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로또 당첨금 15% 용돈으로"…삼성 해법 "기업가치와 연동해야"
2026.05.13 16:42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교섭대표들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후조정 회의가 최종 결렬되며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2026.5.13 ⓒ 뉴스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박기범 박종홍 김성식 기자
"노동조합이 성과급 규모를 몇 퍼센트로 정해 요구하는 건 자식이 부모에게 용돈 액수까지 정해서 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 아빠 복권(로또) 당첨금에서 15% 무조건 용돈으로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회사가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이지, 일률적으로 요구할 사안은 아니다.”
삼성전자(005930) 성과급 갈등에 대한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의 평가다. 성과급을 영업이익과 연동해 고정적으로 지급해 달라는 노조의 주장은 과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은 단순한 임금 분쟁을 넘어 국내 대기업 성과 보상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과급은 경영실적과 미래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년 협상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성과급을 둘러싼 노조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회적 논의를 통해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과급 문제가 삼성전자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파이 어떻게 나눌까"…성과급 제도화 논란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상한 없이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하고 이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성과급 지급 규모 자체는 협의할 수 있지만, 영업이익 연동 구조를 고정하는 것은 경영 전략과 투자 운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조 요구의 배경에는 경쟁사 대비 상대적 박탈감과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현금 성과급에 연동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용구 교수는 "성과급 갈등은 결국 기업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반도체 초호황기에 발생한 특별 이익을 둘러싼 성격이 강하지만,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고정 배분하는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임직원뿐 아니라 투자자, 협력사,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한다"며 "성과급 규모는 미래 투자와 재무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글로벌 대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현금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성과급 산식을 고정화하면 기업의 투자와 연구개발(R&D) 등 미래 경영 전략 운용 폭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노사가 매년 경영 상황에 맞춰 협의하는 구조가 현실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현금 중심 성과급보다 주식 지급(RSU) 등 회사 가치와 연계된 보상 체계 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형로 삼성전자 부사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열린 사후조정회의가 결렬된 후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2026.5.13 ⓒ 뉴스1 김기남 기자
보상 체계 개편론 부상…사회적 논의 통해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노사 협상 경험 부족이 갈등을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는 원래 높은 수준의 요구를 전제로 협상에 들어가는 조직"이라며 "문제는 이를 조율하고 절충안을 만들어야 할 회사 측 대응 역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과거 무노조 경영 기조가 강했던 기업인 만큼 노사 협상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성과급 상한을 단계적으로 조정하거나 영업이익 연동 비율을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식의 절충안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향후 다른 대기업 노사 협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관수 노무사는 "성과급과 영업실적을 연동하려는 요구가 확산하면 기업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노사 자율 협상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논의를 통해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성과급은 기본급과 달리 기업 실적과 투자 계획, 경영 환경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노사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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