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로또
로또
3시간 전
번호 추천
번호 추천
부먹이냐 찍먹이냐, 그건 문제가 아니야 [차형석의 별별인물 탐구생활]

2026.05.15 06:40

신인철씨는 ‘탕수육 덕후’다. 어린 시절의 탕수육 맛을 찾기 위해 20여 년간 국내외 중화요릿집 437군데를 다녔다. 그에게 ‘부먹 찍먹’ 논쟁은 애초 의미 없는 일이다.〈대한민국 탕수육 만유기〉를 쓴 신인철씨(50)는 특별한 엑셀 파일을 갖고 있다. 신씨가 가본 중화요릿집 중에서 ‘탕수육 맛이 인상적이었던’ 곳을 적어둔 리스트다. 지역, 상호, 전화번호, 창업자 이름, 창업 연도와 탕수육 특징 등을 기록하고 별을 매겼다. 탕수육이 먹을 만한 집(★), 탕수육이 훌륭해 멀리라도 찾아갈 만한 집(★★), 그 집 탕수육 맛을 보기 위해 여행 계획을 짤 만한 집(★★★)으로 분류했다. 그는 이 엑셀 파일을 ‘탕슐랭(탕수육+미슐랭) 가이드’라고 부른다. 17개 나라 중화요릿집 437곳이 기록돼 있다. 그는 제대로 된 탕수육을 찾기 위해 20년 동안 만유(漫遊·한가로이 이곳저곳을 두루 다니며 구경하고 놂)했다.

‘탕수육 덕후’ 신인철씨는 17개 나라 중화요릿집 437군데를 찾아다녔다. ©김흥구


신인철씨는 ‘탕수육 덕후’다. 2018년에 ‘한국탕수육협회’를 만들었다. ‘부먹 찍먹 논쟁을 끝내버리겠다’는 취지로 페이스북을 통해 만든 느슨한 모임이다. 그의 지인 등 100여 명이 함께한다. 아무도 하려는 이가 없어서 스스로 회장직을 맡았다. 신씨의 지인·동료들도 그가 주 3회 이상 탕수육을 먹는 ‘탕수육 덕후’라는 걸 안다. 언젠가는 이름만 알고 지내던 회사 내 타 부서의 선배가 ‘저녁에 잠깐 보자’고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이지 싶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한 말은 “신 대리가 탕수육에 조예가 깊다며?”였다. 이후 미식 경험을 좋아하는 그 선배의 추천으로 중화요릿집을 함께 다녔다. 중국 유학 중이던 대학 선배는 ‘중국 지난에 가면 한 요리사가 있는데, 그를 만나면 탕수육에 대한 네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중국인 요리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신씨는 그 중국인 요리사를 만나러 중국으로 날아갔다.

신인철씨의 탕수육 사랑은 1984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씨의 기억에 짜장면은 ‘좋은 날’ 먹는 음식이고, 탕수육은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었다. 예컨대 인천 부평에 사는 작은아버지 집에 놀러 갔던 겨울방학 때처럼. 작은아버지 손에 이끌려 사촌 형제들과 인천 관광을 했고, 한 중화요릿집에 들렀다. 그날 인천에서 먹은 탕수육의 맛은 더욱 특별했다. 고기튀김의 모양이 어땠는지, 소스가 얼마나 투명했는지 “지금도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이 생생하다”.

<대한민국 탕수육 만유기>.


신씨는 대학 시절 과외 알바를 하면서부터 주 3회 이상 탕수육을 먹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뭔가 변했음을 느꼈다. “탕수육, 맛이 없어졌다. 어릴 적 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 왜 그럴까. 그때의 탕수육을 찾아보자 싶었다.”

