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20%, 현대차 30%, 카카오 13%… 성과급 요구 빗장 풀렸다
2026.05.14 00:53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2일 확정한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영업이익의 30%를 성과로 공유’한다는 조항을 처음으로 명시했다. 이 회사의 작년 영업이익은 2조원이었고, 증권가는 올해 3조3000억원대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 기준으로 노조 요구를 적용하면 1조원가량을 노동자들에게 나눠 달라는 셈이다. 수년간 성과급 기준 변경을 요구해온 노조가 영업이익의 N%를 수치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 달성 여부, 생산성, 재해율 등을 고려한 자체 계산법을 기준 삼아 성과급을 주고 있다. 회사 안팎에선 “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달라는 것은 반도체 업계 노조 움직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최소 30%는 원·하청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성과급과 후생 복지 등에 분배돼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통신·바이오·IT·조선·방산 등 최근 실적이 우수했던 업종을 중심으로 “삼성과 SK처럼 회사가 달성한 이익과 연동해 성과급을 달라”는 노조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진행 중인 기업들에선 임금 인상률보다 ‘성과 분배 체계’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여기에 올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면서, 협력사와 하청 노동자들까지 ‘원청과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여름 산업계 하투(夏鬪)가 ‘반도체발 성과급 전쟁’으로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업이익의 N%’ 이익 분배 요구는 업계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20일 결의 대회를 시작으로 단체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고, 상한을 폐지하라”며 지난 1~5일 창사 이래 첫 파업을 벌였고, 현재도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방식의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파업으로 항암제 등 일부 제품 생산이 중단되면서 약 15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고, 주가는 연초 고점 대비 26% 빠졌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 역시 수년째 임단협에서 성과급으로 순이익의 30%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10조3648억원)을 감안하면 노조 측 요구액은 3조원을 넘는 셈이다. 통신업계에서도 LG유플러스 노조가 영업이익의 30%를 요구하고 있고, 방산 1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도 직원들이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11개 계열사의 노조가 모인 노동조합협의회가 삼성그룹처럼 ‘초기업 노조’ 출범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과급 손질 등 근로 조건 개선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한다. 반도체 노조의 요구는 사실상 산업계 전체의 공용어가 됐다.
이익 분배 요구는 원청뿐 아니라 협력사까지 번지고 있다. ‘원청 수준의 이익 배분’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1차 하청 업체인 피엔에스로지스 노조는 지난달 원청인 SK하이닉스에 성과 배분을 이유로 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원청 직원들이 수억 원대 성과급을 받을 때 하청 노동자는 수백만 원의 상생 장려금에 그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성과 배분 금액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원청과 직접 성과급 차별 개선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역시 지난달 원청 생산직과 동일한 기준의 성과급 지급 등을 담은 교섭 요구안을 원청에 보냈다.
지난해 원·하청 노동자 성과급을 동일한 비율(기본급 400%)로 지급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범 사례’로 언급됐던 한화오션도 올해는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성과급 대상에서 제외됐던 급식 위탁 업체 웰리브지회의 교섭 관련 시정 신청이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인용되면서, 이 회사 노조가 한화오션과 동일한 성과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선박 건조와 직접 관련이 없는 독립 사업체까지 동일한 경영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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