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한수원, 美·베트남 원전부터 함께 공략
2026.05.14 18:01
양사 공동 JV·컨소시엄 꾸려
수출지역 무관하게 공동 계약
대외 협상·지분 투자는 한전
원전건설·운영은 한수원 주도
민관합동 '컨트롤타워' 신설도
원전 수출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온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앞으로는 조인트벤처(JV) 또는 컨소시엄을 맺어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두 기관은 그동안 국가별로 원전 수출을 각자 진행해왔는데 이제는 기관별로 특화된 기능을 살려 협업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정부의 원전 수출 감독권을 법제화해 필요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수단도 강구한다.
14일 산업통상부는 김정관 장관 주재로 '2026년 제1차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원전 수출체계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한전은 아랍에미리트(UAE)와 베트남, 한수원은 체코와 필리핀 등으로 지역을 나눠 원전 수출을 추진했다. 앞으로는 지역과 무관하게 해외 원전사업 주계약은 양 사가 JV나 컨소시엄을 만들어 공동으로 맺는다. 대외 협상은 한전이 주도하기로 했다. UAE 바라카 원전처럼 한국이 사업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지분 투자도 한전이 이끌게 된다. 한수원은 원전의 건설과 운영을 주로 맡는다.
정부가 한전과 한수원 간 기능 조정에 직접 나선 것은 두 기관의 불협화음과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양측 갈등은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지난해 런던국제중재법원에 중재 소송을 제기하면서 극에 달했다.
이 같은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부 전략은 장단기로 구분된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단기 조치는 국가별로 이원화한 수출 체계를 기능별로 재조정하고, 정부의 기획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조만간 가시화할 미국·베트남 등 해외 원전 진출부터 이 같은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원전수출전략협의회 산하에 민관 합동으로 '원전수출기획위원회'를 신설한다. 위원장은 산업부 원전전략기획관이 맡는다. 기획위원회는 연내 제정할 '원전수출진흥법'을 통해 해외 원전사업에 대한 감독권도 확보한다. 법 제정이 완료되면 대규모 차입·투자, 수출 계약, 원전 지식재산권(IP) 이관 등 주요 의사결정은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한전의 기능이 다소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한전이 대외 협상과 지분 투자를 주도하기 때문에 체코 두코바니 원전과 같이 한수원이 독자적으로 수출을 진행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원전 수출 총괄기관'의 구조와 역할이 어떻게 결정될지에 따라 체계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전 수출 총괄기관은 사업 개발, 타당성 조사, 발주처와 협상, 입찰, 계약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수출 총괄기관을 한전 또는 한수원으로 일원화할지, (별도로)통합 원전 수출기관을 출범할지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신설될 원전 수출 총괄기관이 두 기관의 기능을 보다 화학적으로 결합한 형태가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제일 바람직한 방법은 한전을 지주회사로 하고, 원전 수출을 담당하는 원자력공사를 자회사로 만드는 것"이라며 "한전의 원전 수출 기능과 한수원을 완전히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원전업계에서도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산업을 독립적이고 합리적으로 키워야 경쟁력 있는 수출 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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