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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 박장범 사장 '임명 취소' 못했다

2026.05.13 19:40

서기석·이석래 이사 불참 속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부결
박 사장, 새 이사회의 사장 선임 때까지 임기 이어갈듯
KBS 여권 이사들이 박장범 사장의 임명을 취소하려 한 시도가 무산됐다. 박 사장은 개정 방송법에 따라 새로운 사장이 추천될 때까지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KBS 이사회에 앞서 KBS 본관 앞에서 '박장범 임명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승철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장범 사장은 2인 방통위 체제에서 무자격 이사 7명이 제청해 임명된 자”라며 “법적 정당성도 없고, 스스로 공영방송에 신뢰와 공정성을 무너뜨렸으며, 노사관계를 파탄내고 경영실적도 낙제인 점을 모두 고려할 때 박장범 사장에 대한 임명제청은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내 기자


1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에서 열린 KBS이사회에서는 ‘2024년 10월23일자 한국방송공사 사장 임명제청 의결 취소의 건’이 상정됐으나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KBS 이사회에선 안건 의결을 위해 재적이사 과반인 6명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이 안건을 발의한 5명의 여권 측 이사 외에 한 명의 야권 측 이사가 더 동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캐스팅 보트’로 여겨졌던 이석래 이사가 불참하면서 예상대로 안건은 부결됐다. 이석래 이사는 4월29일 회의 당시 “(이번 안건에 대해) 근본적으로는 동의한다”면서도 “사장 임명 취소를 대통령이 재가했을 때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부분을 이사회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 이에 대안이 있다면 찬성할 생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다른 야권 측 이사들은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이날 이사회에는 KBS 이사 11명 중 서기석, 이석래 이사가 불참하면서 9명의 이사가 표결에 참여했다.

표결 직후 여권 측 정재권 이사는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이 결정은 어떤 형태로든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섣불리 제가 옳다고는 말씀드리지 않겠다. 그러나 이사회가 자기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판단하고,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권 측 이동욱 이사는 “이사회의 노력에 의해 경영진의 불안정성과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이겨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치적 해석을 하면서 과도하게 KBS 사장에 대한 위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표결 소식이 전파되고 나면 KBS의 모든 구성원이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현업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개정된 방송법에 의거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되고, 사장후보자국민추천위원회를 통해 새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박장범 사장은 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 방송법엔 법안 시행 이후 3개월 내 이사회가 새로 구성돼야 한다는 부칙 조항과 시민들로 구성된 사추위가 사장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고, 재적 이사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선임하는 특별다수제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방송법 시행령을 제·개정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본격적인 논의는 4월부터 시작됐다. 앞서 방미통위는 6월30일까지 새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7월부터 새 사장을 선출할 사추위 구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당일 표결 여부를 두고 여야 이사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여권 측에서는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이사들이 입장을 밝힐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야권에서는 이날 안건을 표결에 부칠 것을 주장하면서다.

여권 측 정재권 이사는 “동료 이사로서 서기석 이사, 이석래 이사의 결정이 이 자리의 행위로서 표현되는 것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이 각 이사들이 자기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권 측 권순범 이사는 “이 안건을 두고 우리가 진리를 찾거나 객관적인 진실을 찾자, 합의하자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더이상 논의하는 것은 논쟁에서 그칠 가능성이 많다. 각자가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의 문제라고 본다”면서 표결을 촉구했다. 결국 여야 이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시 의장을 맡은 김찬태 이사가 직권으로 표결을 추진, 무기명 투표가 이뤄졌다.

이승철 언론노조 KBS본부장(오른쪽 두번째)이 황근 KBS 이사(가운데)를 향해 박장범 사장 임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한내 기자


이날 이사회에 앞서 박장범 사장의 임명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언론노조 KBS본부는 표결 결과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KBS본부는 “정치적 후견주의 아래 파우치 박장범에게 호흡기를 달아주기 위한 표결”이라며 “이사회의 무책임한 표결과 불참으로 인해 공영방송 KBS는 다시 한 번 정상화의 첫 걸음을 뗄 기회를 놓쳤다. 여전히 파우치 방송, 땡윤방송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며, 공영방송의 정상화 시계는 그만큼 늦춰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측 이사들 역시 이사회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사회는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는 최고 의결기관으로서 과거 무자격 이사들의 사장 임명 제청 의결을 바로잡아야 하는 책무를 저버렸다”면서도 “무자격 이사들이 자신들만의 일방적인 의결로 위법하게 박장범 사장을 임명 제청했다는 사실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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