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sayonbeat
sayonbeat
1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朝鮮칼럼] 학교에서 사라진 것은 소풍만이 아니다

2026.05.14 23:56

신뢰가 사라진 학교
교사는 위험관리자 됐고
가르침은 리스크가 됐다

증상만 보고 말하지 말고
그 아래 구조를 짚어야
해법과 제도가 바뀐다



이재명 대통령이 4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저도 초등학교 5학년 때 경주 수학여행 간 게 평생의 기억으로 남아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운 것도 참 많다”며 “혹시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뉴스1

공개 회의에서 대통령이 현안을 던진다. 장관과 전문가가 답한다. 시원해 보인다. 문제를 직접 챙기고 즉석에서 대책을 요구하는 모습은 정치적 효과가 크다. 그러나 위험도 있다. 리더가 던진 것은 진짜 문제인가, 아니면 눈에 띄는 증상인가? 묻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해법을 정해 놓고 독촉하고 있는가?

정책 실패는 답이 없어서만 생기지 않는다. 더 자주, 문제 정의가 틀려서 생긴다. 문제 정의는 단순히 현상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 아니다. 현재 상태와 목표 상태 사이의 간극이 무엇이며, 그 원인과 책임을 어디에 둘지 정하는 일이다. ‘누구’의 문제인가도 중요하다. 그래서 문제 정의가 바뀌면 해법도, 책임도, 예산과 제도도 바뀐다.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교육부 장관에게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아닌가.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장독을 없애 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는 옳다. 소풍도 수업이고 운동회도 배움이다.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만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증상만 본 것이다. 진짜 질문은 “왜 학교가 소풍을 안 가느냐”가 아니라 “왜 교사들은 소풍을 교육이 아니라 법적 위험으로 느끼게 되었느냐”이다. 전자는 교사의 소극성을, 후자는 학교를 둘러싼 책임 구조를 문제로 만든다. 두 질문이 여는 정책의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과장이 아니다. 2022년 속초에서, 2023년 목포에서 현장체험학습 중 아이가 숨졌다. 두 사건 모두 인솔 교사가 1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로 금고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물론 아이를 잃은 비극의 무게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체험학습에서 사고가 나면 교사 ‘개인’에게 법적 위험이 닥칠 수 있는 현실에서 교사들은 공포를 느꼈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1주기인 2024년 7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교사거리에서 교사유가족협의회 관계자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고인을 추모하며 서초경찰서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숫자도 같은 말을 한다. 2024년 교육활동 침해 심의는 4234건으로 5년 전의 세 배다. 교사 28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정년 전에 교단을 떠난 교사는 6년 만에 가장 많은 7400여 명이었다. 초등 교사 96%는 체험학습에 부정적이고, 80% 이상이 악성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를 두려워한다. 학교가 울리는 강력한 불안 경보다. 불안은 비겁함이 아니라 문제의 신호다. 교사들이 체험학습을 두려워한다면 그 감정을 훈계할 게 아니라 해석해야 한다. 왜 아이가 넘어지는 순간 교사는 교육자가 아니라 잠재적 피고인이 되는가.

증상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초등학교에서는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가 생활 지도를 위축시킨다.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은 학생 사이의 갈등 회복이 아니라 법률 절차의 문제로 바꾼다. 고등학교에서는 입시 과열이 생활기록부 문장 하나까지 이해관계의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이런 증상들은 서로 닮았다.

문제가 달라지면 해법도 변한다. 안전요원을 늘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은 안전관리의 처방이지 책임 구조의 처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당한 교육 활동 중 사고에 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교사 개인이 법적 위험을 떠안지 않도록 기준을 선명히 하고, 소송 시 교육청과 국가가 법적 대응을 책임지며, 민원은 교사 개인의 휴대전화가 아니라 학교의 공식 창구에서 다뤄야 한다.

비판자들도 같은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보호 5법이 통과됐지만 교사들은 약 80%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 증상 하나에 처방 하나로는 신뢰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학부모를 악당으로 만들자는 말이 아니다. 학부모도 불안하다. 문제는 그 불안이 교사 개인을 향한 민원과 고소로 곧장 번역되는 구조에 있다. 좋은 제도는 그 불안을 학교 공동체 안에서 받아낸다.

리더의 일은 증상을 크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의 구조를 묻는 것이어야 한다. “왜 안 하느냐”고 다그치기보다 “무엇이 하던 일을 못 하게 만들었느냐”고 묻는 것이 더 어렵고 더 중요하다. 답을 독촉하면 속도를 낼 수는 있지만, 우리를 잘못된 곳으로 더 빠르게 데려갈 수도 있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학교에서 사라진 것은 소풍만이 아니다. 신뢰가 사라졌다. 신뢰가 사라진 곳에서 교사는 스승이 아니라 위험관리자가 되고 가르침은 리스크가 된다. 오늘 우리가 선생님께 드려야 할 것은 꽃 한 송이만이 아니라 교사가 교사답게 다시 가르칠 수 있는 조건이다. 문제 정의가 틀리면 정책도 틀린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효동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뉴스1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중학교의 다른 소식

sayonbeat
sayonbeat
2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2시간 전
[산모퉁이 돌고 나니] 수십 년 지나도 끊기 어려운 父子의 인연
sayonbeat
sayonbeat
2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2시간 전
지방선거 후보 등록 첫날 경남, 도지사 3명 등 총 617명 접수
sayonbeat
sayonbeat
2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2시간 전
싸움 끝에 떠난 구례, 다시 숨 쉬게 하다[정성갑의 공간의 재발견]
sayonbeat
sayonbeat
5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5시간 전
[중얼거리는 사진 한 장]무인도의 꽃밭
sayonbeat
sayonbeat
6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6시간 전
조용호 오산시장 후보, 오산형 돌봄·교육 공약 발표
sayonbeat
sayonbeat
7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7시간 전
"우리 애한테 왜" 선생님의 정당한 지도를 학대로 몰기 일상
sayonbeat
sayonbeat
8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8시간 전
출퇴근 시간 단축… 트리플 역세권 품은 두산건설 '두산위브 트리니뷰 구명역' 15일 개관
sayonbeat
sayonbeat
9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9시간 전
'1800만 유튜버' 보겸 "아들 병원비 보태세요"...폐지 줍는 90세 노인에 '뭉치돈'
sayonbeat
sayonbeat
9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9시간 전
“학교 가기 싫어서”…‘폭파 협박 글’ 13차례 올린 고교생에 실형 구형
sayonbeat
sayonbeat
10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10시간 전
양주 백석고, 서부권 학교연합협의회 개최… 지역교육 발전방안 논의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