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동아일보
동아일보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日 총독 노린 창덕궁 금호문(金虎門) 의거

2026.05.13 16:31

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칼 하나로 일제에 맞선 송학선
“만세를 불러라”100년 전 외침

1926년 4월 26일 각 신문에 ‘창덕궁 전하 승하(昇遐)’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있다. 그는 조선 최후의 군주인 순종 임금이다. 전국은 깊은 애도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 와중에 창덕궁 금호문(金虎門) 의거가 발생했다. 이는 사이토 마코토 조선총독 암살 시도 사건이었다.

5월 2일자 동아일보를 보자. “지난 4월 28일 오후 1시 10분에 경성부 평의원 고산효행(高山孝行), 좌등호차랑(佐藤虎次郞), 지전장차랑(池田長次郞) 등 3명이 택시 자동차를 타고 창덕궁으로부터 금호문(金虎門)으로 나와 와룡동 창덕궁 경찰서장 관사 앞까지 갔다가, 길에 사람이 너무 많으므로 다시 돈화문 앞으로 돌아오려던 차에 돌연히 청년 한 사람이 자동차의 좌측 후방으로부터 달려들어 우측으로 뛰어올라 왼손으로 자동차 창을 잡고 바른 손에 날카롭게 간 양식 칼을 들고 좌측에 앉았던 고산(高山)씨의 오른편 가슴을 찌르고 다시 왼편 허리를 찌른 후에 다시 중앙에 앉은 좌등(佐藤)씨의 가슴과 배를 찌르고 재동 방면으로 도주하려 하던 것을 발견한 경계 중에 있던 기마 순사 등원덕일(藤原德一)이 경적을 불며 그 뒤를 추격하였는데, 범인은 경적 소리를 듣고 이왕직 주마과(主馬課) 문 앞에서 옆으로 뛰어나와 붙잡으려 하는 순사 오환필(吳煥弼)의 배를 찔러 넘어트리고 다시 달아나는 것을, 등원 순사가 말을 몰아 범인의 앞을 가로막으므로 범인은 도로 몸을 돌이켰으나 그때에 이미 후방에서 수십 명의 기마 경관과 도보 순사가 추격해 왔으므로 휘문고등보통학교 문 앞 골목으로 들어가서 몸을 돌이켰는데, 그때 마침 등원 순사가 빼어 들고 내려치는 칼을 공교히 피하고 이어 떨어지는 그 군도(軍刀)를 집어 휘두르며 서로 어우러져 일장의 격검(擊劍)을 하던 중, 그때에 헌병 한 사람은 위협을 하느라고 육혈포를 네 방이나 발사하였는데 범인은 필경 여러 명의 경관에게 포위 체포되고 등원 순사는 범인의 칼에 머리를 맞아 중상을 당하였으며 범인도 경관에게 맞아 머리에 경상을 당하였더라.”

불행히도 차에 탄 사람은 사이토 총독이 아니었다. 일행은 순종 황제 빈소에 조문하고 나오던 길이었다. 단 한 자루의 칼을 가지고 의거에 나선 사람은 송학선이란 30세 청년이었다. 기사는 이어진다. “범인은 송학선(宋學先·30)으로 고양군 연희면 아현리에 본적을 두고 부모와 동생 두 사람을 데리고 지나면서 극히 빈한한 생활을 해 왔다 한다. 그는 어릴 때 서소문 안 사립보통학교에 다니던 사람으로 남대문통 어떤 일본인의 농구점(農具店)에 고용살이를 한 일도 있었다. 그는 금년 3월경부터 일본 대관(大官)을 암살할 결심을 하고 먼저 길이 4촌 5부(약 136cm)가량 되는 양식도(洋食刀)를 준비하여 밖으로 나갈 때마다 주머니에 감추고 다니면서 기회를 엿보아 오다가, 창덕궁 전하의 승하 하심을 따라 각 대관들이 창덕궁에 많이 출입할 것을 생각하고 26일 자기 집에서 현금 2원과 준비해 두었던 칼을 가지고 창덕궁 앞에 이르러 2시간 동안이나 형세를 보고 있다가, 그날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갔다 한다. 그 다음 날인 27일에 다시 집을 떠나 창덕궁 앞에 이르러 대관이 오기를 기다렸으나 아무도 보이지 아니하여 집에 돌아갔다가, 28일 오전 11시경에 다시 칼을 가지고 돈화문으로부터 금호문 부근까지 배회하다가 일본인이 탄 자동차가 금호문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보고 얼마 동안 자동차를 추적해 가다가 그 자동차가 잠깐 정지하는 것을 보고 그 곁에서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막차가 떠나자 뛰어올라 그같이 칼로 찌른 것이라 한다.”



