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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레닌주의의 패배, 윤 어게인에 대한 경고

2026.05.15 06:40

헝가리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16년 만에 실각했다. 그의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대중의 굴욕감을 토양으로 성장했다.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4월12일(현지 시각), 헝가리 총선이 시행된 가운데 부다페스트의 발나 센터에서 오르반 총리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 PHOTO


한국의 ‘윤 어게인’ 세력은 기뻐할까, 슬퍼할까? 4월12일 시행된 헝가리 총선에서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대패하며 16년에 걸친 장기집권의 막을 내렸다. 전체 의석 199석 가운데 야당인 티서(Tisza)가 141석을 얻어 개헌선(133석)을 넘겼다. 오르반이 소속한 피데스(Fidesz)는 52석에 그쳤다.

윤 어게인 세력은 슬퍼해야 한다. 그들의 영웅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하고 똑똑하다”라며 오르반을 총애했다. 심지어 트럼프는 지난 4월7일, J.D. 밴스 부통령을 헝가리로 급파해 오르반의 유세를 지원하도록 했다. 같은 계열의 ‘스트롱 맨’인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오르반 지지자다.

그러나 동시에,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자’라며 ‘자유 대한’을 입에 달고 사는 윤 어게인 세력에게 기쁜 일일 수도 있다. 오르반은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니다. 헝가리 총리로 집권한 2010년 무렵부터 그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라는 개념을 선전하며 철권통치를 이어왔다.

자유주의: ‘권력자의 자유를 통제’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자유민주주의의 개념부터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과 서유럽 선진국들의 정치 시스템이었던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의 기조는 비교적 명확하다. 한국의 자칭 우파는 이를 흔히 ‘반공주의’나 ‘시장 만능주의’쯤으로 오해하지만, 자유민주주의는 특정 이념이라기보다는 ‘권력을 선출하고 통제하는 규칙의 체계’다.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위태로운 결합이다. 여기서 ‘민주주의’란 모든 시민이 주권자로서, 선거를 통해 통치자를 선출하는 방법으로 국가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가라는 버스의 운전석에 앉을 사람을 다수결로 뽑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운전자’를 잘 뽑았다고 버스가 무조건 안전하게 운행되지는 않는다. 선출된 권력자도 사욕에 찌든 인간이다. 자신의 친구들에게만 유리하게 노선을 정하거나, 싫어하는 승객을 강제 하차시킬 수도 있다. 시민들의 자유를 지키려면 ‘권력자의 자유’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브레이크’, 즉 안전장치가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다.

그래서 자유주의는 개인의 기본권(정치·결사, 언론·표현, 양심·사상, 신체 안전 등의 자유)에 대해, 어떤 통치자(권력)도 침해할 수 없다고 헌법과 법률로 못 박아 둔다(법치주의). 나아가 의회·사법부·선관위·언론 등 ‘통치자로부터 독립적인 견제 기구’들을 배치해서 통치자가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통제한다.

저명한 미국 정치학자 퍼리드 저카리아는 자유민주주의를 “단순히 선거로 정부를 구성하는 것(민주주의)에 그치지 않고, 이 민주적 권력에 헌법과 제도로 ‘한계’를 설정(자유주의)하는 체제”로 규정했다. 다수결로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견제 기구들을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 대다수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극소수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다. 설사 99.9%의 시민이 0.1%의 시민을 노예로 만들자고 투표로 합의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 정부는 그 결정을 집행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와 ‘민주’가 언제나 한 몸처럼 작동하지는 않는다. 이 요소들은 종종 따로 놀고 심지어 충돌하기도 한다. 현실에선 ‘민주주의적이지 않은 자유주의(비민주주의적 자유주의)’나 ‘자유주의적이지 않은 민주주의(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각각 구현될 수 있다.

