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전
“비트코인 ETF가 기관 진입장벽 낮췄다…한국도 ‘대기 수요’ 확인”
2026.05.14 17:03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의 ‘기관화(Institutionalization)’ 흐름이 단순 투자 상품 확대를 넘어 전통 금융 인프라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서울 강남구 에피소드 강남 262에서 열린 ‘제4회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BBS)’에서 캐서린 첸 바이낸스 기관 부문 총괄은 가상자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조명하며 글로벌 규제 방향과 한국 시장의 전략적 가치를 진단했다.
첸 총괄은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기관 진입이 빠르게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관들은 이미 2021년부터 시장에 존재해 왔다”며 “최근에는 패밀리오피스부터 헤지펀드까지 참여 주체가 다각화됐고, 중개기관과 자기자본거래 클라이언트가 동시에 확보된 점은 시장 성숙도를 입증하는 핵심 지표”라고 분석했다.
핵심 분기점으로는 비트코인 현물 ETF 등장이 꼽혔다. 출시 약 2년 만에 운용자산(AUM) 600억달러를 돌파한 비트코인 ETF의 성장세에 대해 첸 총괄은 “금 ETF가 유사 규모의 AUM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라며 “역사상 가장 가파른 성장 궤적을 그린 자산군”이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ETF가 낮춘 진입장벽…기관 자금 유입 본격화
기관 자금 유입 배경에는 ‘구조적 마찰’ 해소가 있다. 과거 기관들은 가상자산 지갑 생성, 수탁(Custody), 프라이빗 키 관리 등 기술적·규제적 진입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첸 총괄은 “ETF 도입으로 자산군의 적법성이 공식화됐다”며 “기관들이 기존 금융 시스템 안에서 익숙한 ETF 상품을 통해 포트폴리오 자산 배분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 결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기관 자금 유입은 실물자산 토큰화(RWA) 생태계의 무게중심도 바꾸고 있다. 과거 RWA는 부동산이나 농산물 등 비유동 자산을 토큰화해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시도가 주를 이뤘다. 다만 첸 총괄은 “기초 자산 자체의 유동성이 결여된 경우 토큰화만으로 극적인 거래량 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채권, 머니마켓펀드(MMF), 주식 등 이미 수요가 검증된 전통 금융 상품의 토큰화다. 블랙록과 프랭클린 템플턴이 선보인 토큰화 MMF 상품은 출시 초기 2억달러 규모에서 수년 새 각각 2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화가 심화될수록 가상자산 시장 특유의 ‘사전 예치’ 구조는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후 결제 시스템에 익숙한 전통 기관 입장에서 온체인 즉시 결제를 위한 대규모 선입금 방식은 리스크 관리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큰화 MMF로 번진 기관화…가상자산, 금융 인프라로 확장
바이낸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 금융의 문법을 차용한 ‘3자 간 계약’ 모델을 제시했다. 첸 총괄은 “기관이 기존 수탁 은행에 담보를 유지하면서 거래소는 이를 미러링한 가상 마진을 제공해 온체인 거래를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성숙한 금융 인프라를 가상자산 생태계에 이식해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규제 환경에 대해서는 미국의 ‘지니어스(GENIUS) 법안’과 유럽의 ‘미카(MiCA)’ 등을 언급하며 규제 명확성이 기관 도입의 촉매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첸 총괄은 “불확실성은 기관의 행보를 제약하는 최대 요소”라며 “가이드라인이 있는 규제 환경이 부재한 상황보다 훨씬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잠재 수요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법인과 기관의 직접 투자는 제한적이지만, 비트코인 ETF 출시 이전부터 한국 기관들이 대리(Proxy) 투자 수단으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주식을 매수하며 포지션을 확보한 움직임을 주목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 대비 가상자산 시장이 부진한 데 대해서는 “시장은 필연적으로 사이클을 타기 마련”이라며 “여건이 마련되면 투자자들도 다른 상품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기관화가 ETF와 RWA, 결제 인프라로 확장되는 만큼 한국에서도 제도 정비 속도가 향후 시장 참여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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