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33개월 만에 최고…최고가격제에도 "차 끌고 나가기 무섭다"
2026.05.12 06:05
최고가격제로 물가 1.2%p 낮췄지만 정유사 부담 누적…6차 가격 주목
(세종=뉴스1) 이강 심서현 기자 = 중동전쟁발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국내 자가용 연료비 부담이 3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병행하며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지만, 휘발유·경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 체감 교통비 부담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없었다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약 1.2%포인트(p) 더 올라 3%대 후반에 육박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12일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 지출목적별 분류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운송장비 연료 및 윤활유 지수는 150.13(2020=100)으로 전월(138.87) 대비 8.1% 상승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 7월(156.7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33개월 만의 최고치다.
개인운송장비 연료 및 윤활유 지수는 휘발유·경유·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등 자가용 운행 과정에서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는 연료 가격 흐름을 반영하는 지표다. 일반 가계가 체감하는 출퇴근·외출·생계형 이동 비용과 직결되는 대표 생활물가 항목으로 꼽힌다.
해당 항목은 소비자물가지수 내 가중치도 높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개인운송장비 연료 및 윤활유의 가중치는 43.2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합계(100%)의 4.32%를 차지한다는 의미다.
가중치 수준만 봐도 개인운송장비 연료 및 윤활유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하는 데 쓰이는 458개 세부 품목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한다.
주요 항목별 가중치를 보면 주택임차료가 89.5로 가장 높고 △음식서비스 81.3 △개인운송장비 운영 60.3 △승용차 58.7 △통신 46.6 순이다.
개인운송장비 연료 및 윤활유는 개인운송장비 운영 항목 안에 포함되는 세부 항목인데도 자체 가중치만 43.2에 달해 전체 6위 수준이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가중치 자체는 매달 동일하지만 여기에 상승률이 반영되면 전체 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운송장비 연료 및 윤활유는) 국제유가에 따라 변동이 잦은 편"이라며 "총지수 등락률, 즉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품목성질별 분류로 봐도 유가 상승 부담은 뚜렷하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9% 상승하며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지수에는 전체 458개 품목 가운데 휘발유, 경유, 등유, 자동차용 LPG, 취사용 LPG, 부탄가스 등 6개 품목이 포함된다. 지난달 석유류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0.84%p로, 전체 물가 상승분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같은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대 1.6%p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2분기부터 4분기까지 국제유가가 4월 평균 수준인 배럴당 105달러를 유지하는 고유가 시나리오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여도가 1.6%p, 내년에는 1.8%p에 달할 것으로 봤다.
특히 국내 석유류 가격은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운송 불확실성으로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가 10%p 오를 경우 국내 석유류 가격은 2.69%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 OPEC 공급 감산, 금융시장 유동성 변화 등 통상적인 유가 변동 요인에 따른 상승 폭(2.00%p)을 약 30%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현장 판매가격 상승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 8일 기준 리터(L)당 2011.71원으로 1년 전(1638.94원)보다 372.77원(22.7%) 올랐다. 자동차용 경유 평균 판매가격도 같은 기간 L당 1505.77원에서 2006.22원으로 500.45원(33.2%) 상승했다.
가격 급등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는 지난 8일 오전 0시부터 적용된 '5차 석유 최고가격제'에서 정유사 공급 도매가격을 다시 동결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 도매가격은 L당 1934원, 경유는 1923원, 등유는 1530원으로 유지됐다.
당국은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없었다면 지난달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200원, 경유는 2800원까지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도 약 1.2%p 더 높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KDI도 3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고가격제가 최대 0.8%p 낮추고, 4월 유류세 인하폭 확대가 0.2%p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했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실제 2.6%보다 크게 높은 3%대 중후반 수준까지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마창석 KDI 연구위원은 "석유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 등 정책 대응은 국제유가 상승의 소비자물가 파급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라 국제유가도 두 달간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정유사와 정부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유사 부담이 계속해서 커지면 공급을 줄여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됨에 따라 정유사 부담에서 정부 부담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6차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공급 도매가격을 오는 22일 고시할 전망이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기름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