‘비민주주의적 자유주의’에서는 ‘권력자(국가)가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다’라는 자유의 원칙이 유지된다. 헌법과 법원, 독립적 견제 기구 등이 촘촘한 규칙의 체계로 시민의 기본권을 지킨다. 이로써 시민들은 ‘자유에 대한 방어권’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시민들이 본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 운영의 방향을 결정(민주주의)하는 효능감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시민들의 삶에 중요한 재정·통화·규제·세금 정책의 결정권이 점점 더 ‘자유의 규칙’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선출되지 않은 엘리트 집단(사법기구, 관료, 전문가 등)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세계화 심화로 국가들은 자본 유치를 위해 노동권 약화, 세율 인하 등 천편일률적인 정책을 경쟁적으로 시행했다. 국제화된 각국 엘리트들은 자국 시민들보다 초국가적 규범에 맞춰 국내 제도를 설계한다. 세계화로 부를 축적한 집단이 엘리트들과 담합해 주요 정책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징후도 있다. 시민들은 선거를 통해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을 상실하게 된다.

승객들은 여전히 투표로 버스 운전자를 교체할 수 있지만, 운전자는 한결같이 승객들이 요구하는 노선 변경을 못 들은 척하는 것이다. 시민은 법적으로 자유롭지만 정치적으로 무력하다. 엘리트들은 자신만의 ‘글로벌 스탠더드’나 ‘정치적 올바름’을 도덕적 무기로 휘두르며, 삶 자체가 무너지는 평범한 시민들을 무지하고 뒤처진 존재로 취급해 지독한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3월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청 근처에서 진행된 ‘왕은 필요없다(No Kings)’ 시위. ©UPI


이런 무력감과 굴욕감에서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싹틔웠다. 동·중부 유럽 정치 연구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자크 뤼프니크가 쓴 2018년 논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포퓰리스트는 엘리트를 ‘국민의 적’으로 공격하며 대중의 지지를 모은다. 이렇게 집권한 뒤엔 자신만이 국민의 진정한 대표라고 주장한다. 다수 지지를 얻었으므로 헌법, 사법부와 언론, 독립적 견제 기관을 무력화하고 자신의 의지에 맞춰 바꿀 권한까지 얻었다고 여긴다.’

오르반이 집권한 2010년은 헝가리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극도에 달한 시기였다. 헝가리 지식인들은 공산주의 체제 몰락(1989년) 이후 정치적 자유주의(개인권, 삼권분립, 법치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시장주의)를 한 묶음으로 받아들였다. 시장주의의 과격한 관철에 따른 무분별한 민영화, 경제적 양극화, 부패 등으로 지친 대중은 ‘자유주의’ 전반에 넌더리를 내게 되었다. 오르반은 ‘자유주의 엘리트들이 나라를 망쳤다’라며 다수 지지를 얻어 민주적으로 집권했다. 이후 오르반은 자유민주주의에서, 기본권 보장 및 권력 견제의 원리인 ‘자유’를 떼어낸다. 그 공백을 채운 것은 ‘오르반’이라는 지도자 및 종교·가족·국가 같은 헝가리의 전통적 상징이었다.

공산 체제와 뭐가 다른가



오르반은 1989년 동유럽 혁명기에 이름을 알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헝가리는 소련의 위성국가인 공산당 독재 체제였다. 젊은 반공 단체 피데스의 지도자였던 오르반은 부다페스트 광장에서 ‘소련군 철수와 자유선거 실시’를 요구했다. 그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향한 체제 변혁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10년 총선에서 피데스가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개헌선)을 확보한 뒤 오르반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2012년부터 발효된 ‘오르반 헌법’의 핵심은 단순하다. 권력을 바꾸는 선거(민주주의)는 남겨두되, 권력을 견제하는 제도(자유주의)를 무너뜨렸다.

