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차 낙태 사건' 병원장 측 "산모의 자기결정권에서 비롯된 사건" 주장
2026.05.12 13:58
집도의 측도 항소심서 "생명을 경시해 벌어진 사태 아냐"
산모 측은 "숨진 태아를 수술로 꺼낸 것이라 인식…살인 고의 없다"
이른바 '36주차 태아 낙태 살해' 혐의로 1심서 실형을 선고받은 병원장 측이 2심서 "산모의 자기결정권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 피고인 중 하나인 병원장 윤아무개씨 측 변호인은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김용석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살인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을 앞두고 제출한 항소이유서에서 "유사한 사례에 비해 1심의 징역 6년 형이 과중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윤씨의 항소이유 취지를 확인하며 "결국 '산모의 자기결정권에서 비롯된 사건 아니냐'는 주장으로 보이는데 맞는가"라고 질문했다. 윤씨 측 변호인은 "맞다"고 답변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수술을 집도한 의사 심아무개씨 측도 "생명을 경시해서 벌어진 사태가 아니고, 제왕절개 수술 이후에는 관여한 바가 전혀 없으며, 범행 은폐 시도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원심의 징역 4년형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소이유서를 냈다.
원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산모 권아무개씨 측은 2심에서도 원심 때와 같이 '수술 당시 이미 숨진 태아를 배출한 것으로 인식한만큼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또한 후기 임신중지 관련 경험이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를 증인으로 신청해 구체적 절차에 관해 신문하게 해달라는 요청도 함께 내놨다.
재판부는 이를 수용해 내달 23일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할 방침이다.
한편 윤씨와 심씨는 2024년 6월 임신 34∼36주차에 해당했던 권씨에게서 제왕절개 수술로 태아를 꺼낸 뒤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태아를 덮고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윤씨는 병원이 경영난에 처하자 임신중절 수술로 돈을 벌고자 브로커들로부터 산모들을 알선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같은 수법으로 윤씨가 2022년 8월~2024년 7월 간 총 527명의 환자를 소개받아 수술비 14억6000만원을 받아챙겼다고 판단한다. 환자 527명 중 59명은 임신 기간이 24주차 이상이라는 이유로 타병원서 수술을 거부당한 이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이른바 '임신 36주차 낙태 브이로그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산모 권씨가 2024년 6월 유튜브에 게재한 '총 수술 비용 900만원, 지옥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이 사건이 공론화 돼서다. 특히 고주차 산모가 낙태 수술을 감행한 건 살인에 해당한다는 네티즌의 지적이 이어졌고, 이에 보건복지부가 경찰에 진정서를 내면서 수사가 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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