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전
“성장한 제자들 보면 뿌듯”…학교에는 교사 말고도 이런 ‘선생님’이 있습니다
2026.05.15 05:02
학교엔 교사 외에도 김씨처럼 아이들 곁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교원·일반직공무원과 함께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원이다. 이들은 학교의 교육·행정업무를 지원하거나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국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은 2024년 기준 17만3878명으로, 같은 해 유·초·중등 교원수(50만9242명)의 34.1%에 달한다.
경기 안양공업고등학교에서 일하는 13년 차 교육복지사 정자연(40)씨는 매일 아침 교육복지실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하루를 시작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집에 있기 힘들어서 등교 시간 전부터 학교로 일찍 오는 아이들이 있어요.” 정씨는 가정 내 여러 요인으로 위기에 처한 학생을 상담하고, 이들을 외부 기관과 연계한다. 사회복지사·청소년지도자 등의 자격증을 가진 이들은 교사와는 또 다른 시선으로 아이의 삶을 바라보는 복지전문가다.
대구 신천가온유치원에서 유치원방과후전담사로 일하는 민규리(38)씨는 다른 국공립 유치원 교사와 마찬가지로 오전 8시30분에 등원하는 아이들을 맞는다. 오전 공문 처리와 점심 급식 지도가 끝나고 ‘방과후 시간’이 시작되는 오후 1시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한다. 국공립유치원의 오전 정규 수업은 교사가, 방과후 과정은 방과후 전담사가 맡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규 교사들이 방학에 들어가도 민씨는 출근한다. 그는 “재량 휴업일로 지정된 날에도 긴급 돌봄이 필요하면 유치원으로 나온다”며 “똑같은 유치원 선생님이라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학생의 성장을 돕는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 운동부 지도자 김씨는 “대회에서 1등을 하지 못해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고 성장하는 제자들을 보면 기쁘다”고 했다. 교육복지사 정씨는 초등학교 때 만난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식에 자신을 초대했던 일을 떠올렸다.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했던 아이가 졸업식에서 친구들을 마음껏 자랑하며 ‘선생님 덕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격려해줬을 뿐인데 멋진 어른으로 자란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전문상담사 최씨는 “힘든 아이들이 익명성에 기대 절박하게 찾는 번호가 117”이라며 “학생들의 억울함에 공감하고 대안을 함께 찾아간다는 보람으로 일한다”고 했다.
교육공무직은 학교의 기능이 확대되면서 함께 늘어왔다. 정부는 새 교육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비정규직으로 ‘땜질식’ 충원을 해왔다. 1998년 학교급식이 전면 시행된 뒤 조리원·조리사·영양사 등이 점차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며 교무행정실무사가 생기고, 교사의 교육 업무를 돕겠다며 영어회화 전문강사가 생기는 식이다. 최근에는 학교가 돌봄 업무를 맡으면서 관련 직종이 늘었다. 방과 후 돌봄 시간에 학생들을 돌보는 돌봄전담사가 생겨났고, 2023년 초등 저학년에 늘봄학교가 도입되면서는 늘봄실무사 등도 새로 만들어졌다. 교육공무직의 직종 개수는 시·도교육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교육공무직원정원관리규칙에서 31개로 분류하고 있다. 직종표에 기타로 분류되거나 포함되지 않은 계약직까지 합하면 100여개로 추정된다.
학교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만 처우는 학교 내 다른 직군과 다르다. 교육공무직은 무기계약직, 기간제 노동자, 단시간 노동자 등 비정규직 형태로 일한다. 정규직 교원과 일반직공무원은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른 호봉제와 각종 수당을 받는다. 반면 교육공무직은 노동관례법과 단체협약, 취업규칙에 따라 기본급과 수당을 받으며 직종마다 상이하다. 일례로 2022년 고용노동부 연구용역인 ‘공무직 주요 직종 임금 실태조사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가 거의 비슷한 공무원인 영양교사와 교육공무직인 영양사는 입직 초봉이 비슷하지만 호봉제와 직무급제의 차이로 근속이 길어질수록 임금 격차가 벌어진다. 근속 10년 차에는 약 46만원, 20년 차에는 123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고용 형태도 2011년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생기며 상당수 기간제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변화도 있었다. 그러나 김영삼씨와 같은 운동부 지도자의 경우 시·도교육청마다 무기계약직인 곳과 기간제 노동자인 곳으로 나뉘는 등 여전히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직종도 있다. 이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할 때마다 교육 당국은 임용시험 등 채용 조건이 다르다는 논리로 요구를 일축하는 사례도 반복됐다.
교육공무직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고, 교육 정책 논의에서도 빠지곤 한다. 유보통합 논의에서 민씨와 같은 유치원방과후전담사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논의는 배제되거나, 학생맞춤통합지원 정책이 도입되면서도 교육복지사의 역할이 간과되는 식이다. 이에 교육공무직을 교육현장의 주요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지위와 역할, 처우를 법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언론홍보국장은 “최근 급식종사자가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법적 지위를 얻은 것처럼 다른 교육공무직도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이들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경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공무직원들은 무엇보다 학교에서 어엿한 ‘선생님’으로 존중받기를 원했다. 몇몇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공무직도 ‘선생님’으로 부르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무사님’ 등으로 불리는 일이 잦다고 한다. 학교 내에서 ‘선생님’은 교사만의 호칭이라는 인식도 여전하다. 정자연씨는 “정확한 직함으로 불리는 일이 싫다기보다는, 교사와 교사가 아닌 사람을 가르겠다는 마음이 느껴져서 거부감이 드는 것”이라며 “교사와 교사가 아닌 사람,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사람을 구별 짓고자 하는 문화가 없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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