첫째,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충성파들을 판사로 대거 임명했다. 법관 인사권을 사실상 통제해 판사들을 권력의 개로 만들었다. 둘째, 국회의원 수를 386명에서 절반 수준인 199명으로 줄이는 한편 선거구를 피데스 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손질했다. 셋째, 감사원·선관위·검찰·미디어위원회 등 독립적 견제 기구들의 수장을 친오르반 세력으로 채웠다. 또한 의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견제 기구 수장을 교체할 수 있도록 헌법에 명문화했다. 정권을 빼앗기더라도 국가의 핵심 장치들은 계속 피데스의 손 위에서 놀도록 설계한 것이다. 넷째, 헌법 전문에 ‘헝가리는 기독교 국가’이며 ‘국가의 토대는 전통적 가족’이라고 못 박았다.

이로써 피데스는 장기 집권하며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당=행정부=국가’다. 사법부의 무력화로 삼권분립이 무너졌다. 독립적 견제 기구들은 오르반의 사람으로 채워져 통치자 감시 능력을 상실했다. 헌법에 국가의 이념(기독교)과 기반(전통적 가족)을 명문화한 것은 시민들을 국민과 비국민으로 갈라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 헝가리의 ‘진정한 국민’은 기독교적 전통의 생활양식을 이어가는 이른바 ‘정상 가족’으로 제한되며, 오르반은 이들을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통치자로 상정되었다. 오르반에 대한 견제는 국가 파괴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오르반의 나라’는 역설적으로 과거의 공산 체제를 연상케 한다. 기존 공산주의(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공산당은 ‘노동자의 진정한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설정되었다. 공산당의 ‘진정한 국민’은 노동자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공산당의 적인 부르주아지 세력에게 언제든 넘어갈 수 있다. 공산주의는 일당 독재 체제이므로 ‘당=행정부=국가’다. 당과 정부에 대한 견제는 ‘계급의 적(부르주아지)’과 제국주의의 술책일 뿐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오르반의 헝가리는 과거 공산 체제와 이념도 경제질서도 다르다. 그러나 자신만이 ‘진정한 국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하고, 견제 장치를 적대시하며, 당과 국가를 사실상 일체화한 오르반의 통치 기술은 공산 체제를 연상시킨다. 두 체제는 ‘반(反)자유주의’를 공유한다. 1989년 부다페스트 광장에서 자유를 외치던 청년 오르반이 ‘우파 레닌주의자’로 변모한 것이다.

헝가리를 회원국으로 포함한 유럽연합(EU)에서는 오르반 체제을 두고 거센 비판이 제기되었다. 오르반은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로 맞섰다. 저명한 현대 민주주의 연구자인 마크 플래트너의 2019년 논문에 따르면, 오르반은 루마니아의 한 도시에서 매년 개최되는 ‘여름 자유 대학’ 행사의 2014년 연설에서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오르반은 ‘중국·인도·러시아·터키 등이 자유민주주의가 아닌데도 경제적 성공을 거뒀다’라고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가 반드시 자유주의적일 필요는 없다. 국가는 자유주의적이지 않더라도 민주적일 수 있다. 우리가 헝가리에서 건설하고 있는 새로운 체제는 비자유주의 국가다.”

2010년대 중반, 포퓰리즘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오르반이 대표하는 비자유주의적 통치 방식이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플래트너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포퓰리즘 지도자는 국민 의지의 표현인 선거로 선출되었다며 자신을 정당화한다. 스스로 만든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포퓰리스트가 집권하면 헝가리처럼 법치주의, 사법부와 언론의 독립성, 개인과 소수자의 권리 등이 훼손되는 경향이 있다.”

오르반의 먹잇감, ‘진보적 문화정치’



오르반은 ‘진보적 문화정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을 능수능란하게 선거에 활용했다. 이후 유럽의 다른 나라나 미국의 선거전에서 극우 세력은 오르반의 전략을 복제해 큰 성공을 거뒀다.

