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 안규백에 “어깨 나란히 하라”… 이란 작전 동참 압박
2026.05.13 00:51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11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인 ‘장대한 분노’를 언급하며 “우리는 파트너들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버지니아주(州) 알링턴의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현재의 글로벌 위협 환경 속에서 우리 동맹의 힘은 결정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최대 해운사 HMM의 다목적 운반선 ‘나무호’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당한 사실을 지난 10일 정부가 공식 확인한 가운데, 한국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작전에 동참·기여할 것을 공개적으로 재차 압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을 지원하는 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의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나무호 피격 직후 “이란이 한국 화물선 등을 공격했다”며 “이제 한국이 와서 임무에 동참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안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중동 사태를 특별히 언급하지 않고 “한미 동맹은 어려운 시기에도 변함없이 신뢰할 수 있는 바탕으로 함께해온 만큼 앞으로도 한목소리로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장관은 “국방비 증액 등을 통해 핵심 국가 국방 역량을 확보해 우리 주도의 한반도 방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우리 주도의 한반도 방위 실현’이란 표현으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를 꺼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안보 우선순위를 놓고 인식 차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추진 중인 우리 정부는 2028년을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로 설정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미 의회에서 2029년 1분기를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 목표 시점으로 언급했다. 이 때문에 안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를 집중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후 발표된 한미 공동 보도문에도 안 장관이 “국방비 증액, 핵심 군사역량 확보, 그리고 한반도 방위 주도를 위한 최근 한국의 노력을 설명했다”는 표현이 있었다. 우리 정부의 전작권 전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도문에는 ‘전작권 전환 시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양국 장관은 전작권 전환, 동맹 현대화 등 주요 동맹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협력을 강화시켜 나가기로 했다”는 원론적 표현만 있었다.
보도문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동맹을 현대화하는 가운데 위협을 억제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다각적 위협에 맞서려면 미국이 주한미군 자산이나 병력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의 관심사인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12일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 이 문제도 “논의가 됐다”고 했지만, 공동 보도문에는 담기지 않았다. 한미는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원잠 도입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지만, 대미 투자 지연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후속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우라늄 농축 시설’ 발언으로 미국이 지난달 초부터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 회담이었지만, 이 문제도 공동 보도문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관련 논의가 있었나’라는 질문에 이 부대변인은 “동맹 현안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논의가 됐다”고만 답했다. 한 안보 전문가는 “대이란 군사 작전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미국의 청구서만 부각된 회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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