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반도체 '초순수'는 산업기술…中 이직 전 유출 처벌해야"
2026.05.14 12:01
이직 제안한 삼성SDI 출신 직원, 징역형 집유
반도체 공정의 세정작업에 사용되는 '초순수(Ultra Pure Water)' 시스템 설계 및 시공 기술도 산업기술로 보아 유출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4일 전직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 E&A) 직원 A씨의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부분에 대해 이유 무죄로 판단했던 원심을 이같이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 보내 다시 심리하게 했다.
A씨는 1·2심에서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 등을 받았는데, 이 부분도 모두 파기하고 원심 법원에서 다시 살피게 한 것이다.
A씨는 삼성엔지니어링에 근무하면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 V1 라인의 초순수 시스템 시공 관리, 발주처 대응 업무 등을 맡다가 B씨로부터 중국 반도체 컨설팅 기업 '진세미(Jin Semiconductor)'로의 이직 제안을 받고 2019년 2월 퇴사했다.
A씨는 이직 후 사용할 목적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의 친환경(Non-Chemical) 초순수 제조 설비, 기자재의 상세 정보와 최적 설곗값 등을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설계템플릿 파일' 등을 개인 메일로 보내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유출한 설계자료 파일은 총 3개로, A씨는 2019년 3월 해당 파일을 담은 자신의 노트북을 소지한 채 중국으로 출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초순수는 자연적으로 물 속에 존재하는 이온, 미생물 등 각종 불순물을 최대 10조분의 1 단위까지 제거한 순수에 가까운 물로 반도체 세정작업에 쓴다.
검찰은 해당 설계자료 3건에 담긴 자료는 법적으로 보호 받는 산업기술이라고 다퉜으나, 1·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 부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범행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첨단기술 및 제품의 범위'에 포함된 기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산업부의 당시 고시는 첨단기술의 개념정의에 대해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산업기술로드맵 유망기술체계도를 준용했는데, 그 체계도에는 초순수 생산 기반 공정기술을 '공정수' 분야로 분류하고 있었다.
따라서 1·2심은 초순수 공정기술은 '공정수'지 '담수' 분야가 아니고, '담수' 분야 첨단기술은 해수(바닷물)을 처리해 담수를 제조하는 기술일 뿐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의 이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 고시에서 말하는 담수의 의미는 '해수 담수화에서 말하는 담수'와 같이 그 처리수의 활용목적이 '담수'인 경우 뿐만 아니라 그 원수의 종류가 '담수'인 경우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해석했다.
검찰의 주장대로 '고효율 RO 시스템 최적 설계 기술'에 초순수 공정기술이 포함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산업기술 유출의 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A씨에게 이직을 제안했던 삼성SDI 출신 B씨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혐의로 1·2심에서 모든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 받았고,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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