신씨에게 ‘정통’ 탕수육은 잘 튀긴 돼지고기에 소스를 부어 불 위에서 한 번 더 굴려 얇게 코팅을 해서 내거나, 바삭한 고기튀김 위에 소스를 덮밥처럼 자작하게 얹어서 내는 음식이다. 투명할 정도로 맑은 소스에, 고춧가루를 탄 간장에 찍어 먹을 때 맛이 완성되는 게 제대로 된 탕수육이었다. 그런데 ‘배달 전문’ 중화요릿집이 늘어나면서 소스를 분리했다. 소스를 끼얹을 경우 배달하는 동안 눅눅해지기 쉬우니까 분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분리가 예전 탕수육 맛을 잃게 만든 한 원인이라고 본다. 그는 케첩을 넣어 벌겋거나 굴소스 등을 넣어 시커먼 색이 나는 소스를 곁들인 탕수육, 소스에 통조림 파인애플이나 체리 등을 곁들인 탕수육도 ‘짝퉁 탕수육’으로 여겼다.

‘예전 탕수육의 그 맛’을 찾기 위해 신인철씨는 서울, 평택(송탄), 군산, 대구, 부산, 제주까지 전국의 탕수육 집을 순례했다.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중화요릿집도 찾았다. 한국 화교의 주류가 산둥성 출신이니만큼 중국 산둥성 지난을 갔다. 일본·말레이시아·영국 등의 중화요릿집을 방문했다. 이쯤 되면, ‘탕수육 찾아 삼만 리’다.

그만의 순례 노하우가 있다. 손님이 뜸할 시간대를 골라 탕수육과 면 요리 하나, 볶음밥을 시킨다. 재료 볶는 기술을 가늠하려면 볶음밥이 딱이다. “혼자서 그렇게 시키면 대개 사장이 ‘다 먹을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탕수육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서 조금씩 물어보기 시작하고, 두 번째 가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정통’ 탕수육은 잘 튀긴 돼지고기에 소스를 부어 불 위에서 한 번 더 굴려 얇게 코팅을 한 음식이다. ©신인철 제공


이렇게 중화요릿집을 다니며 맛을 찾다가 신씨는 화교들의 삶을 엿보게 되었다. 박정희 정권 때 화교들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 50평 이상의 점포를 소유하지 못하게 했다. 토지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보증인’ 조건을 달았다. 중화요리로 자리 잡은 화교들은 자식에게 중식도를 물려주려 하지 않았다.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제도적 차별이 심해서 유학을 가거나 아예 타이완으로 이주하기를 권했다. 결국 1세대 다음에는 월급쟁이 주방장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방장이 바뀔 때마다 맛이 돌변했다. 신씨는 화교 차별이 중화요리 맛을 하향평준화시킨 한 원인이라고 본다. 이런 역사적 맥락과 탕수육을 중심으로 한 음식 사회사를 책에 담았다. 탕수육 맛집 리스트를 기대한 지인은 ‘속았다’고 말했다지만, “오랜 중화요릿집의 역사가 이 책으로 복권되었다(박찬일 셰프)”. 화교 전문가 이정희 교수(인천대 중국학술원)는 “개인적 추억에서 출발해 한국 중화요리의 변천을 치밀하게 복원한 작업은 학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보기 드문 성과다”라고 평했다.

책 25권 쓴 ‘직장인 저술가’



신인철씨는 현재 한 대기업의 HR부문장으로 일한다. 기자는 15년 전에 ‘직장인 저술가’인 그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그가 경제 경영 관련 서적 12권을 냈을 때다. 집요한 ‘덕후’였다. MBA 유학이 집안 사정으로 불발된 뒤 그는 필립 코틀러·폴 크루그먼 등 해외 학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공부 리스트’를 요청했다. 놀랍게도 답신이 왔다. 서적을 추천하고 PDF 파일까지 보낸 이도 있었다. 이 자료를 통해 1년6개월 동안 독학했다. 공부 노트를 바탕으로 2004년 첫 책을 썼다.

