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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영원한 후자'인 줄 알았는데…SI업체의 반란

2026.01.16 10:22

제조 데이터 기반으로 로봇 자동화 경쟁 치열
피지컬AI 산업 2030년까지 49조원 규모로 성장
포스코 공장에 설치된 로봇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포스코DX 제공

제조·물류·유통 등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피지컬 인공지능(AI)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에 그룹 전산실에서 출발해 ‘보이지 않는 곳’을 지켜온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로봇과 연계해 공정·데이터·운영을 장악하는 구조로 사업을 확대하면서다. 국내 제조업이 축적한 데이터와 현장 특성이 맞물리며 글로벌 피지컬AI의 실증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 피지컬AI 사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포스코DX와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14일 산업용 로봇 제조사 야스카와전기와 함께 전기차 구동모터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는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측은 천안·포항 공장에서 검사·등급 분류·이송 등 반복 공정에 로봇을 단계 도입한 뒤 폴란드·멕시코·인도 등 해외 생산거점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공정 지능화로 생산성·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앞서 7일(현지시간) LG CNS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제조·물류 현장의 이기종 로봇을 단일 플랫폼에서 제어·학습·검증하는 ‘마에스트로’ 전략을 공개했다. 10여 곳 고객사에서 개념검증(PoC)을 진행 중이며, 향후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스마트팩토리·스마트물류 환경에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실증을 확대할 방침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12일 범용 피지컬AI 기반 서비스형 로봇(RaaS) 상용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G1에 자체 AI 플랫폼 ‘아이멤버’를 결합해 유통·제조 등 그룹 계열 현장에 적용한다는 목표다. 현대오토에버 역시 단순 자동화 개발을 넘어 현대차그룹의 피지컬AI 로봇 개발 전반을 지원하며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국내 제조·물류·유통 현장이 글로벌 피지컬AI 테스트베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고령화·인력난·3D 기피·안전 규제 강화가 겹치며 ‘사람이 하던 공정’을 디지털·로봇 기반으로 재편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로봇 자동화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SI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피지컬AI 경쟁은 로봇 하드웨어가 아니라 데이터 관제·공정 이해·학습·연동 등 ‘운영’ 영역에서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SI 기업은 그룹사 제조·물류·IT 시스템을 오래 다루며 현장 데이터 구조와 공정 맥락을 축적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DX(디지털 전환)가 백오피스 중심 효율 개선이었다면 AX(인공지능 전환)는 공장·물류·유통 등 ‘실행 영역’을 다루는 변화”라며 “현장을 누가 운영하고 학습시키느냐가 AI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통해 공장 자동화 OS를 노리고, 엔비디아도 산업용 에이전틱 AI 모델을 내놓고 있다”며 “한국 제조 현장은 글로벌 테스트베드가 될 조건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 ICT R&D 예산을 1조6,700억원 규모로 편성하고 AI·AI반도체·양자·사이버보안과 함께 피지컬AI를 지역 AX 혁신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시장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에 따르면 피지컬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9조원에서 2030년 49조원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40.4%에 달한다.

SI 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전산실에서 출발한 SI가 산업 실행 OS를 둘러싼 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DX 이후 피지컬AI가 제조업 재편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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