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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칼럼] 정치가 ‘내 일’이 되면 곤란하다

2026.05.15 00:51


개인의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공정성을 잃을 수밖에 없어
‘누구도 자신의 사건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건 오래된 원칙
갈등의 최종 조정자 대통령은 ‘대통령의 일’에 전념했으면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식사 자리에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을 설명하면서 “정치는 원래 남의 일”이라며 “내 일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남의 일인데, 왜 싸우고 화를 내느냐. 조정하고 타협하면 된다’는 취지였다. 이 말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가 자기 일이 되면, 이해관계를 따질 수밖에 없다. 남의 일처럼 다뤄야 조정하고 타협할 여지가 생긴다. 일종의 객관화다. 정치의 본령은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다. 조정과 타협을 통해 한정된 자산을 배분하는 일이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정해 규칙(법)을 만들어낸다. 이 대통령이 지난 3월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배제하라”고 지시했을 때, ‘남의 일’ 발언이 떠올랐다. 부동산 정책을 ‘내 일’이 아닌 ‘남의 일’로 다뤄야 한다는 지시였다고 이해했다.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부동산 정책이 공무원들의 이해관계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이 대통령의 ‘배제 지시’는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라는 라틴어 경구다. 17세기 영국의 대법관을 지낸 에드워드 코크 경이 확립한 ‘법의 지배(Rule of Law)’의 원칙인데, 공정성을 위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사건의 심판자가 될 수 없다는 법언이다. 멀게는 로마법에서 확인되는 원칙이고, 중세시대 교회법에서 문장이 정리됐고, 코크 경의 판례로 선명해진 법적 원칙이라고 한다. 생소한 경구가 자주 소환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윤석열 정권 조작수사·조작기소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조작기소 의혹 특검법)’ 때문이다. 특검법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독소조항이 많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대통령의 사건을 다루며, 여권이 추진하는 수사 기소 분리의 검찰개혁과도 방향이 어긋난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자신의 사건을 다루는 특검에 개입하는 모양이 된다. 특검 수사가 ‘대통령의 일’이 되는 셈이다. 어려운 법 용어가 아니더라도 국민의 상식 기준을 넘는 일이다.

이 대통령의 재임 1년은 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8000을 바라보고 있다. 주가지수가 좋으면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후해진다. 미국과의 통상 갈등을 수습해낸 것도 호평의 원인일 것이다. 지난해 10월 29일 이 대통령은 APEC이 열린 경주에서 두 번째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 메이커’로 추켜세우며 자신을 ‘페이스 메이커’로 낮췄다. “위대한 역량을 가진 대통령”이라고 칭찬했고, 금 190돈이 들어간 신라 금관 모형도 선물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국익을 위해 기꺼이 머리를 숙이겠다’는 각오 내지 비장함도 느껴졌다. 내 일이 아닌 국가의 일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국민도 이 대통령의 각오에 공감했을 것이다.

대부분 정책은 논쟁적이다. 절대적으로 옳고 틀린 정책이란 없다. 이 대통령의 재정정책은 민생회복 쿠폰으로 대표되는 적극 재정이다. 경제와 민생이 어려울 때 국가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당연히 반대 논리도 있다. 방만한 정부 재정 운용은 포퓰리즘의 다른 모습이며 국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게 된다. 이 대통령의 적극 재정은 선택이다. 국민은 이 대통령의 선택을 국가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조작기소 의혹 특검은 다르다. 이건 ‘남의 일’이 아니라 ‘대통령의 일’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설명하더라도, 기본적인 구조가 특검의 결론이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쪽으로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특검 필요성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 의심할 수밖에 없고, 이 대통령과 여당은 점점 수렁 속으로 끌려들어 가게 된다.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의 생각을 다시 가다듬었으면 한다. 좌우에 경도된 사람들이 정치를 ‘내 일’로 만들고 있지만, 갈등의 최종 조정자인 대통령은 국가의 일에 전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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