신인철씨는 지금까지 책 25권을 펴낸 ‘직장인 저술가’다. 2011년 주말 집필 시간에 만난 그의 모습. ©시사IN 포토


현재까지 그가 쓴 책은 25권에 이른다. 경제 경영서에서 급기야 ‘탕수육 책’까지 쓴 비결은 뭐지? ‘사이드 메뉴’ 같은 궁금증이 생겼다. “회사 일 안 하고 책 쓴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업무 시간에는 100% 일만 한다. ‘저녁 6시 칼퇴근’을 위해 새벽 6시에 출근해 일했다. 퇴근 후에는 집에 와서 관심 있는 주제의 글을 읽고 메모한다. 메모를 광적으로 하는 편이다. 그 메모들이 쌓이면 토요일 오전과 일요일 저녁 합해서 열 시간 정도 글을 썼다.” 이번에 낸 책은 20년 넘게 모은 탕수육 메모와 엑셀 파일이 쌓인 결과물이었다.

‘탕수육 찾아 삼만 리’로 신씨가 얻은 결론은 무엇일까. 그에게 ‘부먹 찍먹’은 의미 없는 논쟁이다. 탕수육은 소스를 분리하지 않던 음식이니까. 중화요릿집 437곳을 다닌 이후에 그는 자신이 짝퉁이라고 여겼던 ‘소스 분리 탕수육’에 대해서도 미덕을 찾게 되었다. 직접 식당에 나오기 힘들어 배달로나마 탕수육을 맛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처음 조리했을 때의 맛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하는 요리사들의 배려가 담긴 음식일지도 모른다고.

그보다 중요한 건 ‘탕수육은 같이 어울려 먹는 음식’이라는 점이다. “탕수육 마니아인 나 같은 사람을 빼고 혼자 탕수육을 시키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 보통 여럿이 짜장면, 짬뽕 등을 각자 시키고, 같이 어울려 먹기 위한 음식으로 탕수육을 시킨다. 탕수육은 같이 먹는 음식인데 ‘부먹 찍먹’으로 나뉘어 싸운다? 그건 탕수육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에 부먹이든 찍먹이든 그냥 같이 어울려서 맛있게 먹는 게 좋겠다.” 이게 그가 얻은 탕수육의 교훈이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번호 추천의 다른 소식

로또
로또
20시간 전
번호 추천
번호 추천
20시간 전
“하이닉스에 인수합병, 지금 매수하면 강남 집 한채” DM 보내면 알려준다고?
로또
로또
22시간 전
번호 추천
번호 추천
22시간 전
경기도의회 비례대표 21명…여야 후보 확정, 1번은 누구
로또
로또
22시간 전
번호 추천
번호 추천
22시간 전
나이스파크,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 1위 기념 고객 감사 이벤트 진행
로또
로또
23시간 전
번호 추천
번호 추천
23시간 전
나이스파크,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 1위 기념 고객 감사 이벤트 실시
로또
로또
1일 전
번호 추천
번호 추천
1일 전
구글 'AI 노트북' 나온다…"안드로이드와 완전 통합"
로또
로또
1일 전
번호 추천
번호 추천
1일 전
브라우저 넘어 휴대폰까지…구글, 갤럭시에 제미나이 심는다
로또
로또
1일 전
번호 추천
번호 추천
1일 전
[청년동행 '서울']②30대 사업가 김두형씨 "자신에게 투자는 최고 수익률"
로또
로또
2일 전
번호 추천
번호 추천
2일 전
"말만 하면 장보기·예약 끝"…AI비서 단 안드로이드(종합)[구글 I/O]
로또
로또
2일 전
번호 추천
번호 추천
2일 전
유배된 서포 김만중을 지켜보는 누운 호랑이 [경상도의 숨은 명산 호구산]
로또
로또
2일 전
번호 추천
번호 추천
2일 전
스마트폰서도 'AI심부름꾼' 직접 뛴다…구글, AI 에이전트 이식[모닝폰...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