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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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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는 건 후보, 갚는 건 주민…지선 뒤덮은 '랜드마크 정치'

2026.05.14 21:00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5만 석' 돔구장·K팝 아레나 공약 봇물…재원·운영 계획은 나몰라라
"지역경제 활성화" 앞세워 혈세 투입…적자 땐 고스란히 지자체 부담
중장년 표심 겨냥한 생활체육시설도 유행…과잉 공급 뒤 애물단지 우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이 다시 '랜드마크 공약' 경쟁에 빠져들고 있다. 과거 선거철마다 공항과 산업단지, 교통망이 표심 공략의 단골 메뉴였다면 이번에는 돔구장과 K팝 아레나, K컬처 복합단지 같은 문화·관광 시설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분위기다. 후보들은 K콘텐츠 열풍과 생활체육 수요 등을 앞세워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있지만, 정작 수천억원대 사업비는 물론 운영 및 관리 계획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대형 개발에 대한 청사진이 또다시 지자체 재정 부담과 장기 표류 사업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는 돔구장 공약이다. 5월13일 기준 각 후보 공약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돔구장 추진을 언급한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는 최소 10명이었다. 충청권에서는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지사 후보와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가 각각 5만 석 이상 규모의 돔구장 건립을 약속했다. 이원택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는 다목적 복합 돔구장과 함께 '11번째 프로야구단 창단'까지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산에서도 돔구장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야구와 공연과 전시, 쇼핑을 즐기는 돔구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역시 사직구장 재건축과 별개로 북항 돔구장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초자치단체까지 범위를 넓히면 경기 화성·파주·광명·구리, 충북 청주 등에서도 3만~5만 석 규모의 초대형 돔구장 구상이 잇따라 제시됐다. 광역단체보다 재정 여력이 제한적인 기초단체까지 대형 시설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생성형 AI 이미지


현재 국내 돔구장은 약 2만 석 규모의 서울 고척돔 한 곳뿐인 만큼 초대형 돔구장의 필요성 자체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K콘텐츠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대형 공연과 스포츠 이벤트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난해 "K팝의 성지인 한국에 5만 석 규모 돔 공연장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초대형 돔구장 건설을 위한 연구와 조사를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돔구장은 일반 야구장과 달리 건설비만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이 드는 대형 사업이다. 개장 이후 유지·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아 충분한 수요와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재정 부담이 고스란히 지자체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후보들은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나 민간 투자 유치 계획보다 '지역 랜드마크'나 '복합문화 허브' 같은 구호만 강조하는 모습이다.

해외 사례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대만의 타이베이돔은 370억 타이완 달러(약 1조7497억원)가 투입된 4만 석 규모의 초대형 돔구장이다. 그러나 건립 과정에서 막대한 사업비와 지역 주민 반발, 안전성 논란 등이 이어지며 사업의 진척이 더뎠다. 결국 주변 문화·스포츠파크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계획이 조정됐고, 1991년 관련 논의가 시작된 뒤 30여 년이 지난 2023년에야 문을 열었다. 개장 이후에도 유지 비용과 안전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라돔과 잠실돔이 각각 2028년, 2032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사업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후보들의 돔구장 공약은 좌초되거나 장기적으로 표류할 가능성도 큰 셈이다. 

지난 4월 충북 제천시 청풍면에서 청풍호 케이블카가 만개한 벚꽃 곁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K컬처 입고 돌아온 '랜드마크 정치'

