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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 공영제 반영한 '특별법' 신설 시급 [박남기의 미래 나침반]

2026.05.13 06:00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편집자주] 나침반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안내하는 도구입니다. 방향은 제시하지만, 특정 경로를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이 칼럼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와 나아갈 길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


최근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들의 선거 사무실이 지역별로 수십 개에 달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현재의 선거 구조하에서는 법적 보전 범위 밖의 천문학적인 비용 지출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현 교육감이나 재력과 막강한 조직력을 갖춘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형국이다. 교육 전문성과 리더십, 정치적 역량을 두루 겸비한 참신한 후보가 공정한 검증을 거쳐 교육계를 이끌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그것이 곧 우리 교육과 국가의 미래를 밝히는 길이다.

현행 교육감 선거는 정당 조직을 전제로 만들어진 '공직선거법'과 '공직선거관리규칙'을 준용하고 있다. 정당이라는 든든한 우산 아래 있는 후보를 위한 맞춤옷을 우산이 없는 교육감 후보에게 입힌 셈이다. 그 결과 '깜깜이 선거', 후보 개인의 과도한 비용 부담, 후보 난립과 임의단체 주도의 단일화 등 고질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교육감 선거 공영제를 골자로 한 '교육감 선거특별법' 신설 혹은 관련 규정의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주도해 후보 등록, 검증, 홍보, 토론, 단일화 등을 일관된 공적 체계로 묶는 교육감 선거 공영제 틀을 만들길 기대하며 몇 가지 생각을 제시한다.

한 시민이 2024년 10월 16일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벽보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DB) ⓒ 뉴스1 김성진 기자
교육감 직선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러닝메이트제는 교육과 국가 미래 차원에서 보면 득보다는 실이 더 커 보인다.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된다. 러닝메이트제는 결국 교육 자치를 포기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의무교육이 정당에 종속된다는 점이다. 정당 공천이 당락을 좌우하면 뜻을 둔 사람들은 지역 교육보다 정당 활동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정당 활동이 불가한 교원은 후보 되기가 더 어렵다. 현직 교육감 역시 차기 공천을 위해 정당 이념에 부합하는 극단적이고 편향적인 교육 정책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자라나는 세대가 어려서부터 특정 정당 편향적 교육을 받으면 우리 사회의 분열 양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교육감 선거가 유독 유권자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감 선거만이 아니라 학교교육 자체에 무관심한 유권자가 늘고 있다. 교육계와 관련 단체가 선거의 중요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해야 하며, 무엇보다 유권자 범위의 전향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교육 정책의 직접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되 그 범위를 중학교 1학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는 후보들의 공약을 학교 친화적으로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민주시민 교육의 목표에도 부합한다. 학생들의 판단력 부족을 우려하는 시각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연령에 의한 차별일 뿐이다.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유권자들이 후보나 공약이 아니라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관행에서 비롯된다. 교육감 후보만이 아니라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의 배경과 공약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자세히 살피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아울러 언론의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다.

이 문제 완화를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 책임하에 후보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 정보 시스템'(앱 포함)을 구축해야 한다. 후보자의 경력, 교육 철학, 공약, 그간 성과 등 꼭 필요한 사항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원하는 사람은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선거 운동은 제한하되 공적 채널(TV, 라디오, SNS)을 통한 공개 토론 기회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 지출 선거비 상한을 대폭 낮춘다면 진정한 교육 전문가가 후보로 나설 여지가 커진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자 토론회 모습. (뉴스1DB) ⓒ 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임의단체가 주도하는 사적 단일화의 후유증을 막기 위해서는 후보 범위를 축소하는 공적 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 충분한 정보를 열람한 유권자 패널 또는 일반 시민 표본을 대상으로 선관위 주도의 공식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적 후보 수를 제한하는 등의 공적이고 투명한 단일화 보조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현직 교원 출마 기회 확대도 필요하다. 유·초·중등교육을 관장하는 수장을 뽑는 선거인데 현장 교사 출마를 어렵게 하는 현 시스템은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

교육감의 권력 견제 또한 시급한 과제다. 현행법상 교육감은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의 집행기관'이다. 그런데 인사권과 예산권을 독점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어서 '교육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다. 선거 공영제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만큼 국가교육위원회보다 진일보한 '시도교육위원회' 구성 또는 시도의회의 견제 기능 실질화 등 1인 독주를 막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학교 현장이 출렁이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그 출렁임은 결국 교실의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정당 정치의 문법으로 짜인 현행 선거 제도를 그대로 둔 채 교육감 직선제 폐지나 러닝메이트제를 논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교육감 선거의 본질에 맞는 선거 공영제 원칙, 그 원칙을 담은 별도의 '교육감 선거특별법' 제정, 이것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치를 동시에 지키는 차선의 길이다.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댄다면 우리 교육과 국가의 밝은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차선책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가인재경영연구원 교육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광주교대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편 이상의 각종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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