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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규제 준수에 2억달러 투자…RWA·스테이블코인이 다음 타자”

2026.05.14 10:39

바이낸스, UAE FSRA 라이선스 취득
캐서린 첸 “가상자산 주도권, 기관으로”
비트코인 ETF 2년만에 600억달러
“토큰화 자산·스테이블코인 급성장할 것”


14일 서울 강남구 에피소드 강남 262에서 열린 ‘제4회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BBS)’에서 캐서린 첸 바이낸스 기관 부문 총괄이 20개 이상의 글로벌 규제 승인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기관투자자 맞춤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기폭제가 되면서 글로벌 전통 금융 기관들의 자금이 전례 없는 속도로 시장에 밀려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에피소드 강남 262에서 개최된 ‘제4회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BBS)’에 연사로 나선 캐서린 첸 바이낸스 기관 부문 총괄은 “블랙록이 주도한 비트코인 ETF 도입 이후 기관들의 가상자산 진입이 폭발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에서 커리어 대부분을 보낸 전통 금융 전문가인 첸 총괄은 지난 2021년 바이낸스에 합류해 기관 부문을 이끌고 있다.

첸 총괄에 따르면, 비트코인 ETF는 출시 2년여 만에 운용자산(AUM) 600억달러를 훌쩍 돌파했다. 이는 전통적 안전 자산인 금 ETF가 동일한 규모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보다 단축된 것으로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세다.

첸 총괄은 “ETF라는 기관들에게 친숙한 투자 수단이 생기면서 디지털 자산, 특히 비트코인이 진정한 투자 자산군으로 공식적인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ETF는 기관 진입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구조적 마찰’을 일거에 해소했다는 평가다.

첸 총괄은 “기관 채택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 기관투자자들은 예전부터 시장에 존재해 왔다”며 “다만 비트코인 ETF 도입을 계기로 그 규모와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첸 총괄은 “전통 금융 기관이 가상자산 지갑을 별도로 생성하고 프라이빗 키(개인키)를 직접 관리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매우 번거롭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ETF라는 익숙하고 합법적인 주식 형태의 수단을 통해 보험사나 대학 기금 같은 보수적인 기관들도 기존 규제 테두리 안에서 손쉽게 가상자산에 자본을 배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관 참여자들의 성격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프랍 트레이딩 펀드나 마켓 메이커를 넘어 현재는 패밀리 오피스,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 저변이 다양해졌다.

14일 서울 강남구 에피소드 강남 262에서 열린 ‘제4회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BBS)’에서 캐서린 첸 바이낸스 기관 부문 총괄이 20개 이상의 글로벌 규제 승인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기관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첸 총괄은 “기관들은 이제 ‘왜 비트코인에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며 “대신 어떻게 하면 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이 거대한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을지에 대해 바이낸스에 많은 상담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ETF의 뒤를 이어 시장을 견인할 다음 핵심 동력으로는 실물연계자산(RWA) 등 ‘토큰화 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이 지목됐다.

과거 부동산, 원자재 등 비유동성 자산 중심의 토큰화 논의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채권이나 머니마켓펀드(MMF), 주식 등 실용적인 전통 금융 상품의 토큰화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일례로 블랙록과 프랭클린 템플턴이 선보인 토큰화 MMF의 AUM은 초창기 2억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각 20억달러를 넘어섰다.

아울러 국경 간 송금 및 결제 수단으로 우월성을 입증한 스테이블코인은 지난 5년간 유통량이 10배나 급증했다.

첸 총괄은 “미국의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법안(지니어스 법안) 도입 등 규제 프레임워크가 명확해지면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며 “단순 송금을 넘어 이제는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 같은 거대 전통 신용카드사들도 결제 정산에 스테이블코인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스터디에서는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 진입 시 직면하는 구조적 마찰과 그 해결책도 심도 있게 논의됐다.

첸 총괄은 “전통 금융은 자산을 분리된 수탁사에 보관하고 거래 후 정산(Post-trade settlement)을 진행하지만, 가상자산은 거래소에 자금을 먼저 예치해야 하는 선입금(Pre-fund) 구조라 기관의 내부 리스크 관리 기준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바이낸스는 은행, 고객, 거래소가 맺는 ‘3자 간 계약’ 모델을 제시했다. 첸 총괄은 “기관이 평소 거래하는 기존 은행에 자산 수탁을 그대로 유지해 안전성을 담보하면, 바이낸스는 이를 근거로 온체인 가상 마진(Virtual margin)을 발행해 준다”며 “기관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외부 거래소에 직접 자금을 예치해야 하는 리스크 없이도 즉각적인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하도록 기존 전통 금융의 문법을 차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4일 서울 강남구 에피소드 강남 262에서 열린 ‘제4회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BBS)’에서 캐서린 첸 바이낸스 기관 부문 총괄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시장에 진입하려는 전통 기관들이 거래소 등 가상자산 파트너를 평가하는 과정 또한 기존 전통 금융권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첸 총괄은 “보수적인 기관 투자자들은 비즈니스 파트너 선정 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며, 특히 가상자산은 초기 산업인 만큼 파트너십 구축 시 한층 더 상세하고 강도 높은 실사(EDD)를 요구한다”며 “이러한 강도 높은 실사를 통과하는 것은 필수 요건”이라고 짚었다.

법적 규제 요건 외에도 기관들은 파트너 선정 시 풍부한 유동성, 경쟁력 있는 가격 조건, 보안성을 갖춘 인프라, 포괄적인 생태계 보유 여부를 집중적으로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첸 총괄은 포괄적 생태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제 기관에게 가상자산은 단순한 거래 목적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기관들은 직접 거래뿐만 아니라 예치(스테이킹)를 통한 안정적 수익 창출, 원활한 거래 체결 지원 등 기존 시장과 유사한 고도화된 솔루션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기관이 최종 고객)에게 자체적인 가상자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파트너사의 지갑 및 거래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B2B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이 모든 니즈를 충족하는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거대한 기관화의 물결 속에서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의 체질 개선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 3억 10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바이낸스는 최근 누적 거래량 145조달러를 기록하며 일부 기간에는 나스닥의 거래량을 추월하기도 했다.

올해로 설립 9주년을 맞이한 바이낸스는 2023년 이후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프로그램에 2억 1300만달러 이상을 대거 투자했다.

과거 뚜렷한 단일 본사가 없었던 바이낸스는 올해 초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의 전통 금융 규제 기관인 금융규제서비스규제청(FSRA)으로부터 글로벌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첸 총괄은 “기관 고객 파트너십에 있어 규제 우선주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바이낸스는 전 세계 거래소 중 가장 촘촘하게 규제를 준수하며 SOC 1·2 감사와 ISO 42001 인증까지 마쳤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첸 총괄은 전 세계적인 규제 확립이 가상자산 채택의 강력한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지니어스법, 유럽연합의 가상자산기본법(MiCA),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조례 등 규제 프레임워크의 명확성이 더해지고 있다”며 “산업 내 우수한 기술이 기존 금융 인프라와 성공적으로 결합하면서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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