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전
“1돈 100만원 턱밑”…한국인 지갑, 반지 대신 ‘골드바’로 갔다
2026.05.15 05:02
순금 1돈 98만6000원…예물보다 투자용 금 찾는 발길 늘어
AI 서버·반도체까지 수요 확대…금, 귀금속 넘어 산업 소재로
“1돈 100만원 턱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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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금 1돈 가격이 100만원에 가까워지면서 귀금속 매장에서는 예물 반지와 함께 투자용 골드바 가격을 묻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뉴스1 |
순금 1돈 가격이 100만원 턱밑까지 오르면서 분위기도 예전과 달라졌다. 돌반지 하나, 예물 반지 하나를 고르는 데도 자연스럽게 가격 계산이 따라붙는다.
14일 한국금거래소 기준 순금 1돈(3.75g) 살 때 가격은 98만6000원이었다. 팔 때 가격도 81만9000원으로 올라섰다. 금값이 다시 100만원 턱밑까지 다가오자, 귀금속 매장 안의 대화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같은 예산 안에서 반지 두께나 디자인을 조정했다면, 최근에는 투자용 골드바나 코인 가격을 함께 묻는 소비자도 늘었다. ‘끼는 금’과 ‘쌓아두는 금’ 사이에서 지갑의 방향이 갈리는 셈이다.
국내 금 투자 열기는 장내 거래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7월 공개한 ‘2025년 상반기 KRX 금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KRX 금시장 거래량은 37.3t으로 집계됐다. 2014년 시장 개설 이후 최대치였다. 투자자별 거래 비중은 개인이 46.9%로 가장 높았다.
금이 축하와 기념의 물건에서, 물가와 환율 변동에 대비하는 실물자산으로 성격을 넓혀가고 있다는 뜻이다.
◆‘끼는 금’보다 ‘쌓는 금’
한국 금 소비의 중심축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골드바·코인 수요는 12.5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0t보다 80% 늘어난 규모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8% 증가했다.
반대로 전통적인 금 소비처였던 장신구 수요는 줄었다. 올해 1분기 한국의 금 장신구 수요는 3.9t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골드바·코인 수요가 장신구 수요의 3배를 넘어선 것이다.
가격이 오르면 장신구 소비는 먼저 움츠러든다. 예물이나 돌반지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예산으로 살 수 있는 금의 중량은 줄어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공비와 디자인 비용이 붙는 장신구보다, 중량이 바로 보이는 골드바를 더 현실적인 선택지로 느낄 수 있다.
이 흐름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골드바·코인 수요는 474t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전 세계 장신구 수요는 300t에 못 미치며 23% 줄었다. 금값 상승이 장신구 소비를 누르는 동시에, 투자 수요를 다시 끌어올리는 흐름이 함께 나타난 것이다.
◆비싸졌는데도 사는 이유
금값이 비싸졌는데도 매수세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소비자에게 금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물건이다. 순금 1돈 가격이 100만원에 가까워지면서 돌반지나 예물 반지를 고르는 일은 훨씬 무거워졌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금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원화 가치, 물가, 환율, 주식시장 변동성이 겹칠수록 손에 잡히는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은 커진다.
금 매장 앞의 고민도 둘로 갈린다. 지금 사자니 비싸고, 미루자니 더 오를 것 같은 불안이 따라붙는다. 반지를 보러 왔다가 골드바 가격까지 묻는 소비자가 생기는 배경이다.
금 투자 방식도 달라졌다. 증권사 앱을 통해 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는 KRX 금시장이 자리 잡으면서, 금은 더 이상 귀금속 상가에서만 사는 자산이 아니게 됐다.
귀금속 업계에서는 금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바뀌었다는 말이 나온다. 예전의 금이 기념일과 혼수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의 금은 불안한 시장을 버티기 위한 방어 자산에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AI 반도체가 키우는 또 다른 수요
금의 수요 기반을 넓히는 요인은 투자에만 있지 않다.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금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산업용 금 수요는 82t으로 전년보다 1% 늘었다. 이 가운데 전자산업용 금 수요는 69t으로 3% 증가했다. 한국은 메모리 생산량 증가와 반도체 공장 가동률 상승 영향으로 전자산업용 금 수요가 7% 늘었다.
금은 전기가 잘 통하고 부식에 강하다. 반도체, 인쇄회로기판, 커넥터처럼 작은 접점 하나가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부품에 쓰이는 이유다. 눈에 보이는 장신구 속 금은 줄어도, 보이지 않는 전자부품 속 금은 계속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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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분기 한국의 골드바·코인 수요가 장신구 수요를 크게 앞지르며 금 소비의 중심이 투자 자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업계 한 관계자는 “금은 이제 개인 투자자의 금고로 들어가는 동시에 AI 서버와 반도체 산업에도 쓰이고 있다”며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금을 보는 기준도 예물에서 투자와 자산 보존 쪽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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