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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미국에 ‘MAGA 내전’ 일으켜…충성파-반전파 서로 “배신자”

2026.05.12 05:02

흔들리는 트럼프 지지 세력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더 빌리지스 차터 스쿨’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리는 오랫동안 이 일로 괴로워할 것이다. 사람들을 오도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고의는 아니었다.”

미국의 우파 인플루언서 터커 칼슨이 지난달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공개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칼슨은 트럼프 탄생의 토양이 된 ‘우파 미디어 생태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수천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칼슨의 이탈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연합 세력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의 분열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갈등의 도화선은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다. 트럼프가 “끝없는 전쟁을 끝내겠다”던 공약을 뒤집고 전쟁에 나서자, 지지자들은 ‘트럼프 개인 충성파’와 ‘반전·고립주의파’로 갈라졌다. 정치 저술가인 제이슨 젱걸리는 “마가가 트럼프 개인을 숭배하는 집단인지, 아니면 특정한 이념 원칙을 따르는 운동인지를 시험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유튜브, 팟캐스트, 소셜미디어 등에서 막강한 조회수를 무기로 트럼프 당선을 위해 뭉쳤던 우파 미디어 생태계 내에선 서로를 향한 ‘배신자’ 낙인이 난무하고 있다. 우파·극우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배신했다고 비판한다. 캔디스 오언스, 앨릭스 존스는 대통령 직무 정지 요건을 규정한 수정헌법 25조를 거론하며 ‘트럼프 퇴진’을 외쳤다. 메긴 켈리는 이란에 대해 “오늘 한 문명 전체가 멸망할 것”이라고 위협한 트럼프에게 “정상적인 인간처럼 굴면 안 되냐”고 했다. 조 로건, 팀 딜런 등 트럼프가 청년·남성 지지층 공략에 활용해온 팟캐스터들도 조금씩 트럼프 행정부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보수 성향 매체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의 커트 밀스 편집장은 “이 전쟁만큼 마가 연합을 갈라놓은 사안은 없었다”고 했다.

반면 마크 레빈, 벤 셔피로, 로라 루머 등 친이스라엘 성향의 우파 인사들은 트럼프가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고 있다”며 그의 편에 섰다. 이들은 칼슨에 대해 “반역자”(레빈)라며 “정신질환자”(루머)이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도 칼슨 등이 “싸구려 공짜 홍보를 위해 아무 말이나 하는 멍청이들”이며 “마가가 아니다. 마가에 기생하려는 루저들”이라며 비판에 동참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최대 자산이었던 보수 미디어 네트워크가 흔들리면서 공화당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2기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2024년 대선에서 그를 지지했던 청년·히스패닉·흑인·무당층 유권자들의 이탈 조짐이 뚜렷하다.

특히 칼슨은 이 과정에서 트럼프를 적그리스도에 비유하는 등 종교적 수사를 동원하며 마가의 핵심 정체성 중 하나인 ‘기독교 근본주의’ 청중을 흔들고 있다. 최근 트럼프와 교황 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칼슨의 비판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칼슨의 공개적인 반트럼프 행보를 2028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독립 선언으로 분석한다. 공화당 경선 도전, 제3당 창당, 무소속 출마 등 어떤 선택을 하든, 칼슨이 보유한 수천만명 규모의 팬덤은 무시할 수 없는 정치 자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트럼프의 공화당 장악력은 여전하다.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인디애나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선거구 재획정(게리맨더링)에 반기를 든 공화당 현역 의원 6명 중 5명이 친트럼프 후보에게 패배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란 전쟁은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와 마가 성향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미 보수세력 내 이념 전쟁의 결과는 향후 미 외교 노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칼슨식 고립주의가 득세하면 주한미군 감축이나 전략적 운용 움직임에 한층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반면 트럼프 충성파가 주도하게 된다면 트럼프가 추구하는 어떤 정책이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낼 전망이다. 외교 협상보다 힘의 우위를 앞세우는 대외정책 기조도 강화될 수 있다. ‘마가 내전’의 승자가 누가 될지가 트럼프의 미국이 나아갈 길을 예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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