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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결별도 화해도 못 한다’… 美·中 회담 손익계산서 미리 살펴보니

2026.05.14 11:16

트럼프·시진핑 베이징 담판
美·中, 300억弗 비전략 품목 관세 완화 검토
농산물·LNG·보잉은 공개 합의
반도체·희토류는 물밑 거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에서 9년 만에 마주 앉는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두 나라가 미·중 무역전쟁에 마침표를 찍기 보다, 손실을 제한하기 위해 새 교역 규칙을 짤 것이라고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3일(현지시각) 로이터는 회담 의제를 잘 아는 4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중국이 각각 300억달러(약 45조 원) 규모 비전략 품목을 골라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12일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센터 포럼에서 “양측이 300억~500억달러 규모 바스켓을 중심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부터 중국과 협상시 국유기업·보조금·수출주도 모델을 손보라는 구조개혁을 요구했다. 이번 회담 목표는 다르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경제를 운영하는 방식을 우리가 바꾸게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두 나라 무역을 최적화해 균형을 잡을 지점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번 합의 틀을 두 경제 체제를 연결하는 ‘어댑터’에 비유했다. 안보 민감 기술에 대한 관세·수출통제는 그대로 두고, 비전략 부문에서 무역 수지를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26년 5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산물과 에너지는 합의문 첫 줄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대두와 LNG를 두 나라가 가장 부담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품목으로 꼽았다. 미국의 대중 대두 수출은 지난해 관세 전쟁 여파로 75%가 줄었다. 그 결과 대두가 주 수출 품목이었던 트럼프 대통령 핵심 지지 기반인 콘벨트가 치명타를 입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로선 농가 표심을 움직일 성과가 필요하다. 시 주석 입장에서도 대두 구매 재개는 헐값에 줄 수 있는 카드다.

에너지 카드도 같은 구도 위에 놓여 있다. 중국은 미국산 원유에 10%, LNG와 석탄에 각각 15%, 쇠고기에 최대 55% 보복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가 조정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축산업계에 제시할 카드를 확보한다. 중국 입장에서도 보조금이나 국유기업, 산업정책 같은 체제 변수를 건드리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시적 성과를 안겨줄 수 있다.

AP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대두·쇠고기·보잉 구매 계획을 함께 내놓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2017년 중국에 138억달러(약 21조 원) 규모 항공기를 수출했다. 지난 해에는 관세 전쟁과 중국의 항공굴기 여파로 단 한 대도 팔지 못했다. 시 주석에게 보잉 항공기 주문은 미국 제조업계와 트럼프 대통령 양쪽에 동시에 작용하는 정치적 선물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항공기 계약상 발표액과 실제 인도액 사이 간극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때 체결한 1차 무역합의 구매 약속은 이행률이 60%를 밑돈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협상의 무게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품목군에 실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2019년 1차 무역전쟁 당시 부과한 7.5% 관세 대상 품목 2200여 종이 대표적이다. 평판TV, 블루투스 헤드폰, 침구, 복합프린터, 신발이 여기 포함된다. 대부분 미국 소비자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일상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부담을 낮추면서도 ‘중국에 양보했다’는 비판은 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들 관세 대상 품목군은 두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이 품목군에 대한 협상을 마치면 오는 7월 만료되는 무역법 122조 기반 10% 임시 글로벌 관세까지 함께 정리할 수 있다. 중국에는 제조업 경색에 숨통을 트일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첨단 반도체나 전기차가 아닌 헤드폰과 프린터 같은 7.5% 관세 대상 품목 2200여 종에 집중해 협상안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WSJ에 “관계에 있어서 웅장한 타결이나 변화에 대한 희망적인 기대는 없다”고 했다.


세간 시선은 반도체에 쏠려 있다. 트럼프는 13일 트루스소셜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베이징행 대표단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젠슨 황의 중국 동행 자체가 이번 회담에 반도체를 거론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 들여진다.

그러나 반도체를 둔 미국과 중국 사이 협상 구도는 여전히 복잡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H200의 중국 수출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다만 제3자 성능 검증을 거치고, 군사용 목적 유용 금지 절차도 입증해야 한다. 승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수출분 매출 25%를 미국 정부가 가져가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 세관이 H200 반입을 사실상 막고, 자국 기술기업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구매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아직 H200은 중국에서 한 장도 팔리지 않았다.

미국이 반도체로 목을 죈다면, 중국은 희토류로 맞서는 구도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90% 이상을 통제한다. 중국이 희토류 금속과 영구자석 수출을 막으면 미국은 항공기·반도체·자동차 핵심 부품 생산이 흔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0을 팔려는 의지를 거듭 내비쳤고, 중국은 이를 더 큰 양보를 얻어낼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윌버 로스 전 미국 상무장관은 AP 인터뷰에서 “중국이 우리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고,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할 수 있다는 생각은 허구”라며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공존해야 하며, 문제는 그 규칙이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했다.

경제 의제 밖에서는 이란과 대만이 회담 향배를 가르는 변수로 꼽힌다. WSJ는 회담 핵심 의제를 무역·이란·대만으로 정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란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안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시 주석은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축소와 외교적 수사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웨이 량 미들베리 국제대학원 교수는 알자지라에 “미국이 전쟁으로 바쁘고 트럼프 지지율이 낮은 지금이 시 주석이 협상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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