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전
[더버터]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흐르는 ‘장학의 선순환’을 만든다
2026.05.14 05:30
상임이사 인터뷰
1988년 설립된 DB김준기문화재단은 40년 가까이 장학사업에 몰두해온 대표적인 공익법인이다. 지금까지 장학금을 받은 동문 수는 6483명. 누적 장학사업비는 1255억이다. 오랜 시간 이어진 재단의 장학사업이 최근 전환점을 맞았다. 기존의 장학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이다.
“첫째, 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발굴해 지원할 것. 둘째, 장학생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장기적으로 서포트할 것. 셋째,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는 선한 인재를 양성할 것.” 지난달 28일 만난 강은정 상임이사가 새롭게 정비한 장학사업의 3대 원칙을 들려줬다.
Q : 장학사업을 개편하게 된 이유는.
A : “클라이언트(고객)의 니즈에 맞춘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누구냐. 바로 장학생들이다. 시대가 이렇게 변했는데 장학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우리 재단뿐 아니라 한국의 장학사업들이 대체로 그런 편이다. 재단이 원하는 장학이 아니라 장학생들이 원하는 걸 공부해 거기에 맞춰 사업을 다시 설계했다.”
Q :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A : “대학생을 위한 ‘드림리더’와 석·박사 대상 ‘드림마스터’ 장학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학비’ 지원 장학을 했는데, 2024년부터 ‘생활비’ 장학으로 바꿨다. 학비를 주는 곳은 많은데 생활비 주는 곳은 많지 않다. 다른 기관의 장학금을 중복으로 받는 것도 가능하게 해줬다. 특히 드림리더 장학의 경우 작년부터 소득분위 제한을 없애고 자원봉사 활동을 강화했다. 매년 60명씩 선발하는데 작년에 1970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Q : 시설이나 위탁가정 청소년을 지원하는 ‘드림빅’ 장학은 어떻게 탄생했나.
A : “원래 재단에 대학생 장학만 있었고 청소년 사업은 없었는데 재단 설립자인 김준기 회장님이 사각지대 청소년을 돕고 싶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하셨다. 보육원이나 그룹홈,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청소년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장학금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보호대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드림빅 장학을 시작한 이유다.”
Q : 기존 시설 청소년 프로그램과 어떤 차이가 있나.
A : “양육시설을 나와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 사업은 이미 많다. 정책도 꽤 촘촘하다. 하지만 자립의 시기에 지원하는 것은 늦다는 게 우리 결론이다. 더 어릴 때, 시설에 있을 때부터 자립을 준비시켜 줘야 한다. 자립을 잘하려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매년 중학교 3학년 학생 40명을 선발해 ‘꿈 계획서’를 받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학원비, 재료비 등 필요한 것을 지원해 준다.”
Q :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지원되나.
A :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건 무엇이든! 영어·수학 학원뿐 아니라 댄스, 헬스, 보컬 트레이닝, 미용 등 뭐든 다 도전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는 말이 ‘딴 거 해도 괜찮아’다. 열 번, 스무 번 바꿔도 된다. 장학금을 받았으니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이것저것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 이게 전통적인 장학과 차별되는 점이다.”
Q : 아이들의 변화가 느껴지는가.
A : “장학생들에게 매년 ‘꿈 계획서’를 받는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아이가 굉장히 현실적인 꿈을 적는다. 간호조무사나 부사관 등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일할 수 있는 직업들을 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의 꿈이 꿈다워지는 것을 느낀다. 대학 갈 생각이 없던 아이들이 진학을 고민하고 유학까지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재단이 끝까지 지원해 줄 것이라는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Q : 기억에 남는 장학생이 있다면.
A : “첫 캠프에서 1박 2일 내내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던 남학생이 있었다. 교육 중에도 밥을 먹을 때도 절대 후드를 벗지 않고 눈도 안 맞췄는데 1년간 함께하면서 지금은 수다쟁이가 됐다. 먼저 자립한 선배들이 아이들의 멘토가 돼 4년간 밀착 멘토링을 해주는데, 이런 장기적인 관계들이 마음을 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Q : 장학생들을 자원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이유는.
A : “자원봉사 활동은 재단 장학사업의 핵심이다. 자신이 받은 혜택을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환원하는 ‘선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장학은 단지 한 개인의 삶을 바꾸는 것을 넘어 사회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재단은 드림빅, 드림리더, 드림마스터 외에 베트남에서도 글로벌 장학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인재 양성을 위한 ‘DB 보험금융공모전’과 ‘GAPS투자대회’는 각각 16년,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장수 사업이다. 강은정 상임이사는 “뚝심 있게 오래 하는 것이 재단의 강점”이라고 했다.
Q : 그 뚝심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A : “장학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재단의 뚝심으로 긴 시간 장학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면, 이제는 장학생들이 다시 후배 세대를 돕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도움받은 사람이 다시 누군가를 돕는 선순환이 세상을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그게 장학의 진정한 가치다.” 김시원 더버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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