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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전쟁 기밀 유출 기자 겨냥…"취재원 밝히거나 감옥 가라"

2026.05.12 09:32

WSJ·NYT 등 주요 언론에 대배심 소환장 발부
블랜치 법무 대행 "기자에 소환장, 마땅히 할 일"
언론계 "취재활동에 대한 헌법적 공격…맞설 것"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관련 기밀 유출 보도를 문제 삼아 주요 언론사 기자들을 겨냥한 공격적인 수사를 법무부에 지시했다. 언론의 취재 자유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전례 없는 수준의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브래디 프레스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이란 전쟁 관련 기밀 사항을 보도한 기자들의 기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적극 발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 자신도 지난 3월 4일자 대배심(Grand Jury) 소환장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포스트잇에 ‘반역’…트럼프, 기사 묶음 법무장관에게 건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직무대행과의 면담에서 이란 전쟁 이후 이어진 언론 기밀 유출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공격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한 행정부 관계자는 트럼프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한 기사들에 ‘반역(treason)’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을 붙여 블랜치에게 건넸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는 자신이 이란 전쟁 개시 결정에 이른 경위와 심의 과정에서 보좌관들이 어떤 조언을 했는지를 상세히 다룬 기사들에 분노를 집중했다. 10주 전 시작된 이란 전쟁은 현재 불안정한 휴전 상태에 놓여 있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해당 기사를 게재한 언론사에 찾아가 ‘국가 안보 사안이니 유출자를 밝히거나 감옥에 가라’고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블랜치 대행도 이에 호응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 군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기밀 유출은 항상 수사할 것”이라며 “그것이 기자에게 소환장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면, 정확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 3월에 소환장 수령…NYT·악시오스·WP도 표적

WSJ가 수령한 소환장은 댄 케인 합참의장 등 국방부 관계자들이 대(對)이란 장기 군사 작전의 위험성을 대통령에게 경고했다는 내용의 지난 2월 23일자 기사와 관련된 것이다. 트럼프는 이 기사가 나온 지 5일 만인 2월 28일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개시했다.

트럼프는 또 지난달 7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에게 이란 폭격을 설득한 경위를 담은 뉴욕타임스(NYT) 기사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기사는 비밀 상황실(Situation Room)에서 열린 고위 참모 회의 내용과 함께 미 정보당국이 네타냐후의 주장을 회의적으로 봤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와 별도로, 지난 4월 3일 미국 전투기 한 대가 이란 상공에서 격추된 이후 구조 작전 관련 기사들도 수사 대상이 됐다. 트럼프와 관계자들은 기밀 유출이 구조 작전의 성공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무부의 소환장 발부 대상은 WSJ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몇 달간 검사들은 언론사는 물론 이메일·통화 서비스 제공업체에까지 소환장을 발부해 취재원 관련 정보를 요구해 왔다고 WSJ은 전했다.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법무부에서 열린 육류 가공업계의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 조사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헌법적 공격” vs “기밀 유출 단속”

WSJ 발행사 다우존스의 아쇼크 신하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는 성명에서 “정부의 소환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취재 활동에 대한 공격”이라며 “언론의 필수적인 보도를 억압하고 위협하려는 이 시도에 강력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모든 상황에서 사실에 따르고 법을 적용해 미국에 대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밝혀낸다”고만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 악시오스, NYT는 논평을 거부했다.

언론인 자유위원회(Reporters Committee for Freedom of the Press)의 브루스 브라운 회장은 “역사적으로 법무부는 유출 수사에서 언론사 소환장을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했으며, 언론 외 모든 출처에 대한 수사를 소진한 뒤에야 발부했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을 가능하게 한 정책적 변화도 주목된다. 전직 팸 본디 법무장관은 재임 시절 기자를 표적으로 한 소환장과 영장 청구를 대폭 제한하던 조 바이든 행정부 시대 언론 정책을 폐기했다. 새 정책 하에서도 검사는 기자 기록을 요구하기 전에 다른 출처에서 정보를 얻기 위한 ‘모든 합리적인 시도’를 다 해야 한다는 규정이 남아 있으나, 실제 운용에서는 문턱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트럼프의 언론 압박, 새 국면으로

이번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언론과의 갈등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지난 4월 초 기밀 유출 기소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본디 장관을 경질했으며, 자신의 형사 변호인 출신인 블랜치를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블랜치는 대통령이 법무부 형사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법무부는 앞서 지난 1월에는 기밀 정보를 불법 보관한 혐의로 기소된 정부 계약업체 시스템 엔지니어 수사와 관련해 WP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기기를 확보했다. 다만 2월에 연방 판사가 압수한 기기의 내용물 수색 권한을 요청한 검사 측 청구를 기각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대배심 소환장의 남용이 취재원 보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표현의 자유 전문 변호사인 시어도어 부트루스 주니어는 “대배심 소환장은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관계 자체에 직접 침투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 국민이 정부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재 활동의 근간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인들이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의 뉴욕타임스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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