사도 그리 많지 않다. 국내 제1호 조교사가 1985년 7월 처음 은퇴한 이래 최근까지 40년간 은퇴 조교사 명부에 이름을 올린 이는 140명이다. 통산 전적 20경주 미만 조교사를 제외했다고는 하나 직업군 중에서 조교사는 극소수 집단임을 알 수 있다. 현역과 은퇴 조교사를 다 합쳐도 고작 230여 명에 불과하다.
조교사는 기수 등 통솔하는 고용주
조교사는 마주가 맡긴 말을 관리하는 중간관리자이자 사업자로 경주마의 훈련 계획 수립, 영양·건강 등 사양관리 지휘·감독, 경주 분석과 우승 전략 수립 등 경주마 관리 전반을 책임진다. 아울러 소속 기수, 마필관리사 등을 통솔하는 고용주이기도 하다. 실제로 조교사는 마주와 마필위탁관리계약을 맺고 경주마를 책임·관리하는 개인사업자다. 조교사는 다시 기수와 기승계약을, 마필관리사와 고용계약을 체결해 ‘조’를 완성한다. 프로스포츠 구단 또는 팀 개념으로 이해하면 단장 또는 감독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조교사 한 명당(1조당) 20~45마리 경주마를 관리한다. 관리하는 말 마릿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조별로 10여 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를 편성해 함께 일한다. 우승 상금은 각각의 계약에 따라 마주·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가 정해진 비율로 나눈다.김 조교사는 2025년 11월 25일 조교사로 데뷔해 아직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기수로서 467번이나 우승한 ‘경주로의 여왕’이지만 조교사로서는 ‘초짜’이니 몇 번의 출전으로 우승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연봉을 묻자 김 조교사는 “첫 상금을 받아보지 못해서 얼마가 될지 모르겠네요”라고 답했다.
김 조교사는 5년간 세 번의 도전 끝에 2023년 시험에 합격해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다. 김 조교사처럼 기수나 마필관리사를 거쳐 조교사가 되는 경우가 적잖다. 특히 기수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우승은 커녕 출전조차 쉽지 않기에 은퇴 시점을 판단해 조교사에 도전하는 사례가 많다.
조교사 자격은 응시자격부터 엄격해 면허 취득이 쉽지 않은 편이다. 만 27세부터 62세 미만으로 ‘조교사 면허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한국마사회가 제시하는 기수기승경력, 마필관리경력 등 요건을 갖춰야 응시할 수 있다. 경마법규·마학·마술학·노무관리 등 학과시험도 만만찮다. 면허를 취득해도 빈자리가 없으면 기다려야 한다.
“여성으로서 남성 집단인 기수 생활을 하며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자연스레 조교사 일이 눈에 들어왔죠. 기수와 달리 체력과 힘을 요구하지 않고, 여성으로서 섬세하고 꼼꼼한 점이 강점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오전 4시 30분 기상해 시작하는 바쁜 일과
김 조교사는 특히 아이를 갖고부터는 ‘엄마 조교사’라서 더더욱 말들을 잘 키우고 훈련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말마다 지닌 능력을 잡아내는 눈도 남성보다 나을 것이라고 여겨 조교사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또 본인 스타일의 마방을 한번 운용해 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밝혔다. 김 조교사는 쉴 틈 없는 와중에도 ‘미래에 내게 올 만한 말들’을 보러 제주도와 전북 장수를 자주 오간다고 했다. 사랑하는 말을 더 자세히 보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 기수 때와는 다르게 혼자가 아닌 직원들과 함께 꾸려 가는 그 과정이 즐거울 따름이라고 했다.
부산·경남 5조가 관리하는 경주마는 2025년 12월 현재 26마리다. 말 한 마리 한 마리 잘 알아가는 일이 기본이다. 마주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고, 직원들과의 팀워크도 짜임새 있게 꾸려야 한다. 그래서 초짜 조교사는 선배 조교사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한다.
기수로 일한 17년간 꽤 많은 우승의 맛봤지만 조교사로는 아직 우승이 없다. 조교사 데뷔 한 달이 지나면서 첫 우승에 목마른 상태다. 하지만 김 조교사는 언젠가는 1등을 할 것이라며 꿈을 이루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지도력과 소통력, 강한 정신력 필요한 직업”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고 아직 1승도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여럿이 함께 일구어 1등을 한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상상하곤 합니다. 팀원들과 그 꿈을 계속 꾼다는 게 즐겁기만 합니다.” 김 조교사는 ‘말 일’이 위험한 상황도 많고, 기본이 어그러져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기본에 충실하자’는 사훈을 소개했다. 기초가 단단하고 기본에 충실할 때 비로소 좋은 결과가 온다고도 했다. 아울러 조교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경마장 입사’라고 조언했다.
조교사가 되려면
먼저 조교사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한국마사회법 제14조는 경주마를 관리·조련하려는 사람은 조교사 면허를 한국마사회로부터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교사 면허시험 응시자격은 매년 한국마사회 공고로 조금씩 바뀌지만 기본 구조와 핵심 요건은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2025년 4월 7명 이내 선발 규모로 시행된 조교사 시험의 경우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학과시험·실기시험·면접시험을 진행했다. 당시 공고에 따르면 만 27세 이상 62세 미만으로, ‘조교사 면허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에 한해 한국마사회가 제시하는 기수기승능력 또는 마필관리경력 등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조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경마법규·경마상식·마학(말복지 포함)·마술학 지식이 필요하며 학과시험 전형에서 해당 과목을 평가한다. 조교사는 기수나 마필관리사와 달리 인사·노무 과목이 추가된다. 필기시험에 이어 실기와 면접에 합격해야 면허가 발급된다.기존 면허 소지자에 대해서는 매년 면허 갱신 심사가 이뤄진다. 심사 결과에 따라 면허 갱신 불허, 경고·주의 조치 등이 내려진다.
글 장영내 | 사진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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