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전기차 보조금 제조사 평가기준 재발표…“국내 산업보호 취지 후퇴”
2026.05.13 12:02
전기차 제조사 평가기준 수정안
초안 대비 기준 대폭 완화 나서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통과
기업 신용등급·특허보유 현황
해외 제조사 불리한 지표 삭제
초안 대비 기준 대폭 완화 나서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통과
기업 신용등급·특허보유 현황
해외 제조사 불리한 지표 삭제
13일 기후부는 제조사가 총점 100점에 60점 이상을 받으면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평가기준 수정안을 공개했다. 기후부는 이번에 정성평가 항목 대신 정량평가 항목을 늘렸다. 기술개발 역량(10점), 공급망 기여도(40점), 환경정책 대응(15점), 사후관리·지속성(20점), 안전 관리(15점) 항목 등을 평가한다.
이는 기후부가 지난 3월말 발표한 초안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완화된 수준이다. 기후부는 처음에 가점 포함 평가 총점 120점 중 80점 이상을 받아야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정량 평가(40점), 정성 평가(60점)에 가점과 감점이 20점씩 가능한 구조였다.
기존 평가기준에 있었던 해외 제조사에 불리한 지표들도 상당수 삭제됐다. 당초 기후부는 기업 신용등급, 특허 보유 현황 등 사업능력을 정량평가 지표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수정안에는 사업능력 항목이 사라졌다.
연구개발(R&D)투자 현황 지표와 관련해서도 해외 제조사의 실적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주기로 했다. 기존 기준상으로는 국내 R&D 투자실적만 인정됐다. 수정안대로면 해외 제작사의 본사가 보유한 R&D 투자실적까지 평가에 반영된다.
부품산업 전환 기여 등 공급망 기여도를 평가하는 지표에서도 초안에 비해 평가 기준이 완화됐다. 기존안에 평가 지표로 있었던 동반성장지수 현황과 국내 부품업체를 위한 전기차 전환 관련 교육 프로그램 운영 여부는 모두 이번 평가 기준에서 빠졌다.
기후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통과기준이 80점으로 설계됐으나 제도 도입 초기인데도 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어서 60점으로 조정했다”며 “초안에는 일부 제작사만 충족 가능한 지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서 그런 부분을 최대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정 평가기준에 따르면 테슬라 등 해외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도 대체로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 제조사들의 국내 산업 기여도를 높이자는 제도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테슬라 인기 모델인 ‘모델Y’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BYD의 전기차 모델들도 모두 중국에 생산 공장이 있다.
실제로 매일경제가 자동차 전문가 3인을 대상으로 익명으로 가상평가를 진행한 결과 평가기준이 바뀌면서 테슬라와 BYD 등 해외 제조사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될 확률이 높아졌다. 기존 기준안대로면 세 전문가가 매긴 테슬라와 BYD의 가상평가 평균 점수는 각각 63점, 56점이었다. 기준 점수인 80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수정 기준안상 테슬라와 BYD의 가상평가 평균 점수는 각각 58점, 53점을 기록했다. 기준 점수인 60점과 상당히 가까워졌다.
특히 이번 수정안이 테슬라에 우호적으로 마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음 기준안이 발표됐을 때 테슬라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대 여론이 형성된 바 있다. 당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자 기후부는 수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평가표에 테슬라를 살리기 위한 우회 조항 흔적이 보인다. 테슬라 ‘눈치보기’ 기준인 건 명확하다”며 “지방주도형 투자 자동 만점 예외, 모델별 가중평균 방식의 기후위기 대응, 정비망 ‘직영’ 우대, 감점의 ‘기후부 공식 인정’ 요건이 모이면 테슬라 통과, 중국 브랜드 탈락이란 결과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평가 지표 신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제도가 보완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평가표의 가장 큰 사각지대는 제조사가 한국 소비자를 어떻게 대했는지가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집단 소송, 확정 판결, 형사 고발 같은 사법 단계별 차등 감점을 도입하면 실제 한국 소비자 보호 실적에 따른 합리적 평가가 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산, 미국산 전기차 등에 대해서는 국내 산업 보호 차원에서 방어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무역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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