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전동화 전환 둔화⋯레거시 車 업계, 딜레마 심화"
2026.01.16 13:51
양진수 현대자동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 상무는 16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 그랜저볼룸에서 열린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신년 세미나에서 올해 자동차 시장의 핵심 이슈로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적 딜레마를 꼽았다.
HMG경영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수요가 일부 시장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시장의 둔화로 글로벌 전체적으로는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전동화 시장 역시 미·중 양대 시장의 성장 동력 약화로 글로벌 전체적으로 성장세 둔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 자동차 산업의 주요 이슈로 저성장 기조 전동화 전환 지체라는 이중고 속에서 업체 간 경쟁 확대로 인한 단기 수익성 방어와 장기 미래 투자에 대한 압박에 따른 '레거시 업체들의 전략적 딜레마 심화'를 꼽았다.
양 실장은 우선 지난해 자동차 시장과 관련해 "지난해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시장에서의 회복세가 둔화됐다"며 "그러나 중국의 '이구환신' 소비 촉진 정책과 인도의 소비 여건 개선으로 글로벌 전체 자동차 시장은 8776만 대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시장 전망은 인도·서유럽 등 일부 지역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시장의 둔화로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며 "연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산업수요는 전년 대비 0.2% 증가에 그친 8793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지역별로는 △미국 1593만 대(전년 대비 -2.3%) △서유럽 1514만 대(+1.5%) △중국 2447만 대(+0.5%) △인도 482만 대(+5.6%) △아세안 319만 대(+3.8%) △국내 164만 대(-0.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 둔화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요 확대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점진적 금리 인하, 자동차 대출이자에 대한 세액 공제로 자동차 할부 부담 완화가 기대된다. 그러나 품목 관세 부과에 따른 차량 가격과 보험료 동반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해 우호적 요인을 상쇄함에 따라 2023년 이후 3년 만에 자동차 시장 규모가 1500만대 수준으로 위축될 것이라 전망했다.
중국은 소비 진작 정책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높은 청년 실업률 등 고용 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둔화, 신에너지차(NEV) 취득세 감면 혜택 축소 등으로 우호적 요인이 상쇄돼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서유럽의 경우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 압박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저가 소형 전기차(BEV) 중심의 판매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견조한 경제 성장세 속에서 상품·서비스세(GST) 세율 인하 효과가 더해져 5% 이상의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세안 시장은 국가별 정치·경제적 불안 요소가 있지만, 중국 업체의 현지 투자 강화에 따른 신차 출시와 공급 확대로 2022년 이후 4년 만에 성장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누적된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국산 중견 3사의 수출 우선 전략에 따른 내수 공급 위축 가능성과 기존 레거시 외산 업체의 판매 둔화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글로벌 전동차(BEV·PHEV) 시장은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미국의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서유럽·인도·아세안 시장의 호조로 전년 대비 24.0% 증가한 2143만 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 큰 폭의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미국과 중국에서의 성장 동력 약화가 전체적인 성장세를 제약함에 따라 전년 대비 10.1% 증가한 2359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전기차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금 혜택을 폐지하고 연비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속도 조절에 들어간 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한 올해 미국의 전동차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0.8% 감소한 153만 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서유럽은 배출가스 규제 강화와 주요 국가들의 구매 보조금과 세제 혜택 지속과 함께 폭스바겐, 르노 등 기존 레거시 완성차 업체와 현지 생산을 본격화하는 중국 업체의 신차 공세가 맞물려 전년 대비 18.5% 증가한 481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전동차 최대 시장인 중국은 정부의 수요 부양책이 지속되겠지만, 기존 고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순수배터리전기차(BEV) 시장 성장세가 크게 둔화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의 높은 성장세를 상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른 올해 중국의 전동차 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9% 증가에 그친 1398만 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양 실장은 올해 자동차 시장의 핵심 이슈로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적 딜레마'를 꼽았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고 전동화 전환의 동력마저 약화되는 이중고 속에서 단기적인 수익성 방어와 장기적인 미래 투자 확대라는 갈림길에 대한 레거시 업체들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적 딜레마를 촉발하는 요인으로는 △수익성 악화 심화 △중국업체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강화 △하이브리드(HEV) 시장 재조명에 따른 경쟁 심화 △로보택시 상업화 가속화 △스마트카 기술 확산 등이 언급됐다.
레거시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중국 업체의 급부상,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SDV)과 전동화 전환을 위한 투자 확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가격 경쟁 과열 등 기존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미국의 관세 부과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비용 확대 등 시장 외부적 요인이 더해진 '구조적 복합 위기'로 발전함에 따라 레거시 업체들의 압박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 내수 시장을 넘어 아세안은 물론, 서유럽과 중남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기존 레거시 업체들의 수익성 방어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대안으로 급부상한 HEV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도 기존 업체들의 수익성 방어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제기됐다. HEV 관련 기술 우위에 있던 일본 업체들은 기존 HEV 기술과 라인업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며, 유럽 업체들 역시 전동화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HEV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전기차 중심이었던 중국 업체들마저 기술 이전 등을 통해 HEV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레거시 업체들은 단기적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는 동시에 미래 시장을 위한 투자 확대의 압박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양 실장은 "미국 빅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로보택시 시장이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업화 국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빅테크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로 로보택시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질 뿐 아니라 기존 차량의 판매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스마트카 기술의 확산 역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양 실장은 "일부 고급 모델에 한해 적용되던 스마트카 기술이 중국 업체들의 주도로 저가 모델까지 확산되고 테슬라의 보급형 모델 출시와 자율주행서비스 확대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차량의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기존 레거시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기술 대응 속도가 생존을 결정하는 새로운 경쟁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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