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200만원’ 시대 연 SK하이닉스…美 ADR로 몸값 재평가 나선다
2026.05.14 15:00
삼성전자와 시총 격차 역대 최대로 좁혀져
액분 가능성엔 “검토하는 바 없어” 선 그어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SK하이닉스가 프리마켓에서 사상 첫 200만원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 ‘황제주’ 역사를 새로 썼다. 이제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한 글로벌 자금 유치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증시 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국내 주가 재평가(리레이팅)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프리마켓 개장 직후 200만원선을 넘어섰다. 올해 초 67만원대에서 거래를 시작한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약 3배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이후 정규장에서도 199만4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으나 이후 차익실현 매물 등에 변동성이 확대되며 오후 2시53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1.37% 내린 194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프리마켓과 정규장에서 신고가를 새로 쓸 정도로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배경에는 압도적인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5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71.53%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이다. 제조업 기반의 반도체 기업이 7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도 극히 이례적이다. 설계 전문(팹리스) 기업인 퀄컴(약 25%)이나 AMD(약 5~10%)는 물론, AI 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의 통상적인 영업이익률(60~65%대)조차 뛰어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질주는 국내 증시 지형도마저 바꾸고 있다. 전날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1408조3000억원으로 코스피 내 비중이 21.92%까지 치솟았다. 연초(13.85%) 대비 8.0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에 따라 시총 1660조3430억원(비중 25.85%)의 삼성전자와의 격차 역시 역대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
주가가 한때 200만원선을 돌파하면서 시장에서는 거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액면분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주당 가격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에 50대1, 네이버는 5대1 액면분할을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선을 그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인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역시 지난 3월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거래량과 투자자 구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신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 직접 상장이라는 승부수를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 제출했으며, 올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ADR 상장이 단순한 기업가치 제고를 넘어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 성격도 짙다고 보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HBM 중심의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책 세미나에서 “가능한 한 빨리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공급난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기술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누구를 만나기만 하면 메모리를 달라고 할 정도”라며 “메모리를 사고 싶어도 공급할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SK하이닉스는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 2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신규 시설 투자액으로 21조6000억원을 추가 확정했다. 앞서 2024년 7월 발표한 초기 투자금 9조4000억원까지 포함하면 1기 팹 건설에만 총 31조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여기에 청주 어드밴스드 패키징 전용 팹 ‘P&T7’ 건설에도 19조원을 투자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증설 기조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이 국내 주가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미국 증시 상장이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춰 SK하이닉스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HBM 선도 기업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국내 코스피 주가 역시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자본시장은 한국보다 반도체 기업에 높은 밸류에이션(멀티플)을 부여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ADR 가격이 높게 형성될 경우 국내 본주 역시 재평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ADR과 국내 주식 간 차액 거래(재정거래)가 활발해질 경우 미국 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국내 주가에도 반영되는 이른바 ‘체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분 희석 우려도 존재한다. SK하이닉스가 신주 발행 방식으로 ADR을 발행할 경우 기존 주주의 주당 가치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내 유동성 확보 여부 역시 변수다. 과거 포스코와 한국전력, KT 등 국내 기업들도 뉴욕증시에 ADR을 상장했지만 거래량이 미미한 ‘유령 주식’으로 전락한 사례가 있다.
김영권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은 전반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한국 시장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며 “SK하이닉스가 미국 ADR 상장에 성공해 현지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국내 본주 역시 재평가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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