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자의 '세 낀 집'…정부는 '일단 팔아라' 압박
2026.05.13 00:55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중개사무소에 양도세 관련 알림 문구가 보이고 있다. /박성원 기자
국토교통부는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 방안’을 발표했다. 토허제 지역에서 집을 사면 거래 허가일로부터 4개월 안에 입주해야 해 세입자가 있는 집은 사실상 매수가 불가능했다. 앞으로는 임대차 계약 종료일(최장 2028년 5월 11일)까지 실거주 의무가 유예된다. 올해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 허가 신청을 마친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시 조치다. 기존 유주택자가 이번 조치를 갈아타기에 활용하는 걸 막기 위해 매수 자격은 정책 발표일부터 잔금 지급 시점까지 무주택인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문제는 정책 순서가 거꾸로라는 점이다.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세 최대 82.5%’라는 명확한 패널티가 존재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매도에 따른 손익을 계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비거주 1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축소, 보유세 인상 등이 거론될 뿐 도입 여부와 시기, 강도 등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직장·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유는 인정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된 바 없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특공제나 보유세가 어떻게 될지 명확한 정보도 없이 토지거래허가 유예부터 해주고 팔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다주택자 유예 때보다 매물 출회 효과도 적고 시장 혼란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이번 정책의 가장 큰 맹점은 비거주 1주택자가 ‘왜 집을 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 결정자들의 말은 많았지만 정책으로 확정된 건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비거주 1주택도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 보유했다고 세금 감면은 이상해 보인다”며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개편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난 4월 18일에는 “오래 소유했다는 이유로 왜 (세금을) 대폭 깎아줘야 하냐”고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3월 22일 “뉴욕·런던·도쿄·상하이의 보유세를 연구 중”이라며 고가 주택 위주의 보유세 인상 방침을 밝혔고, 다음 날 이재명 대통령도 한국 보유세가 해외 주요국보다 적다는 내용의 기사를 X에 공유하며 “저도 궁금했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실거주 유예 조치의 필요성을 처음 공식 언급한 건 4월 6일 국무회의에서였다. 이 대통령은 “1주택자들도 세로 놓고 있는 집을 팔고 싶은데 왜 못 팔게 하냐는 반론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매물 유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패널티부터 제시하고 퇴로를 열어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지난 4월 16일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및 빌라. /뉴스1
◇불이익·예외 규정 없이 “일단 팔라”
특히 예외 인정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이 혼란을 키운다. 자녀 교육을 예외로 인정한다면 몇 살까지인지, 직장이 이유라면 어느 정도 출퇴근 거리부터 인정할지 등은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결국 규제 방안이 윤곽을 드러낼 때까지 대다수는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매물 잠김을 해소하려는 조급증이 스스로 정책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매물 출회 효과 자체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1주택자가 집을 팔면 다른 집을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자가 주택을 한 번이라도 가져본 사람은 다시 무주택 세입자가 되려 하지 않는다”며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이 나오더라도 주택 수요도 함께 늘기 때문에 올해 2~3월 다주택자 급매물이 대거 나왔을 때와 같은 시장 안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물 유도 효과 크지 않을 듯” 전망
이번 조치는 세입자 보호를 위해 도입됐던 기존 정책과도 충돌한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상생 임대인’이 대표적이다. 2021년 임대차 2법 시행 여파로 전셋값이 급등하자 1주택자의 임대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리고 2년 이상 임대차 계약을 유지하면 2년간 거주한 것으로 인정해왔다. 이 제도의 수혜자가 비거주 1주택자였다. 전셋값이 급등했지만 다주택자 규제는 풀 수 없던 정부가 전세 매물을 늘리기 위해 1주택자의 임대 공급을 유도한 것이다.
전세 시장의 구원투수로 활용했던 비거주 1주택자가 5년 만에 투기 세력으로 분류된 셈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1주택자들이 세입자 있는 집을 실거주자에게 팔면서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고 임차인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선 단기적인 대증 요법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이고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비거주 1주택자 매물 효과까지 끝나고 나면 그때는 더욱 심각한 매물 절벽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신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물을 늘리려면 차라리 양도세를 낮추거나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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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우 기자 snoopy@chosun.com 이정구 기자 jg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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