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 중립과 협치의 국회 보여주길
2026.05.14 01:31
국회의장 당적금지 취지 다시 돌아보길
후반기 국회서 공정성·절제 보여줘야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조정식 의원을 선출했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만큼 조 후보는 본회의 표결을 거쳐 국회의장으로 선출된다. 당내 최다선(6선)인 조 후보는 오랜 의정 경험과 정무 감각, 원활한 소통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국회의장은 개인의 정치적 역량만으로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다. 여야 대립 속에서도 의회 민주주의를 지탱하고 대화와 타협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 다음가는 국가 의전서열 2위이자 입법부 수장인 만큼 정치적 중립성과 국회 운영의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회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당파성 논란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특정 정파를 넘어 국회 전체를 대표하고 의사 진행과 입법 절차를 공정하게 운영하라는 취지다. 2002년 여야가 이 조항을 도입한 것도 국회의장의 중립성과 국회의 독립성을 뒷받침하자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역대 국회의장들도 현실의 한계 속에서도 이를 지키려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 경선은 그런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경선은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20%와 의원 투표 80% 합산 방식으로 치러졌다.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선출 과정에 당원 투표가 반영된 것은 처음이다.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 경선 당시 강경파로 분류된 추미애 의원이 낙선한 뒤 민주당이 당원 투표를 도입한 결과다. 그로 인해 이번 경선에서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이 가열된 것이다.
조 후보 역시 투표 전 정견 발표에서 “차기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만들겠다” “국회의 성공이 이재명정부의 성공” “당정청과 국회가 한 팀을 이루겠다”고 말해 국회의장의 중립적 역할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조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당 사무총장을 지냈고, 대통령 정무특보도 역임한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인사다. 그런 만큼 국회 운영 과정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균형감과 절제된 역할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22대 전반기 국회는 개헌 논의 무산과 상임위 갈등, 여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 등으로 적지 않은 갈등과 진통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후반기 국회의장마저 정파적 역할에 치우친다면 국회는 더 깊은 대치 국면으로 빠지게 된다. 조 후보는 이제 당내 경선 후보가 아니라 국회 전체를 대표하는 입법부 수장이라는 무게를 고민할 때다. 당적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여야 사이에서 신뢰를 만들고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책임이 그만큼 무겁다는 뜻이다. 새 국회의장이 특정 진영의 이해를 넘어 국회의 신뢰와 협치 회복에 힘을 보태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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