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sayonbeat
sayonbeat
7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약물 냄새 맡고 일하던 청소노동자, 병을 얻다

2026.05.13 14:58

[클린룸을 오가는 사람들] 청소노동자 손윤화 이야기 ①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반올림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입니다.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재를 신청하면서 기록의 필요성을 절감해 생애사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아픔과 고통뿐 아니라 개인의 꿈과 행복에 대해 묻는 인터뷰를 했고, 재해경위서, 진술서가 아닌 삶을 담은 글을 적었습니다. 올 한 해 2월부터 한 명씩 총 11명의 삶을 구술기록으로 전해드립니다.

4월 말, 날이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할 때 천안에서 윤화 님을 만났다. 강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시는 윤화 님은 말투는 거칠게 느껴져도 밝고 순수한 분이셨다. 인터뷰를 하러 갔지만 인터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하루를 함께 보냈다. 식사도 하고, 마트에도 들르고, 카페에 갔다가, 동네 정자에 앉아 쉬고. 윤화라는 이름에도 꽃이 들어가 있듯 윤화 님은 꽃을 좋아하고 꽃을 닮은 사람이었다. 길을 걷다 꽃에 눈길을 주고, 꽃마다의 개화 시기를 기억해서 기다리고,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기도 했다. 뜻밖의 선물도 하나 받았다. 윤화 님은 버터헤드라는 이름의 상추 한 통을, 활짝 핀 꽃 모양을 닮아 이쁘다는 말과 함께, 내 품에 안겨주셨다.

조용히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

윤화는 1972년생으로 창녕에서 태어나 시골 생활을 하다 10살 때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 윤화는 작고 왜소한 아이였다.

엄청 소심한 아이. 엄청 소심한 상태였어. 그리고 소리, 냄새 이런 것도 엄청 예민하고, 그리고 병치레를 좀 많이 했다나 하여튼 그러더라고. 다른 애들보다 좀 많이 예민했던 것 같아.

나는 군것질을 따로 하는 게 없기 때문에 천 원 용돈 주면 한 달 내내 갖고 다녔어요. 입이 짧아서 저는 사실 먹는 걸 너무 싫어했어요. 끼니 오는 게 너무 싫었던 정도예요. 그러니까 너무 말랐었지. 너무 안 먹어가지고 엄마하고 오빠들이 많이 걱정하고 막 그런 건 있었지.

▲ 직접 키우는 밀필드로즈 제라늄 ⓒ손윤화

윤화와 오빠 둘을 먹여 살리는, 가족의 실질적 가장은 엄마였다.

친정엄마는 식당. 회사 식당 같은 데 다니고. 옛날에는 부산에 동양고무라고 있었어요. 신발 회사. 부산에는 그때만 해도 신발 회사가 많았기 때문에. 아버지는 그 옛날에 배운 게 없으니까 일을 해봤자 요즘 말하자면은 일용직, 노가다 이런 거죠. 일이 있을 때 있고, 일 없을 때 없고 그러니까 그렇게 집안에 도움이 되는 직업이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고정적으로 일 다니시는 게 엄마가 회사 다니고 하니까, 고정적으로 수입이 들어오니까 그걸로 엄마가 그냥 살고 그랬어요.

대학 갈 형편이 되지 않아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골프장에서 몇 달 일을 하다 사무직에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맞지 않아 이웃집 언니를 따라 농심에서 일을 시작했다. 2년 5개월간 라면을 박스에 담는 일을 했다. 그 당시 남편이 될 사람을 만나고 서울로 와서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스물세 살의 나이였다.

진짜 뭣도 모르고 한 거지. (결혼을) 너무 빨리했어. 근데 나는 사실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래서 빨리했어. 나는 사실 결혼 안 하고 싶었는데 친정아버지가 술을 자주, 그러니까 매일 드시고 거의 알코올 중독식이지. 술 안 드시면은 괜찮으신데 술만 드시면 집에 식구들을 힘들게 해서 너무 싫었어. 그래서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빨리 결혼했어요. 안 그랬으면은 결혼 안 하려고 했었거든요. 아버지가 술을 먹고 우리 속 썩이니까 나 그런 술 먹는 사람과 결혼 안 할뿐더러 (아예) 결혼 안 할 거라고 했지. 만약에 술 먹는 사람이면, 결혼하면 아버지 같은 사람 될까 봐. 근데 신랑, 애 아빠가 술, 담배를 안 하더라고. 그래서 하게 됐어. 술, 담배를 안 해서 결혼했어요.

이른 결혼을 하게 된 이유, 지금의 남편을 선택하게 된 이유 모두 술이었다. 원가족, 정확히는 아버지를 떠나고 싶었던 윤화는 무엇이 정답일지 알 수 없는 채로 가장 보편적인 원가족과의 분리 방법인 결혼을 택했다.

집을 벗어나 또 다른 집으로

그러나 결혼 후 만나게 된 것은 또 다른 집과 또 다른 가족이었다. 시부모님 근처인 강릉에 살면서 시부모님 농사일을 돕고 두 아들을 키웠다. 농심에서 일을 하던 시절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13년이 매우 느리게 흘러갔다.