기사는 현장을 목도(目睹)한 휘문고등보통학교 김동영 씨의 이야기로 계속된다. “다른 곳에서 어찌 되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내가 본 곳은 바로 우리 학교 정문 앞이었습니다. 원래 우리 학교는 점심시간에 학생을 밖에 내 보내지 아니하므로 마침 점심 때라 정문을 닫아두었을 때인데, 학생들이 문 안에 많이 모여 서서 구경을 하기에 나도 가 보았지요. 그 사람은 위에는 샤쓰만 입고 밑에는 조선 바지를 입고 편상화(編上靴·목이 조금 긴 구두)를 신었는데, 칼은 바른편 손에 들고 바로 우리 학교 정문 앞에 갔었습니다. 그리고 들어오는 골목장이에는 순사가 대여섯 명이나 칼을 빼어 들고 섰는데, 달려들지를 못하고 있습디다. 달려들지를 못하고 한참이나 서서 바라보다가 돌멩이를 집어 던집디다. 던져도 이리저리 피하면서 하나도 맞지는 아니하고 오히려 그 돌멩이를 집어서 순사들에게 던집디다. 그러다가 헌병 두 사람이 육혈포를 빼어 가지고 그 사람을 향하여 네 방인가 세 방인가 쏘았는데 그것이 공탄(空彈)이라 그런지 한 방도 맞지는 아니한 모양입디다. 하기야 육혈포를 든 헌병이 손을 벌벌 떨던데요. 그런데 헌병이 총을 쏘니까, 그 사람은 ‘오냐 쏘아 죽여라’하는 듯이 기운있게 두 팔을 떡 벌립디다. 그래서 총까지 놓아도 할 수가 없으니까, 필경은 경관들이 칼을 겨누고 달려드는데, 경관 한 사람은 댓발이나 되는 댓가지로 풀풀 찌르고 덤빕디다. 달려드니까 얼마 동안 대항을 하고 나서 옆으로 통한 샛길로 해서 쫓겨가다가 돌아서서 뒤에 바짝 따라오는 일본 순사 한 명을 칼로 처서 넘어트리고는 다시 한참 싸움을 하다가 그대로 쓰러져 버리니까 경관들이 달려들어 포박을 합디다. 내가 본 것은 그뿐인데 들으니까 구경하는 학생들더러 ‘만세 불러라, 만세 불러’하고 소리를 치더랍디다.”

같은 날인 5월 2일 조선일보에는 송학선의 집을 찾아간 기자의 이야기가 실린다. “범인이 체포되기는 28일 오후 1시 20분경인데 체포된 범인이 아현북리 27번지 사는 송학선인 것을 탐지한 조선일보사 기자는 즉시 때를 옮기지 않고 오후 2시경에 범인의 집인 아현북리로 그의 모친 김씨를 방문 함에, 김씨는 아침에 나간 자기 아들이 경찰서에 체포된 줄은 꿈에도 모르면서 말하되, ‘우리 아들은 모두 삼형제인데 맏아들이 학선이오 둘째 아들이 또학선(又學先·26)이오, 셋째 아들이 삼학선(三學先·16)이라 합니다. 아버지는 인쇄 회사에 다니시지요. 그리고 맏아들 학선이는 농구(農具) 회사에 들어가서 7년 동안이나 다니다가 다리 앓던 병으로 인하여 3년 전에 나와서 늘 집에 있었습니다. 성질이 늘 조용하여 외출도 별로 없고 남과 싸움 한 번 하지 않는 아이지요. 어떻게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발을 씻는 아이랍니다. 요새는 병이 다 나아서 며칠 전부터 과자와 실과(實果·과일) 행상(行商)을 하겠다고 돈을 만들어 가지고 오늘 아침에도 그 일로 나간 것 같은데, 오정(午正) 전에 좀 급히 다녀간 후에 아직 아니 왔으니까 이따 저녁에나 오겠지요’ 하면서 귀여운 아들이 잡힌 줄도 모르고 돌아오기만 기다린다. 김씨는 다시 ‘그런데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습니까’ 매우 궁금한 듯이 기자에게 물었으나, 기자는 참 그 참극을 말할 수 없어서 ‘이제 차차 아시지요’하고 정결하기 짝이 없는 다섯 간(間) 초가집에 외로이 앉아 아들 오기만 기다리는 김씨를 뒤로 두고 그 집을 나왔다.”

송 의사(義士)는 독립운동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오직 혼자의 힘으로 조선 총독을 암살하려고 했다. 민족 변호사 이인이 그를 무료 변론했지만 사형 선고를 받았다. 송 의사는 1927년 5월 19일 서대문 형무소에서 30살의 젊은 나이로 순국했다. 그의 사후 99년이 지난 지금, 관광객들은 창덕궁 금호문을 즐겁게 오가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목숨을 걸고 일제에 항거했던 송 의사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동아일보의 다른 소식

동아일보
동아일보
3시간 전
'라켓 천재' 하야시다 리코, 2년 만에 동아일보기 혼합복식 정상 탈환
동아일보
동아일보
4시간 전
유세 도중 눈에 멍든 조국…실핏줄 터진 김용남
동아일보
동아일보
5시간 전
"불의에 항거한 것이 무슨 죄냐"... 법정과 거리에서 싸운 '시대의 의인'
동아일보
동아일보
5시간 전
안성여중, 전국 소프트테니스대회 단체전 2위·개인복식 3위 성과
동아일보
동아일보
6시간 전
조국 유세 중 부상, 눈두덩이 붓고 멍들어…“뚜벅이는 계속된다”
동아일보
동아일보
6시간 전
“작은 사고” 눈에 멍든 조국, 실핏줄 터진 김용남
동아일보
동아일보
7시간 전
머투 '동행미디어 시대' 종합지 전환… 정치·사회부 등 신설
동아일보
동아일보
8시간 전
조국, 유세중 부상…“눈두덩이 붓고 멍들어”
동아일보
동아일보
11시간 전
조국 “눈두덩이 붓고 멍 들어…병원 주사맞고 약도 받았다”
동아일보
동아일보
2026.05.06
동아일보의 공정수당 '아전인수'는 무엇을 숨겼나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