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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81> 전복 음식 백과

2026.05.12 19:28

왕실 약재로 쓰던 ‘바다 산삼’…라면·빵에도 넣을 만큼 대중화
싱싱한 전복을 내놓은 전복회. ‘바다의 산삼’이라 불리는 귀하고 비싼 전복은 조선시대부터 최고의 보양 식재료로 꼽혔다. 1960년대부터 꾸준히 연구해 양식 등의 방법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 조선시대 더없이 귀한 식재료
- 2000년대 이후 전남서 양식
- 비교적 친근한 향토음식 안착

- 궁중요리 국한된 조리법 넘어
- 비빔밥·물회·회·구이는 물론
- 호떡·짬뽕·쿠키 등 메뉴 다양화

전복(全鰒)은 예부터 ‘바다의 산삼’ ‘패류의 황제’라 할 만큼 귀하고 비싸기도 했거니와 영양 성분도 우수한 영양·보양 식재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삼계탕’에 전복 등이 들어가면 ‘해신탕’이 되고, 해물탕에 전복이 들어가면 ‘황제해물탕’이 되는 이유다. 고금을 통해 왕실의 특별한 음식부터 가문에서 내려오는 음식, 지역의 향토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소용된 식재료가 전복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최고 식재료

전남 완도의 전복 양식장.

전복은 복족류(배로 이동하는 동물)의 조개로 전복과 전복속의 해양 연체동물이다. 비교적 깊은 수심의 깨끗하고 해조류가 풍부한 암초 지대에 주로 서식한다. 전복은 조선시대에 복어(鰒魚) 혹은 전복어(全鰒魚)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껍데기에 숨구멍이 9개 있다고 구공라(九孔螺), 우리말로는 귀를 닮았다고 ‘귀조개’라고 불리기도 했다.

전복은 선사시대 패총에서 그 껍데기가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우리 민족이 아주 오래전부터 즐겨 먹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복은 오랜 세월을 보양식이나 약재 등으로 쓰였는데, 특히 조선시대 전복은 아주 귀한 해산물이자 최고의 보양식 식재료였다.

그러했기에 궁궐에서는 전복이 궁중 제례의 제물로, 임금의 건강을 책임지는 내의원에서 약재로 소용되었고, 궁중음식의 귀한 식재료로도 쓰였으며, 중국 황제에게 진상하거나 특별한 날 신하들의 하사품으로도 활용됐다. 전복의 위상은 임금이 궁궐 밖으로 행차를 나갈 때도 임금의 식단에 전복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쉬 알 수가 있다.

이 때문에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등 전복이 나는 각 지역에서 다양한 진상 기록이 남아 있다. 특히 제주에서는 사철 해녀들의 전복 채취로 다량의 전복을 진상했는데, 그 노동의 강도가 혹독해 지역민의 원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전복해물짬뽕.

조선시대 대표적인 전복 음식으로는 궁중 연회나 폐백에 주로 쓰였던 음식으로 생전복 또는 마른 전복을 저며서 쇠고기와 함께 간장과 꿀, 기름에 졸여낸 ‘전복초(全鰒炒)’가 있고, 전복과 더불어 닭고기 쇠고기 표고버섯 등을 넣어 뽀얗게 고아 낸 궁중 탕 요리 ‘추복탕(鰒魚湯)’, 신선한 전복을 얇게 썰어 간장에 조려낸 ‘생복찜’, 전복을 고기와 볶아낸 ‘생복화양적(生鰒華陽炙)’ 등이 있겠다.

생복에 녹말 옷을 묻혀 구워낸 ‘생복어음적’과 전복을 다른 재료들과 함께 꼬치에 꿰어 달걀물을 묻혀 구워낸 ‘전복느름적’, 얇게 포를 뜬 전복에 다진 소고기와 버섯 등을 소로 넣어 빚어낸 후 탕을 끓인 ‘전복 만둣국’, 그리고 전복으로 담근 김치인 ‘전복침채(全鰒沈菜)’와 유자 배 등을 채워 넣어 쌈으로 먹는 ‘전복쌈’ 등도 있었다.

북촌의 양반들에게 새벽 해장국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효종갱(曉鐘羹) 또한 전복을 비롯해 소갈비 해삼 송이 등 귀한 재료를 듬뿍 넣어 끓여낸 음식으로, 우리나라 배달 음식의 효시이기도 하다. 이들 전복 음식은 대부분 귀한 식재료였던 쇠고기 버섯 등과 함께 조리할 정도로 진미로 여겨졌다.

▮보양식부터 디저트까지

전복이 통째로 들어간 전복빵.

