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김소영의 이코노믹스] 한국인 5명 중 1명 가상자산 투자, 건전한 시장 조성 필요
2026.05.15 00:12
가상자산 어떻게 볼 것인가
왜 가상자산 가격은 주식보다 크게 변동할까? 더 근본적으로 가상자산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가상자산의 가장 큰 특징은 가격을 좌우하는 펀더멘털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소유한다면 삼성전자라는 회사를 소유한 것과 마찬가지이고 삼성전자가 향후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그 가격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소유한다면 과연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 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흔히 가상자산 소유와 관련하여 오해하는 부분이 가상자산을 소유하면 가상자산에 내재된 기술을 소유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상자산에 내재된 기술은 그 가상자산을 만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고, 단순히 그 가상자산을 소유한다고 내재된 기술 자체가 본인 소유가 되지는 않는다.
가상자산은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가 없지만, 기존 연구에 의하면 다양한 이유로 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가상자산은 일반 화폐보다는 제한이 있을 수 있지만 교환의 매개 역할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른 효용이 있을 수 있다. 둘째, 가상자산은 다른 자산과 비슷하게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디지털 금’으로 불리기도 한다. 셋째, 가상자산 가격은 가상자산 생산비에 의존하고, 특히 한계 생산비용에 수렴한다는 주장도 있다. 넷째, 가상자산 가치는 그 가상자산을 보유, 활용하고 있는 네트워크 가치에 비례한다고 한다. 다섯째, 자금 세탁을 하거나 자본 통제를 우회하는 데 가상자산이 활용될 수 있고, 그런 측면에서 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듯 가상자산의 가치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유를 들고 있지만, 어떤 것이 맞는다는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또한 다른 자산과 비슷하게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단지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버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가상자산은 펀더멘털의 불확실성, 서킷브레이커 부재, 공급의 비탄력성, 대중성과 투자자 관심도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 등으로 인해 버블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가상자산의 펀더멘털이 명확하지 않아 가격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 이외에도, 가상자산은 일반적인 금융 상품과 다른 측면이 있어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거래 비용이 전통 금융시장보다 커서 단기 매매를 많이 하면 거래 비용이 축적돼 수익을 얻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가상자산의 거래 비용 구조는 전통 금융시장과 다르다. 표면적인 거래 수수료만 보면 주식시장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스프레드(매수가격과 매도가격의 차이)와 슬리피지(Slippage·주문가격과 체결가격의 차이)가 큰 경향이 있고,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도 변동해 투자자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이런 비용들이 더 증가한다. 내기 당구를 계속하다가 보면 당구장 주인이 다 따간다는 말이 있듯이, 큰 거래 비용하에서 단기 매매를 많이 하다 보면 거래 비용이 점점 불어나 유능한 투자자들도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은 2025년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 대비 3% 수준이지만, 거래 규모는 국내 주식시장과 비슷한 정도에 달했던 적도 있었고, 2025년 일평균 기준으론 증시의 35% 수준이다. 주식시장에 비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훨씬 더 자주 거래를 하고 있다. 투자자도 전반적인 거래비용이 크다는 것을 잘 인지해야 하고, 정부도 이런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가상자산 장기투자엔 불확실성 상당
둘째, 가상자산의 역사가 짧기에, 과거 자료만 보고 먼 미래를 계획하기엔 불확실성이 크다. 과거 자료를 분석해 비트코인과 같은 대표적인 가상자산들이 우량주보다 낫다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6년 이후 일일 자료를 사용해 계산한 샤프지수(Sharpe Ratio, 초과수익률/수익률 표준편차)는 비트코인의 경우 0.753으로 삼성전자(0.664), SK하이닉스(0.849)와 비슷하다. 이런 면을 고려하여 일부 합리적인 투자자들도 비트코인 등 대표적인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해왔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10여년 정도의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의 자료에 의존한다. 2009년 1월 첫 비트코인이 생성됐고, 가상자산의 역사는 아직 20년도 안 됐다. 앞으로 몇 년 정도는 지금과 비슷하게 움직일 수 있지만, 향후 10년, 20년, 그 이후에 가상자산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불확실하고, 장기 투자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 금은 이미 오랫동안 안전자산의 지위를 지켜왔기에 금을 장기간 묻어두는 것도 가능한 투자 방안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상자산의 일천한 역사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안전한 ‘디지털 금’이라고 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
한국에서 가상자산은 천천히 제도화의 길을 가고 있다. 2010년대 후반 정부가 가상자산의 화폐나 금융 상품적 성격을 부인하며 가상자산 거래소 폐쇄도 검토하며 강력히 대응한 적도 있었지만, 2020년대 초반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정의, 가상자산거래소 신고제와 고객 확인, 의심거래보고(STR), 트래블룰 등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장치를 도입했다.
좋지 않은 제도 도입 무리수는 경계를
2023년 7월 소위 1단계 법안이라고 불리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2024년 7월 19일 시행됐다. 이용자의 예치금과 가상자산 보호,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행위 규제,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사업자 등에 대한 감독·검사·제재 권한 및 불공정거래행위자에 대한 조사·조치 권한을 규정하는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필수 사항들이 포함돼 있다.
1단계 가상자산 법안의 시행은 가상자산을 본격적으로 제도화하는 첫 번째 단계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향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가상자산 제도화를 위해 2단계 입법이 필요하다. 가상자산사업자 측면에서는 진입과 영업 행위에 관한 규제를 정비해야 하는데 불건전 영업행위 규제, 내부 통제 기준 마련 등도 포함된다.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해서 상장 기준, 절차, 주요사항 공시 등도 필요하고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한 규제들도 필요하다.
가상자산 시장의 실체는 작지 않다. 2025년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87조2000억원, 이용자 계정 수는 1113만 개에 이른다. 한국인 다섯 명 중 한 명 정도가 이미 가상자산 시장에 한 발을 들여놓고 있다. 기본적인 이용자 보호를 넘어 가상자산 사업자의 건전한 행위와 건전한 시장 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가상자산 투자자와 규모가 증가하고 금융 시장과의 연계성이 증가함에 따라 금융 안정 이슈도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가상자산 제도화는 필수적이다. 다만 좋지 않은 제도를 무리해서 도입하는 것은 안 하는 것만도 못하다. 최근 주식시장 활황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를 가상자산 제도화를 위한 올바른 방향을 숙고해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Soyeon Ahn, Soyoung Kim, 2026, “The Effects of Monetary Policy on Bitcoin Prices” Working Paper.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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