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에 흔들리는 스타머… 英 차기 총리 후보군은
2026.05.13 14:58
미국 CNN방송은 12일(현지 시각) ‘포스트 스타머’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집중 조명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벌써 차기 총리 후보군을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하다. 다만 아직 공식적으로 대표 도전을 선언한 인물은 없다. 영국 노동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려면 노동당 하원의원 5분의 1인 81명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이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웨스 스트리팅(Wes Streeting)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은 웨스 스트리팅(43) 보건장관이다. 케임브리지대 재학 시절 토니 블레어 정부에 대한 존경심을 여러 차례 드러냈던 그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개혁을 주도하며 강한 시장 친화적 개혁론을 강조해 왔다. “NHS는 현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그의 발언은 대표적이다. 이라크 전쟁 지지 문제로 한때 노동당을 떠났던 스트리팅 장관은 NHS 개혁 과정에서는 민관 협력과 기술 혁신을 강조하는, 이른바 ‘블레어주의’를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CNN은 스트리팅에 대해 “오랜 기간 노동당의 ‘온건파 미래 주자’로 꼽혀왔으며, 정부 내 가장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갖춘 정치인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제프리 엡스타인 연루 논란으로 주미 영국대사직에서 물러난 노동당 원로 피터 맨델슨과 가까운 관계라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앤디 번햄(Andy Burnham)
당내 좌파와 지방 기반 의원들 사이에서는 앤디 번햄(56) 맨체스터 시장을 대안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CNN은 “노동당 내부에서 ‘빠른 지도부 교체’를 주장하는 세력은 스트리팅 장관을 지지하고,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원하는 쪽은 번햄 시장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번햄 시장은 공공서비스 확대와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하는 이른바 ‘맨체스터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시장 친화 정책과 복지 강화를 결합한 ‘열망형 사회주의’ 모델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노선 덕분에 번햄은 현재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맨체스터를 영국 최고 성장 도시 중 하나로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하원의원이 아니라는 점은 치명적 약점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신분이어서 당장 노동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번햄 시장은 올해 맨체스터 인근 지역구 하원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희망했지만, 노동당 지도부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스타머 측이 잠재적 경쟁자를 견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영국은 채권 시장 눈치를 보는 상태를 넘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해당 발언 직후 영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앤절라 레이너(Angela Rayner)
‘흙수저 여성 정치인’ 서사로 주목받은 앤절라 레이너(46) 전 부총리도 잠재 후보군으로 꼽힌다. 그는 소탈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젊은 노동당 지지층과 전통적 사회주의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 16세에 엄마가 된 그는 노인 돌봄 노동자와 노동조합 활동을 거쳐 정치권에 입문했다. 레이너는 노동조합 활동이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됐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부총리와 주택장관 시절 레이너는 노동당 핵심 정책 상당수를 주도했다. 주택 공급 확대, 최저임금 인상, 세입자 보호 정책, ‘착취적’ 제로시간 계약 제한 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들은 내년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영국 남부 해안 지역 별장 관련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는 논란으로 그는 부총리직에서 사임했다. 그는 단순 실수이자 잘못된 법률 자문 때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미해결 세금 문제가 향후 당권 도전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다크호스들
이 밖에도 불법 이민 단속 정책을 맡고 있는 샤바나 마흐무드(45) 내무장관, 노동당 전 대표 출신인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장관 등도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특히 밀리밴드는 기후 의식이 강한 노동당 핵심 당원층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스타머 체제의 균열이 단순한 인물 경쟁을 넘어 노동당의 노선 투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레어식 중도 확장 전략을 유지할지, 보다 강한 복지·재분배 노선으로 이동할지를 두고 당내 균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대표 도전을 선언한 인물은 없지만, 공개적인 사퇴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동당 내부 권력 재편은 사실상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이라크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