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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려도 대답 열심히 하는 학생 기억에 남죠"…목소리로 교실 읽는 선생님

2026.05.15 06:10

시각장애인 초임 중등 국어 교사의 일반학교 적응기
"다름 아닌 공존…더불어 살아가는 법 알려주고 싶어"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올해 3월 처음 교단에 선 이채은 교사(26)는 두달여가 지난 요즘도 '선생님' 호칭에 흠칫 놀란다.

인천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이 씨는 수업 시간이면 머릿속에 "내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는 걸까?" "잘 전달되고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초임 교사들의 흔한 고민처럼 보이지만 시각장애인 교사인 이 씨에게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수업의 이정표다. 대답 한마디 한마디가 귀하다.

"수업 중간중간 질문을 던지는데 그럴 때마다 좀 틀리더라도 대답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드립(농담)도 좋으니 대답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빈말일 수 있지만 '선생님 수업 재밌어요'라고 해줄 때…교사 되길 잘했다 싶죠."

이 씨는 교실을 나갈 때면 업무지원인에게 "아이들 잘 들었나요? 표정은 괜찮던가요?"라고 넌지시 물어본다. 오전 8시 30분부터 퇴근 때까지 함께하는 업무지원인은 수업 중 학생들의 반응과 행동을 확인해 알려준다. 학습 자료용 PPT를 만들 때면 뒷좌석 학생이 보기에 글자 크기가 너무 작지 않은지, 가독성이 괜찮은지 조언해 주기도 한다.

생활지도 역시 고민거리다. 이 씨는 며칠 전 수업 시간이 끝나고 뒤늦게 자리를 바꿔 앉은 학생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의 없는 장난이었다는 학생들의 설명에 이 씨도 가벼운 주의로 넘어갔지만 타 학교 시각장애인 교사들의 말을 들어보니 더한 사례도 많았다.

"'안 보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손짓하거나 장난치는 경우가 좀 있다더라고요. 그냥 넘어가자니 더 심해질 수 있으니까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럴 때마다 이 씨는 먼저 교단에 선 시각장애인 선배 교사들에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으며 지혜를 얻는다.

첫 스승의 날을 앞둔 요즘은 그를 자연스럽게 교사의 길로 이끈 어린 시절 선생님들도 자주 떠올린다.

"선생님들이 시간 남으면 저랑 친구들 설명도 더 해주시고, 선생님 댁에 놀러 가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장애인 학생들은 비장애인 학생들에 비해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은 편인데,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임용 고시 중 은사님과 시험 감독으로 약 10년 만에 재회하는 일도 있었다. 이 씨는 시험에 합격한 후 "덕분에 교사의 길을 정하게 됐다. 저도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담아 감사를 전했다.

이 씨는 학생들에게 특별한 존재로 기억되기보다는 서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교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저를 통해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다르다고 특별하게 대하는 게 아니라 그냥 똑같이 대하면 되는구나'를 자연스럽게 배웠으면 좋겠어요. 서로 배려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시야를 넓혀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장애인 교원노조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교단에서 활동 중인 장애인은 총 4545명이다. 이 중 이 씨와 같은 시각장애인 교원은 11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 씨는 임용시험 도전을 앞둔 미래의 후배들에게 "딱 1년만 한다고 생각하고, 때로는 실력이 늘고 있는지 불안하더라도 조금씩이지만 괜찮아지고 있다고 스스로를 믿길 바랍니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아울러 "시각장애인 임용고시생들은 교재를 구하기가 매우 힘든데, 공부를 할 길이 막히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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