2010년대, 서방의 주류 담론에선 다문화주의, 성소수자 권리, 반(反)차별적 언어, 개방적 이민 정책, 유연한 가족 모델(동성 결혼), 정치적 올바름 등 ‘진보적 문화정치’가 급속히 영향력을 강화했다. 교육 및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 엘리트들은 이를 세련되고 도덕적으로 우월한 교양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경제적 불안과 계급적 분노를 차곡차곡 축적 중이던 계층은 ‘진보적 문화정치’를 부당한 ‘도덕적 훈계’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수많은 인터뷰에서 ‘빵과 일자리는 주지 않으면서 정치적 올바름만 강요하는 엘리트들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느낀다’라는 목소리를 읽을 수 있다. 또한 2015년부터 중동 난민들이 유럽으로 이주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주거·교육·치안·복지 부문의 재정 부담과 문화적 긴장이 강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불안감을 더 크게 체감한 사람들은 도시 엘리트가 아니라 주거·일자리 여건이 취약한 계층이었다.

오르반은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자유민주주의 자체는 다문화주의나 동성결혼 같은 쟁점에 하나의 정답을 미리 정해놓는 시스템이 아니다. 이런 이슈를 자유롭고 공개적인 정치 과정에서 정책으로 승화시키는 규칙의 체계에 가깝다. 그러나 오르반은 ‘진보적 문화정치’가 ‘자유주의의 본질’이라고 몰아붙였다. 모멸감에 찌든 대중에게 선거는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 회복의 수단이 되어버린다. 오르반은 ‘진보적 문화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유도하며 선거 승리를 이어간 것이다. 나아가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 모델을 유럽과 미국의 우파에게 ‘수출’하며 동유럽의 변방 독재자에서 ‘반자유주의 국제 연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윤석열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실제로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충성파 인사 배치, 수만 명 규모 공무원들의 성향 분류와 축출, 법무부와 FBI에서 충성파 인사 발탁 및 표적 수사, 비판 언론에 대한 ‘국민의 적’ 낙인찍기 및 소송과 출입 제한 등이 잇따랐다. 직업 관료들에게 국가보다 ‘트럼프에 대한 충성’을 요구한다. 무역 정책(관세)과 대외 군사 행동에서 의회 통제를 우회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독립적 견제 기관의 무력화 및 언론 자유 훼손에서 트럼프와 오르반의 노선은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J.D. 밴스 부통령 역시 패트릭 드닌 등 미국의 반자유주의 커뮤니테리언(공동체주의자)들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인물이다. 그들은 “개인의 자유(동성애, 임신 중단, 정치적 올바름)를 최우선시하는 서구 자유주의가 국가·가족·종교 등 ‘진정한 공동체’를 파괴했다”라며 과거로 복귀하기를 주장한다. 밴스의 오르반 지원 유세도 그의 사상적 경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와 밴스는 이번 헝가리 총선 기간 내내 오르반을 공개 지지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오르반은 총알 한 발 쏘지 않고 서방의 연대 기구인 EU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내부에서 마비시키는 유용한 동맹군이었다. 오르반은 EU의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활용해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번번이 보이콧하고, 러시아 제재에도 구멍을 냈다.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이번 헝가리 총선에서 오르반 대패의 직접적 원인은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보인다. 집권 16년 동안 피데스 주변에 모인 자본가(올리가르히)와의 유착 및 부패 행위도 민심의 이반을 부추겼다. 이에 더해 오르반의 반(反)EU 외교 기조 역시 최근 트럼프의 폭주가 이어지면서 “유럽의 배신자” 피데스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귀결되었다. 그 결과가 이례적으로 높은 80% 투표율과 티서의 압승이다.

오르반의 실각은 미국과 유럽의 반자유주의 진영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패배를 뜻하지는 않는다.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국면은 지속될 것이다. 경제적 불안과 지역 격차, 문화적 모욕감이 누적되면서 서방 자유민주주의는 상당수 시민들에게 ‘민주주의 없는 자유주의’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비옥한 토양이다. 헝가리와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로도 훼손될 수 있는 위태로운 체제다. 한국의 윤 어게인 세력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맹목적으로 찬양하면서도 자신들을 ‘자유민주주의자’로 착각하는 기괴한 풍경 역시, 자유민주주의 위기의 한 단면이다. 플래트너는 이미 2019년에 “우파 세력의 상당 부분이 자유민주주의에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적대적인 경향에 포획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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