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칼럼]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2026.05.14 00:22
조국 후보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지금 여당에서 제출한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이 ‘합헌적 틀’을 갖추지 못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의 우려는 특검에서 공소 취소를 해도 재판부에서 위헌 제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검법이 이대로 헌재로 넘어가면 위헌 판정을 받을 수 있으니, 형법학자로서 전문성을 살려 위헌 소지가 없도록 법안을 다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때는 그도 진보적이었다. 그때는 자신의 법학지식을 사회의 진보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각오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전문성으로 형사법의 대원칙을 합헌적으로 파괴하는 꼼수를 찾는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오직 ‘한’ 사람만 법의 예외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일을 하려면 삼권분립의 이념, 법치주의의 원칙, 형사사법 절차의 기본원리 등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들을 고루 훼손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도 반발한다. “헌법이 정한 권력분립과 형사사법 절차의 기본 원리를 중대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경실련) “대통령 임기 중 직접적인 공소 취소 요구는 부적절한 선례가 될 것이다.”(참여연대) “입법권력이 대통령 엄호의 목적으로 특검법을 남용하고 사법 절차를 뒤흔드는 선례를 경계한다.”(정의당)
대통령이 하려는 일은 사실 시스템 ‘안’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기소가 조작됐다면, 증거를 제시하면 공소는 자동적으로 기각된다. 그런데 왜 그렇게 안 하는가? 물론 기소가 조작됐다는 증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소를 취소하겠다면 그것도 시스템 ‘안’에서 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를 하면 된다. 그런데 왜 못하는가? 그에 따른 정치적·사법적 책임 때문일 게다. 그런 의미에서 공소 취소 특검은 비겁한 꼼수다. 특검이라고 쉽겠는가. 법무부장관이 져야 할 책임을 대신 져야 하는데. 특검 이하 공소 취소에 관여한 이들은 훗날 직권남용이나 법왜곡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러니 특검을 꾸리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게다.
듣자 하니 많은 검사들이 특검에 파견 명령을 받는 순간 즉시 “아플 예정”이란다. 특검을 꾸려도 수사검사들이 후일이 두려워 공소 취소를 거부할 수도 있다. 이를 예상해 대비책까지 마련해 놓았다. ‘공소유지 변호사’에게 위임한다는 것이다.
찾아보니 2007년에 폐지된 제도란다. 특검은 15년, 특검보는 7년의 법조 경력을 요하지만, 공소 유지 변호사는 자격 기준도 없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차마 내 손으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듣도 보도 못한 변호사들에게 떠맡기겠다는 속셈이다.
권력을 ‘향한’ 수사인 특검이 외려 권력에 ‘의한’ 수사의 무기로 전락했다. 이 특검은 자체 수사와 기소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의 목적은 단 하나, 검찰이 제기한 공소를 취소하는 데에 있다. 특검제도의 취지도 무너졌다. 모든 국민이 법 아래에 있는데 오직 한 사람만 법 위에 있다면, 그 나라는 더 이상 공화국(res publica)이 아니다. 그 나라는 권력자 한 사람의 사유물(res privata)이 된다.
국민의 공유재산이어야 할 국가 재정까지 ‘한’ 사람을 위해 투입된다. 이 해괴한 법안을 주도한 이들은 과거 대통령의 변호인들. 그들이 아예 자신들의 의뢰인을 위해 법을 만든다. 이들 가슴의 금배지는 사실상 그 수고에 대한 보수이리라. 결국 사적으로 지불해야 할 변호사비를 국고로 충당하는 셈이다. 규모는 어떤가? 파견 검사 30명, 파견 공무원 170명, 특검보 6명, 특별수사관 150명을 합쳐 무려 357명에 이른다. 역대 최대였던 내란 특검보다 30% 이상 많은 숫자다. 소요예산은 300억 정도로 추정된다. 이 역시 국고에서 나간다.
‘자기 사건의 심판 금지’와 ‘이해충돌 회피 원칙’은 형사사법 절차의 대원칙.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이 원칙은 파괴되었다. 왜들 저렇게 폭주를 할까?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다. “‘공소취소가 뭐야’ 물어보면 사실 모른다. 아무도.”(민주당 박성준 의원)
법 위에 군림하는 영리한 왕과 법 아래 복종하는 무지한 백성. 난무하는 특검의 차출로 검찰의 미제 사건이 그새 두 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무너진 정의의 피해는 고스란히 범죄 피해를 입은 백성들에게 돌아간다. 무너진 법치, 막대한 비용, 범죄 피해 복구의 지연. 이게 다 법에서 단 ‘한’ 사람의 예외를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이자 ‘공소 취소’가 뭔지 모르는 죄 때문에 에먼 백성들이 입어야 하는 피해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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