이처럼 궁중에서 왕이나 반가의 사대부들이 즐겨 먹어 오면서 발달한 전복 음식은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귀하면서 몸을 제대로 보해주는 음식으로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수심 깊은 바다에 서식하기에 채취하기가 힘들어 대중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국내 전복 양식 연구를 시작으로 1970~80대 인공 종묘 대량 생산, 2000년대 이후 해상 가두리 양식 등으로 대량 생산의 길이 열리면서, 지금은 국민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전복의 대중화’가 이뤄졌다.

현재 전복 양식 생산량은 2025년 기준 2만8000여 톤 규모이며, 이들 중 전남 완도를 중심으로 전남 지역이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완도 지역이 전복 양식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주산지로, 전복 가두리 양식을 통해 연간 2만 톤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완도군 본섬을 비롯해 노화도 청산도 보길도 소안도 등 완도 관내 전역의 해안에서 전복 양식을 하고 있다. 또한 매년 ‘장보고 수산물축제’ ‘갈꽃 섬 노화 전복 축제’ 등 전복 관련 축제를 통해 완도 전복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기도 하다.

전복해초비빔밥.

그러하기에 완도 사람들은 청정 바다에서 채취한 신선한 전복으로 다양한 향토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주요 음식으로는 전복 내장(게웃)과 전복 톳 등을 넣고 끓여낸 ‘전복 게웃죽’, 전복을 얇게 썰어 시원한 육수와 함께 새콤달콤하게 먹는 ‘전복물회’, 전복을 통째 구워낸 ‘전복구이’, 연로한 집안 어른들이 부드럽게 씹히면서 짭조름한 맛을 즐기는 ‘전복찜’도 있다. 진하고 고소한 ‘전복 게웃젓갈’은 밥도둑으로도 악명이 높다.

요즘은 다양한 요리를 개발, 현지 사람들이 즐길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음식을 널리 권하고 있다. 완도는 전복뿐만 아니라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도 광범위하게 재배, 생산해 내기에 전복과 해조류를 곁들인 음식이 많다.

전복과 다양한 해초를 넣어 경쾌한 식감과 신선한 풍미가 일품인 ‘전복해초물회’ ‘전복해초비빔밥’과 전복 내장으로 비빈 밥에 전복 살과 해초를 넣어 고소하고 꼬득한 식감이 좋은 ‘전복해초김밥’, 김을 함께 넣고 끓여낸 ‘전복김국’, 뚝배기에 전복 톳 된장을 넣고 팔팔 끓여낸 ‘전복톳된장국’ 등이 그것이다.

전복을 넣은 디저트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전복이 통째로 들어간 ‘전복빵’이나 전복 토막을 넣어 구운 ‘전복호떡’, 다진 전복과 내장 분말로 구워낸 ‘전복쿠키’ 등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복라면’ ‘전복짬뽕’ 등도 인기가 많다.

꼬들꼬들한 식감의 전복과 바다 향 가득한 해초를 밥에 올려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이나 간장 소스에 비벼 먹는 ‘전복해초비빔밥’과 얇게 썬 활전복에 아삭한 식감의 채소와 꼬들한 해조류를 맑은 육수나 고추장 베이스 육수와 함께 섞어 시원한 맛으로 먹는 ‘전복해초물회’ 등은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이다.

완도에 간 김에 청산도에도 잠시 들렀다. 청산도의 봄은 풋풋하고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푸르디푸른 바다는 끝없이 펼쳐지고 부드러운 바람 속 해안 몇 곳에는 전복 양식장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청산도를 돌아들다 청산도의 전복 음식 또한 일별한다. ‘전복김국’과 ‘전복뚝배기’가 그것이다. ‘전복김국’은 청산도에서 나는 물김과 전복을 넣어 끓인 담백하고 건강한 향토 음식으로 맑은 육수에 들깻가루를 더해 부드러우면서도 개운한 맛이 특징이다. 전복톳된장뚝배기는 청산도 앞바다에서 채취한 톳과 통전복, 각종 해산물을 넣어 끓여낸 것으로, 톳을 넣어 향긋하면서도 토속 된장의 구수하고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다.

이렇듯 완도는 전복과 해초로 밥상 중앙을 넉넉하게 채운다. 예부터 귀하고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널리 쓰인 전복이었으니, 이곳 전복 음식문화가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특정 식재료가 풍부하면 철마다 그 식재료로 인해 그 지역만의 독특한 음식, 음식문화가 발달하기 마련이다. 완도가 가진 다양한 전복 음식문화 또한 잘 보살피고 올바로 전래해야 할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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