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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노동해방 유토피아’ 막아설 T-1000의 도전

2026.01.15 20:10

| 전병역 경제에디터

‘미래를 사는 남자’ 일론 머스크가 최근 대담에 나와서 그랬다. ‘보편 기본소득(UBI)’을 넘어 ‘보편 고소득(UHI)’ 사회가 올 거라고. 그날이 오면, 저축도 필요 없고, 노동은 하고 싶은 사람만 하게 될 거라 했다. “마치 슈퍼에 가면 채소가 있는데, 키우는 게 좋아서 텃밭을 가꾸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인공지능(AI)·휴머노이드란다.

다가올 세상에선 휴머노이드가 같이 농구를 하고, 기타 합주를 하고, 쓰러지면 심폐소생술(CPR)까지도 해줄 것 같다. 나아가 소설가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1515)에서 꺼낸 기본소득보다 높은 비현실적 이상사회,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세상’이 AI 덕에 열릴까. 솔직히 당장은 걱정이 더 앞선다.

일단 회계사 같은 전문직은 물론 단순 노무직까지 AI에 밀려 뿌리째 흔들릴 지경이다. “4년이면 거의 모든 인간보다 낫고, 5년이면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머스크는 AI 의술을 치켜세우며 의대는 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현대차 공장의 조립노동자라면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비롯해 올해 라스베이거스발 CES 소식을 보노라면 로봇 세상이 곧 펼쳐질 듯한 기세다.

휴머노이드와 인류는 어떻게 공존해야 할 것인가가 숙제로 닥쳤다. 영화 <엑스 마키나>(2015)나 드라마 <리얼 휴먼>(2012) 속 휴머노이드들에서 그렸듯, 점점 인간과의 경계가 모호해질 테다.

이들이 던진 궁극의 질문은 ‘대체 어떤 모습까지가 실존적 존재일까’라는 데로 가닿는다.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조차도 정말 ‘진짜’인가. 이미 네이버 지식인의 정보가 내 지식이 아니듯, 챗GPT 시대는 기존 경계들을 허문다. 나아가 ‘내가 AI인가, AI가 나인가’ 헷갈릴 물아일체의 지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

어느새 AI가 인간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 안에 들어와버렸다는 평가까지 벌써 나온다. AGI(인공일반지능)가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당장 현실적인 얘기부터 하자면, 아틀라스는 국내 산업계에 고민을 던져준다. 마치 2009년 즈음 ‘스마트폰 혁명’의 구조와도 닮았다. 삼성, LG는 스마트기기의 핵심인 운영체제(OS)는 구글에 의지하는 상태였다. 그 대신 액정화면, 카메라, 반도체 같은 하드웨어를 최적화하는 데 주력했다. 아틀라스에도 엔비디아 AI 칩과 구글 제미나이 소프트웨어가 핵심인 두뇌 역할을 맡는다.

이는 근본 질문을 한국 산업계나 정부에 던진다. ‘주권 AI’에 어떤 방향으로 공을 들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AI는 미·중 갈등의 최전선, 어쩌면 최후전선이 될 공산이 크다. 이들의 핵심기술 경쟁에 우리가 맞짱을 뜨긴 쉽잖다. 그런 AI를 산업에 잘 접목하는 우리의 기술력이 더 돋보일 수 있다. ‘깐부치킨 회동’ 즈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한국은 ‘피지컬 AI’를 실현할 모든 것을 갖춘 곳이라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AI 3대 강국’ 목표는 다소 애매하다. 오히려 ‘AI 활용 최강국’이 더 정확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게 요즘 강조되는 ‘추론 AI’다. 추론 작업이란 다양한 경험이 쌓여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냥개비부터 반도체, 자동차, 선박까지 만드는 보기 드문 한국 산업의 폭넓음과 깊이는 큰 기회요소다. AI의 가공할 위력은 ‘추론에 추론’을 거듭하며 ‘최적의 최적’을 몇곱절씩 반복 학습해내는 점이다. 과연 인간이 제어해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인류는 제임스 캐머런의 영화처럼 ‘T-1000’을 겨우겨우 따돌리기에 급급한 터미네이터라도 고안해야 할 수도 있다. AI 연구로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턴 미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아예 AI 통제는 어렵다고 본다. 대신 “모성본능을 AI에 심는 것이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라 할 정도다.

인간을 위한 AI,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로봇이 되도록 하는 게 인류의 목표가 돼야 옳다. ‘법 없이도 산다는, 셀프 도덕률의 무법자’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이들 때문이라도 AI에 참도덕은 꼭 심어주길 바란다. 저런 자들 손아귀에 T-1000 같은 게 쥐어질 경우 세계는 무시무시한 혼돈으로 얼룩질 수도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휴머노이드와 대비되는 ‘인간다움’에 대한 답을 찾아야 AI에 맞설 수 있지 않을까. AI에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 또한 중요하겠다. 언젠가 AI가 우리한테 이렇게 물을 수도 있어서다.

“생각이란 걸 하실 건가요? 그냥, 내가 다 알아서 할게요.”
전병역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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