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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덕의 공유주방] [18] 요리사가 그것도 모르냐

2026.05.12 23:40



전분 반죽은 물을 적게 흡수하고 높은 온도에서 수분을 빠르게 배출해 얇고 바삭한 튀김옷을 만든다. /유재덕 파불루머

주말이다. 봄볕이 길게 누운 고속도로를 달린다. 대학 기숙사로 떠난 딸을 데리러 가는 길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가 차 안의 적막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백미러 속 뒷좌석은 비어 있다. 신호 대기에 멈춰 서자 핸들 위에 내려놓은 손등이 햇볕을 받아 따뜻해진다. 그 온기에 옛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중학교 1학년이던 딸이 퇴근한 나를 부엌으로 끌고 가 탕수육 재료를 잔뜩 펼쳐 놓던 날이다.

그즈음 선배 요리사가 운영하는 전농동 중식당에 가족과 함께 갔다. 탕수육과 새우칠리, 그리고 짜장면. 특별할 것 없는 메뉴였지만 아이들의 표정이 달랐다. 진정한 고수는 평범 속에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는다. 아이들도 어렴풋이 느끼는 듯했다. 일주일이 지나 딸이 탕수육 재료를 사 두고 나를 기다린 이유였다. 중식 요리사는 아니지만 그날 나는 딸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

탕수육은 대성공이었다. 의기양양하게 맛을 묻자 딸은 “뜨거우니 말 시키지 말라”고 했다. ‘말도 못하게 맛있다’는 말로 알아듣고 미소를 띠던 그 순간, 딸의 질문이 훅 들어왔다. “아빠, 전분 물 묻혀 튀긴 탕수육은 왜 핫도그보다 훨씬 바삭한 거야?” 쉽게 답을 주지 못하는 나를 올려다보며 딸은 ‘요리사가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을 지었다. 진땀이 났다. 수십 년 칼을 잡은 사람이 중학생의 한마디에 흔들리고 있었다.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한 것은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손으로만 익혀온 일에 머리와 마음을 보태야 한다는 것을 그 아이가 가르쳐 준 셈이다. 그렇게 읽은 책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고, 일간지에 칼럼을 쓰는 자리까지 얻었다.

내비게이션이 목적지에 가까워졌음을 알린다. 기숙사 앞 공터에 차를 세우자 멀리서 캐리어를 끌고 걸어오는 딸이 보였다. 성인의 모습이다. 차창에 비친 내 얼굴은 딸의 질문에 진땀 흘리던 그때 그대로다. 아이를 낳아 키웠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나도 자랐다. 아이가 나의 스승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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