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소녀상 앞 거리예배… “증오 아닌 회복을”
2026.05.15 03:02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부지 앞.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20분 초록색 예배 천막이 세워진다. 평화의소녀상 맞은편 거리에서 11년째 예배를 이어온 박영규(75) 예수제자교회 원로목사와 부인인 김영분(72) 전도사는 13일 예배 중 여러 차례 “이곳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확성기로 불교 염불과 대중가요를 틀며 2년 반 동안 예배를 방해해 온 남성이 최근 재판에 넘겨지면서 온전한 예배를 올릴 수 있게 됐다.
박 목사는 이날도 연로한 몸으로 천막을 치고 나무 십자가를 기둥에 묶었다. 최근 같은 작업을 하다 다친 오른손에는 보호대가 감겨 있었다. 예배 환경은 열악했다. 공사장 가림벽 앞에 서 있는 간이 천막에는 예배 중 담배 연기가 밀려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부부와 성도 3명은 익숙한 듯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한·일 화해를 위한 기도를 이어갔다.
부부는 2015년부터 ‘한국위안부소녀기념교회’라는 이름으로 거리 예배를 이어왔다. 김 전도사가 겪은 아픔과 결심이 배경이다. 그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일본 광산에 강제동원됐다. 5년 동안 몸을 혹사하고 돌아온 뒤 폐결핵으로 9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김 전도사가 2살 때의 일이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 전도사가 위안부 문제에 문제의식을 느낀 건 2013년 수요시위 현장을 찾으면서부터다. 그는 “복수나 증오 이전에 기독교 신앙 안에서 피해자들의 상처를 함께 끌어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 초기 공론화 과정에서 한국 기독교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1991년 기독교인이었던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 증언은 동대문교회 장기천 목사의 심방이 계기가 됐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KCWU)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 등은 김 할머니의 증언 이후 관련 문제를 알려왔다. 한국교회는 일본의 교회들과 연대해 성찰과 사죄를 끌어내기도 했다. 2014년 한일친선선교협력회 소속 일본인 원로목사 15명이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 앞에서 고개 숙여 사죄했다.
다만 위안부 피해자 돌봄과 추모 사역에는 한국교회의 관심이 지속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박 목사는 “할머니들을 만나보면 신앙을 가진 분이 많지 않았다”며 “교회가 상처 입은 이웃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보현 KCWU 총무는 “교회가 내부 의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과거처럼 사회 문제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용원 장로회신학대 조직신학 교수는 박 목사 부부의 사역을 ‘회복적 정의를 지키는 등대’라고 봤다. 송 교수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유럽이나 남아공 등 기독교 기반 국가들이 했던 것처럼, 한국교회 역시 피해자들이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회복적 정의의 역할을 감당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예수님은 폭력의 희생자로 십자가를 지셨지만 하나님은 그 고통을 부활과 회복으로 이어가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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