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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아내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동작구의회 정회 4분 후 낙짓집서 결제

2026.01.16 09:01

질의 시간대와 결제 시점이 엇비슷한 내역만 3건… 경찰, 뒤늦게 강제수사 착수

경찰이 1월 14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의혹 에 대한 수사가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에서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정치권과 경찰 간 상하 권력 관계를 지적하고 있다. 주간동아는 김 전 원내대표 부인 이모 씨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핵심 단서가 될 구의회 회의록을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과 비교해 분석했다.

이 씨 관련 논란 가운데 가장 먼저 대두된 것은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이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2월 이 씨가 조진희 전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업무추진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의심할 만한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조 전 부의장이 “계산을 다 뽑았더니 사모님이 7월 12일부터 8월 26일까지” 법인카드를 썼다고 언급했다. 2022년 동작구의회 7~8월 업무추진비집행내역에서 조 전 부의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여의도 일대에서만 총 8차례 결제됐고 금액 합계는 200만9500원에 이른다.

거역할 수 없는 ‘의원 패밀리’
조진희 전 동작구의회 부의장 법인카드 결제 내역과 의회 회의록 비교
2022년 9월과 이듬해 9월 자료를 비교해보니 조 전 부의장이 동작구의회 회의에 참석한 동안 그의 법인카드가 결제된 사실이 드러났다(표 참조). 2022년 9월 20일 조 전 부의장의 법인카드는 2차례 사용됐다. 오전 11시 51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인근에 있는 백반집에서 14만 원, 오후 6시 38분 상도동 낙짓집에서 20만7000원이 결제됐다.

같은 날 조 전 부의장은 동작구의회 행정재무위원회에 참석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12시 23분 정회하기 전 조 전 부의장은 동작구 보건의약과장에게 세입세출과 관련해 “지난 연도 수입 531만 원이 있는데 뭔가”라며 질의를 시작해 마쳤다. 법인카드가 결제된 오전 11시 51분 회의석상에 자리했을 개연성이 큰 것이다. 오후 6시 34분 정회 직전에도 조 전 부의장은 당시 부동산정보과장에게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과징금 세입에 관해 물었다. 그리고 회의는 6시 37분에 재개돼 1분 만에 끝났다. 이와 동시에 낙짓집에서 법인카드 결제가 이뤄진 것이다. 당시 노량진역 부근에 있던 동작구의회에서 두 식당은 걸어서 약 13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2023년 9월 5일에도 조 전 부의장이 동작구의회 복지건설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법인카드가 사용됐다. 이날 오후 2시 6분 서울 동작구 대방동 한식집에서 조 전 부의장의 법인카드로 34만 원이 결제됐다. 이날 회의록을 보면 조 전 부의장은 오후 2시 3분 재개된 회의에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상정된 후 바로 의견을 냈다. 회의 시작 시간부터 조 전 부의장이 자리에 있었다는 의미다.

이날 34만 원이 결제된 음식점은 당시 동작구의회에서 1.7㎞ 떨어진 곳으로 차량으로도 8분 이상 걸린다. 반면 김 전 원내대표의 자택에서는 도보로 10분 내외에 갈 수 있다. 해당 음식점은 조 전 부의장의 법인카드 사용 녹취가 나온 2022년 8월 2차례에 걸쳐 15만1000원이 결제된 곳이다. 2023년 7월에도 조 전 부의장의 법인카드로 30만8000원이 결제된 바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인카드 유용과 연이어 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의 상하관계를 잘 보여준다”며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구 의회 의원이 그의 말을 거역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 전 부의장 외에도 현직인 이지희 동작구의회 부의장 역시 김 전 원내대표의 최측근으로, 김 전 원내대표 차남의 숭실대 대학 편입을 도와주고 공천 헌금의 전달 창구 역할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 제명 결정 후 시작된 압수수색
경찰과의 유착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동작서는 2024년 4월 이 씨가 조 전 부의장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신고를 받고 내사에 착수했으나 8월 27일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동작서는 △부의장 외 다른 의원도 의정 활동에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례가 있는 점 △이 씨는 당시 피부과의원 진료를 받은 것이 확인된 점 △오래전 일로 식당 CC(폐쇄회로)TV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설명과 달리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에는 법인카드를 부의장 외 다른 의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 또 김 전 원내대표는 보좌관 등을 통해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무마한 의심도 받고 있다. 당시 보좌진은 식당 측에 CCTV를 보여주지 말 것을 지시했으며, 내사가 진행 중인 5월 동작서 측으로부터 조 전 부의장이 어떻게 진술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담긴 서류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당시 동작서장과 텔레그램으로 수차례 통화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경찰은 법인카드 의혹 사건을 내사 종결한 지 1년 5개월 만에 재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월 14일 김 전 원내대표 자택 등 6곳을 압수수색하고, 김 전 원내대표와 부인 이 씨 등 5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튿날 김 전 원내대표에게 수사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수사팀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1월 12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 최고 수위인 ‘제명’ 결정을 내린 뒤에야 강제수사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늦어도 한참 늦은 수사”라며 “모든 범죄는 발생한 시간과 장소로부터 멀어질수록 해결이 요원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경찰이 수사 정보를 외부에 넘겼다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라면서 “정치권이 경찰 인사권을 좌지우지한다면 이러한 압력이 계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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