이와 맞물려 K컬처 인프라 공약도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여야 후보들은 전 세계적인 K팝·K콘텐츠 인기에 기대 'K'를 앞세운 문화 사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내년 상반기 개관 예정인 2만8000석 규모 공연장 '서울아레나'를 중심으로 일대를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 집적지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까지 투입된 2조 원에 더해 올해 7000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에서는 박찬대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문학경기장을 K팝·K컬처 아레나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경남에서는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마산권에 K팝 명예의전당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돔구장 건립을 내건 후보들 역시 K컬처를 곁들였다. 단순한 야구장이 아니라 K팝과 대중음악 공연, 해외 가수 내한공연, e스포츠 대회, AI·로봇·드론 레이싱 등 미래형 K콘텐츠까지 수용하는 다목적 공연·스포츠 복합시설 등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공약 역시 K콘텐츠 열풍에 편승한 '복제형 공약'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이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과거에는 온갖 공약에 '글로벌' '첨단' 같은 단어를 붙였다면, 몇 년 전부터는 'K'만 붙이면 되는 분위기"라며 "듣기 좋고 그림이 크기 때문에 선거 공약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타당성 조사와 재원 확보, 용역 등 행정 절차와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면 임기 안에 착공조차 어려운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후보들은 경제 효과를 앞세우지만, 성공했을 때의 장밋빛 전망만 있고 실패하거나 혹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을 때의 사회적 비용을 누가 감당할지에 대한 논의나 대비책은 매번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방선거 때마다 전국 곳곳에서 등장한 대형 개발 공약의 상당수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와 국회, 관계 지자체 간 조율까지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부산·대구, 경기·경남·경북·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군 공항 이전과 신공항 건설 공약이 쏟아졌다. 하지만 임기 막바지인 현재 대부분이 감감무소식이다. 대표적으로 당시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후보와 김은혜 후보 모두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사업은 제자리걸음 상태다.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시 남대천 둔치의 파크골프장에서 주민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중장년 표심 겨냥한 '개수 경쟁'…치적 공약 되나

이러다 보니 후보들은 중앙정부 협의나 대규모 인허가 절차 없이 지자체 역량만으로도 비교적 수월하게 추진이 가능한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규모보다 '개수'를 앞세운 관광·생활체육 공약이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크골프장이다. 2025년 말 기준 파크골프 회원 수는 22만9000여명으로 5년 새 5배 가까이 늘었다. 파크골프장이 중장년층을 여가 스포츠의 유행으로 자리잡으면서다.

투표와 정치 참여에 적극적인 중장년층 표심과도 직결되는 만큼 후보들의 추진 경쟁도 치열하다. 이정현 광주전남통합특별시장 후보는 4년간 파크골프장 1000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파크골프장 수가 552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전국 시설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를 새로 만들겠다는 셈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560억 원을 들여 파크골프장 26곳을 추가 조성하겠다고 했다. 같은 예산으로 대형 체육관 1곳 대신 생활 여가 시설 20~30곳을 만들 수 있어 이용률과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후보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공급 속도에 비해 중장기 수요 분석과 운영 계획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점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파크골프 인구가 급증하자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시설 확충에 나섰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관리 인력 부족과 유지비 부담, 낮은 이용률 문제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흐름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거 게이트볼장처럼 특정 세대 수요에 기대 무분별하게 시설을 늘릴 경우, 시간이 지나 관리 부실과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과거 이와 유사하게 경쟁적으로 추진된 대표적 사례인 케이블카와 출렁다리 사업의 상당수는 당초 후보들의 공약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국 41개 케이블카 가운데 25개가 2012년 이후 유행처럼 건설됐지만, 현재 안정적으로 흑자를 내는 곳은 2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개통한 밀양얼음골케이블카는 개통 초기 반짝 효과 이후 적자 폭이 커졌고, 울진왕피천케이블카는 임차료 갈등으로 한때 6개월간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출렁다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충남 예산군이 402m 규모의 예당호 출렁다리를 조성하며 길이 경쟁에 불을 붙이자, 2년 뒤 인근 논산시는 600m 길이의 탑정호 출렁다리를 내세워 아시아 최장 타이틀 경쟁에까지 뛰어들었다. 재정자립도가 10% 안팎인 이 같은 지자체들까지 경쟁적으로 사업에 뛰어들면서 수백억 원 규모의 예산이 출렁다리 건설에 투입되고 전국적인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곳은 235곳으로 전체의 96.7%에 달한다. 상당수 지자체가 자체 재원만으로는 예산 절반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지자체장들의 치적 쌓기 공약은 감사원의 단골 지적 사항이다. 그럼에도 선거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부활한다. 감사원은 2024년에도 문화·관광 분야 사업 17건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해 총 26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 무리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산 낭비와 사업성 검토 부실이 반복되고 있다며 관련자 7명에 징계도 내렸다. 당시 감사원은 "문화·관광 사업은 지자체장의 임기 내 치적 사업으로 활용되기 쉬운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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