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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파업 쇼크, 차원이 다르다… 자동차의 12.6배 손실

2026.05.14 00:54

삼성전자 총파업 파장은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새벽 사후 조정 회의가 열렸던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1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사후 조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21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했다. 회의장 복도에는 ‘勞使共榮(노사공영)’이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신현종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21일부터 총파업에 나설 태세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세계 반도체 산업 역사상 실제 생산과 시장에 타격을 주는 첫 파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024년 7월 있었던 25일간 첫 파업은 5000여 명 참가에 그쳤다. 이번에는 8배인 4만명 이상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승호 노조 위원장은 “5만명 이상 될 수 있다”고도 했다. DS(반도체) 부문 전체 인원(7만8000명)의 64%에 달한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파업의 여파가 자동차·조선 같은 제조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 수출(4월 전체 수출의 37.1%)과 성장률(1분기 GDP 증가분의 55%)의 핵심이라는 점에서도 충격파는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그래픽=양인성


삼성전자 노조가 자체 추산하는 18일간 파업 손실은 최대 30조원이다. 영업이익 감소 예상액 18조원(하루 1조원)과 파업 후 가동 정상화에 걸리는 시간만큼의 손실(12조원)을 합친 것이다. 다른 산업의 파업 손실보다 크다. 지멘스와 애버딘리서치에 따르면 파업이나 정전, 사고 등으로 생산이 중단됐을 때 시간당 업종 평균 손실액은 자동차가 230만달러(약 34억4000만원), 중공업 30만달러, 소비재 3만6000달러다. 반면 삼성전자 파업 때는 시간당 2900만달러 손실이 발생한다. 자동차 파업 손실의 12.6배다.

이는 반도체 공정의 특성 때문이다. 자동차는 파업으로 생산 라인이 멈추더라도 파업이 끝나면 곧바로 재가동할 수 있다. 24시간 돌아가는 반도체 생산 라인은 한번 멈추면 조 단위 손실이 발생한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가 투입돼 표면을 깎고 특수 용액을 입히고 회로를 새기는 복잡한 과정이 쉴 새 없이 진행되는데, 잠시라도 멈추면 공정에 투입된 웨이퍼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 웨이퍼 1장으로 D램 1800개 정도 만들 수 있는데 장당 가격은 3300~3500달러다. 라인이 멈추면 일반 D램 공정은 3~4개월 치, HBM은 7개월 치 웨이퍼가 폐기 대상이 된다.

그래픽=양인성


파업이 끝나더라도 라인이 정상화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나노 단위 공정을 수행하는 수백 대의 정밀 장비마다 영점을 다시 맞추고, 불량이 난 웨이퍼를 폐기하고 목표 합격품이 나올 때까지 수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파업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의 재가동 및 정상화 과정에 2~3주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JP모건은 “파업으로 삼성전자 연간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0.5~0.9%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D램 시장 공급 부족으로 10개를 주문하면 6개 정도만 받는 상황인데, 0.9% 감소하면 시장에서 패닉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18일간 모든 생산 라인이 멈추는 최악의 경우엔 세계 메모리 공급 차질 규모가 D램은 3~4%, 낸드는 2~3%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KB증권)도 나왔다. 시장 점유율 2%로 글로벌 D램 5위인 대만의 난야 한 회사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충격이 발생하는 것이다.


파업은 삼성이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리고, 추격해 오는 중국 업체를 돕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 HP와 델 등 미 컴퓨터 제조사들은 D램 부족 상황이 장기간 지속하자 중국의 창신메모리(CXMT) 제품 검증에 착수했는데, 파업으로 삼성전자 메모리가 부족해지면 중국 업체로 눈을 돌릴 수 있다. 특히 신뢰가 가장 중요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서 파업 충격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맞춤형 HBM 시장에서 베이스다이부터 패키징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는데, 파업 리스크로 고객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번 떠난 고객은 운송·설계 전환 비용 탓에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가 경제의 잠재 성장 동력을 훼손하는 영구적 손실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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