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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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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시절의 혼잣말, 60대에 선물로 돌아오다

2026.05.15 14:16

글쓰기로 찾은 인생 2막의 행복, 남편은 든든한 조력자【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예전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절이었다. 30대 시절, 독서회에 잠시 다니며 여러 곳에 응모한 글이 당선되어 기쁨을 만끽하기도 했지만, 그 영광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사업장이 확장되면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불어났고,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려났다.

일상이 바쁘게 흘러가던 그 시기, 나는 무슨 예지력이라도 있었던 건지 남편에게 툭 하고 이런 말을 던진 적이 있다.

"자기야, 나는 예순이 되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글만 쓰고 살 거야."

은퇴 후 취미를 찾다 우연히 발을 들인 글쓰기 교실은 내 인생 2막에 예상치 못한 행복을 안겨다 주었다. 어느 날, 글을 쓰며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보다가 문득 예전의 그 말이 떠올랐다. 혹시 기억하느냐고 남편에게 물었다.

"당연히 기억나지. 그동안 고생했으니 이젠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며 살아."

여태껏 살아오며 내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남편은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내 등을 밀어주었다.

'백 세 시대'가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평균 90세까지 산다 해도 내게는 아직 30년이나 남은 셈이었다. 그 긴 시간을 방황하며 보내고 싶지 않았다. 지금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 다시 대학 문을 두드렸고,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여러 과목을 섭렵하며 내게 꼭 맞는 분야도 찾았고, 공모전에 도전해 보고 싶은 강한 욕심도 생겼다.

나는 이곳저곳 문을 두드리는 도전을 즐긴다. 덕분에 라디오 생방송에도 출연하고 공모전에 당선되는 기쁨도 맛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가만히 있지 않고 두 발과 두 손으로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3월, 평소 알고 지내던 유영숙 기자님으로부터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사연을 보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마침 시기에 맞춰 써둔 원고 두 편이 있었다. 이미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대출받을 게 3천이 넘는데 금 팔지 말라는 남편' 과 '모아둔 금붙이 팔아 남편에게 돈다발 선물한 이유' 이야기들을 라디오 방송용에 맞게 고쳐 보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채택 알림이 없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연달아 도착했다.

"당첨자님, 당첨 번호를 등록하세요."

스미싱인 줄 알고 삭제하려다 한 통이 더 와 있길래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았다. 세상에, <여성시대>에서 온 상품 수령 안내 문자였다. 내 사연이 지난 3월 13일에 방송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선물이 도착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간편식 세트'를 보내준다는 문자 하나인 줄 알았다. 다시 확인하니 상품을 세 가지나 보내준다며 문자가 세 개가 와 있었다. 상품은 '간편식 세트' 외에 '청송 사과'와 '저당 균형 혼합 8곡'이었다. 상품을 세 가지나 보내주다니 감동이 되었다.

"자기야, <여성시대>에 내 글이 채택되었대. 그래서 선물을 세 가지나 보내준대!"
"당신 글이 특별했나 보네. 정말 축하해!"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시 듣기로 남편과 함께 내 사연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하니 지난 번 tvN 라디오 생방송 때보다 더 떨렸다. 나보다 더 좋아하는 남편은 "유명한 방송에서 당신 글이 나오니 내 소원을 이룬 것 같다"라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양희은 선생님과 김일중 아나운서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까지 더해지니, 감성 풍부한 남편은 감동의 눈물을 한 바가지나 쏟아냈다.

▲ MBC라디오 여성시대 당첨 상품 5월12일 청송 사과가 상품으로 배송되었어요.
ⓒ 황윤옥

방송 후 한 달쯤 지나 잡곡 선물이 도착했고, 5월 12일에는 드디어 청송 사과 한 상자가 배달됐다. 요즘 사과 가격이 워낙 비싸 '금사과'라 부르는데, 상자를 열어보니 알이 굵은 부사와 아삭한 시나노골드가 조화롭게 담겨 있었다. 시장 시세로 치면 6만 원은 족히 넘을 법한 품질 좋은 사과였다. 때깔 좋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무니 신선하고 달콤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 MBC라디오 여성시대 상품 라디오 사연 채택 선물로 받은 저당 균형 혼합 8곡 6봉지
ⓒ 황윤옥

'저당 균형 혼합 8곡'은 혼자 먹기엔 너무나 귀하고 많은 양이었다. 나는 가장 먼저 같은 지역에 사는 45년 지기 단짝 친구를 떠올렸다. 고등학생 때 만나 머리카락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지금까지 곁을 지켜준 고마운 친구다. 선물 받은 잡곡 6봉지 중 몇 봉지를 챙겨 친구에게 건넸다.

"이게 그 유명한 <여성시대>에서 받은 선물이야?"

친구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잡곡 사진을 찍어 여고 동창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윤옥이가 글을 써서 받은 귀한 선물"이라며 자랑 섞인 소식을 전하자 단톡방은 순식간에 축하의 메시지로 불이 났다. 글 하나가 나를 넘어 친구들에게까지 행복한 에너지를 전하는 것을 보며 글쓰기를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베스트셀러 <시크릿>에는 간절히 소망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나온다. 일에 치여 살던 30대의 철없던 소망이 헛된 꿈이 아니었음을, 30년이 지난 지금 우주는 사과 향기를 풍기며 내게 응답해 주었다. 이제 나를 지탱하는 힘은 글쓰기에서 나온다. 글을 쓰며 맛보는 이 다채로운 기쁨과 행복 덕분에 정말 '살맛 나는' 요즘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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