근데 시집을 오니까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장난 아니시대요. 강릉에 살 때 너무 힘들었어요. 13년 동안 살면서. 우리 시간이라는 게 없었거든. 그리고 우리 시어머니 나 친정에 한 번도 보내준 적 없어, 명절 때. 딸들은 오기를 바라면서 하나 있는 며느리는 보내준 적이 없어. 간다고 해도 가라 말 한마디 안 했어. 가라 소리 한 적도 없지만, 간다고 해도 가라고 말을 안 했어. 입 다물고 계시더라고. '며느리가 무슨 친정이냐' 이거겠지.

어쩌면 윤화는 혼자가 되고 싶었을 뿐 새로운 가족을 원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시부모님은 며느리가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자주 찾아오길 바랐다. 결혼은 도피처가 아닌 새로운 속박의 시작이었다. 처음 윤화의 이력을 확인하고는 기록이 없어 공백으로 느껴졌던 이 시간은 알고 보니 윤화가 가장 많은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에 시달렸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 윤화의 노동은 소득 없이 기록으로도 남지 않는 노동이었다. 재생산 노동이란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노동, 곧 가사노동·돌봄 노동을 말한다. 상품을 만드는 노동이 생산 노동이라면, 그 노동력은 가사노동·돌봄 노동을 통해 재생산된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 실비아 페데리치에 따르면 육아·가사 도우미, 노인 돌봄 서비스처럼 일부 재생산 노동은 임금노동으로 편입되었지만, 아직도 대부분 가정에서 이뤄지는 가사노동은 부불(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노동으로, 그리하여 "가장 소외된 노동"으로 존재한다.

천안으로 와서 시작한 청소노동

시부모님과 물리적으로 밀착된 시간을 보내다 일자리를 찾아 2008년도 천안으로 이사를 했다. 강릉에는 큰 회사나 이렇다 할 일자리가 없었다. 윤화도 분식집, 문방구 알바를 하며 조금씩 돈을 벌었다.

애들 중학교, 고등학교 가니까 혼자 벌어서 안 되니까 '그래 같이 벌어야 하겠다' 생각해서. 이사 와서 분식집 잠깐잠깐 알바하고 용돈은 벌었으니까. 애들 학원을 안 보내도 학교 급식비에 그때만 해도 등록금도 다 들어가잖아요.

▲ 삶에서 거쳐 간 노동의 조각들 ⓒ박정원

그러다 아는 사람이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공장의 청소일을 소개해 줬다. A2 건물이 이제 막 지어져 설비가 들어오던 때였다. 청소일에 대해서도 무지하고 더군다나 공장이 어떤 환경인지 알지 못하는 채로 일단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일을 시작했다. 혼자 하는 일이라 해서 마음이 갔다.

한 사람이 여기 소개해 주더라고 탕정. A2 처음에 들어서면서 초창기에 사람 뽑는다고 하니까 거기 혼자 하는 일인데 해볼 만하나. 혼자 하는 일인데 이게 혼자가 아니더라고. 그때만 해도 제가 서른아홉이니까 진짜 젊었을 때네. 진짜 빨리 들어갔다. 근데 다른 언니들은 다 50대니까 그래 난 막내였지. 혼자 하는 일이라 해가지고 들어갔는데 그때는 뭐 기계에 대해서도, 분위기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지. 흙도 나오고 이러니까 처음에 공사할 때는 이게 뭐지 하고. 처음에는 지금처럼 이런 기계가 들어오고 이런 거 만드는 걸로는 상상도 못했던 거지. 그게 점점점점 설비 들어오고 이러다 보니까, 이 약물 냄새도 점점 나니까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니네.'

2편에서 이어집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중학교의 다른 소식

sayonbeat
sayonbeat
1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1시간 전
"9살짜리가 결혼을?"…알고보면 40살 동갑네기 中배우
sayonbeat
sayonbeat
1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1시간 전
인천공항 품은 ‘7월 신설’ 영종구 초대 구청장 자리 놓고 3파전 치열
sayonbeat
sayonbeat
2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2시간 전
카네이션도 공개적으로만…스승의날 '김영란법' 기준은
sayonbeat
sayonbeat
3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3시간 전
알로이시오 A.A예술기지가 더 영글었다
sayonbeat
sayonbeat
3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3시간 전
“엄마와 아들?” 알고보니 부부였다…9살 때 성장 멈춘 40대 男배우, 반전 인생에 中 감동
sayonbeat
sayonbeat
4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4시간 전
광주 고교생 묻지마 피습 ‘등굣길이 무서워요’…“경찰 보이면 안심” [세상&]
sayonbeat
sayonbeat
4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4시간 전
80년 5월 무명 시민군을 찾아서 [왜냐면]
sayonbeat
sayonbeat
4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4시간 전
남은 가족들은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 [탐사기획-자살예방법, 국가의 책무]
sayonbeat
sayonbeat
4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4시간 전
전교조 대구지부, '교육정책 요구안' 발표…"학교에 현장체험학습 선택권 보장해야"
sayonbeat
sayonbeat
5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5시간 전
[6·3경남]송영기 "자녀 입시에 의혹", 권순기 "대입에 활용 안해"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