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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하는 파월, 등판하는 신현송…한·미 통화정책 어디로 [Deep Spot]

2026.05.14 11:22

임기마친 파월, 워시에게 ‘이란전쟁’ 충격 바통
13일 워시 인준안 상원 통과…주중 취임 전망
‘34년만’ 균열 나타난 연준…불확실성 커져

신 총재, 美통화정책 불확실 속 첫 금통위
5월 점도표, 2월보다 얼마나 ‘매파’색 띌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




“I won‘t see you next time.(다음 회견에서는 여러분을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국시간 4월 30일 새벽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마지막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기자회견을 마쳤다. 파월 의장은 15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8년의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파월 의장 뒤로 남은 것은 결국 또 다른 전쟁발(發) 공급충격이다. 연준으로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맞고 있다.

한국에서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약 2주 뒤 첫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미국 중앙은행 총재는 떠나고, 한국 중앙은행 총재는 왔지만 두 나라가 맞닥뜨린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충격, 불안정한 물가와 경제성장 경로, 인하도 인상도 쉽지 않은 기준금리 등 복잡한 고차 방정식에 대해 양국 통화당국이 내놓을 해답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파월의 ‘가시밭길’ 8년…‘이란전쟁發 충격’ 바통 넘겨=파월 의장은 2018년 2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연준 의장으로 취임했다. 이어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재신임되며 파월 의장은 총 8년간 미국의 통화정책을 이끌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내 가시밭길이었다. 취임 첫 해 그는 기준금리를 1.25~1.5%에서 2.25~2.5%까지 올렸다. 3월부터 12월에 걸쳐 총 네 차례 인상했다. 이는 경기 부양에 사활을 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런 행보를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파월 의장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다음해부터는 연준이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2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만난 파월 의장은 달라졌다.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후폭풍이 더 클 수 있다”며 맞불을 놓았다. 두 사람의 정면충돌은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과다지출 의혹’에 대한 파월 의장 수사 개시로 이어지며 파국으로 치달았다. 연준의 독립성이 미국 안팎의 주요 이슈로 불거졌다.

파월 의장의 가장 큰 시련은 2020년 찾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는 2020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기준금리를 제로(0.00~0.25%) 수준으로 유지했다. 동시에 매달 1200억달러씩 국채를 사들이며 전례 없는 규모의 양적완화도 단행했다.

덕분에 경제 성장 경로 하방 압력을 방어하는 데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대규모로 풀린 자금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2022년 6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9.1% 오르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제는 반대로 천정부지 물가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파월 의장은 2022년 3월부터 그 다음해 6월까지 5.25~5.5%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높였다. 가속 페달을 밟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은 격이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대응이 뒤늦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2024년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듯 보이자 파월 의장은 세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공급충격이 재연됐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물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재차 마주한 공급 충격의 문턱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이제 바통을 케빈 워시 차기 의장 후보에게 넘겼다.

▶마지막 회의서 34년 만 ‘균열’…불확실성 커진 美 통화정책=파월 의장은 지난달 28~29일(현지시간) 마지막으로 주재한 FOMC에서 난제를 남기고 떠났다. 이날 기준금리는 시장의 예상대로 세 차례 연속 동결돼 3.50~3.75% 수준을 유지했다.

문제는 FOMC 위원 간 균열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이란전쟁발 공급 충격에 물가와 경제 성장 경로 모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FOMC 위원들이 사분오열한 모양새다. 실제로 이날 위원 12명 중 4명이 소수의견을 냈다. 1992년 이후 34년만에 최다였다.

소수의견에서도 방향은 둘로 갈렸다.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금리 동결에 반대하며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반면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등 3명은 금리 동결에는 찬성하면서도 정책결정문에 ‘완화 편향(easing bias)’이라는 문구를 넣는 것에 반대했다. 지금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취지다. 소수의견 4명중 1명은 비둘기파(통화완화 정책 선호)적, 3명은 매파적(통화긴축 정책 선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파월 의장은 퇴임하면서 이사직 유지라는 변수를 남겼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의장 임기 종료 후에도)당분간 이사로서 계속해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명분이다. 파월 의장과 친분이 있는 한 금융권 관계자는 “파월 의장 성향상 퇴임과 함께 이사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가 이달 중 예정대로 취임하더라도 앞으로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2일 미국 상원에서는 워시 후보에 대한 연준 이사직 인준안이 통과됐다. 이어 13일 워시 후보에 대한 연준 의장 인준안도 통과됐다. 이르면 이번 주중에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30일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개최한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간밤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연준 내부의 의견이 상당폭 나뉘고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강조되면서 차기 연준의장 취임 이후 미국 통화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연합]


▶신현송 총재 첫 금통위…점도표에 쏠리는 시선=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란전쟁발 공급충격에 더해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까지 커진 상황에서 28일 처음으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한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과 같이 기준금리를 8연속 동결하면서도 매파적 기조를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또한 이란 전쟁 이후 물가 상방 압력과 경제 성장 불확실성이 모두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신현송 총재는 BIS(국제결제은행) 재직 당시 신흥국의 통화정책이 미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내용의 ‘글로벌 금융 사이클(The global financial cycle) 이론’을 강조한 바 있다.

<본지 4월 10일자 4면 참조>

이 이론에 따르면 연준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의 통화정책 운신 폭은 더 좁아질 수 있다. 한은 금통위가 앞으로 미국 통화정책 흐름에 더 촉각을 곤두세울 가능성이 있다.

시장의 시선은 이번 회의에서 공개될 ‘점도표’에 쏠리고 있다. 점도표란 한은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이 각자 6개월 후 전망을 점으로 제시하는 소통 방식이다. 위원당 3개씩, 총 21개의 점이 찍힌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번 점도표가 2월보다는 매파적 분포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점도표에서는 총 21개의 점 중 16개(76.2%)가 현 기준금리 수준인 연 2.50%에 찍혔다. 4개(19%)는 0.25%포인트 인하에 찍혔고, 인상을 전망한 것은 1개(4.8%)뿐이었다. 그 이후 이란전쟁이 발발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만큼 이번 점도표에서는 금리 인상 쪽에 더 많은 점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3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에서 진행한 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올해 여러 상황이 바뀌고 특별히 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고민이 커졌다”며 “이제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반도체 수출 호조를 중심으로 한은 자체 전망치(0.9%)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1.7%를 기록했다. 동시에 이란전쟁에 따른 경제 하방 압력도 못지않게 큰 상황이다.

소비자물가도 불안한 흐름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 올랐다. 2024년 7월(2.6%)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정책이 물가 상승 압력을 1.2%포인트 끌어내렸다. 이란전쟁발 공급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 상방압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0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 기록을 보면 한 위원은 “앞으로 당분간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주요국들도 대체로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현저히 약화해 기존 경로의 변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점도표는 신현송 총재를 비롯해 신성환 금통위원 등 금통위원 7명 중 2명이 교체된 뒤 처음 공개되는 것인 만큼 한은의 새로운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매파’로 분류되는 신 총재가 취임한 데다, 금통위원 중 유일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신성환 위원 자리에 역시 ‘매파’로 분류되는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추천됐다. 신성환 위원조차 최근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압력이 굉장히 높고 미래 불확실성도 크다”며 긴축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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