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지방선거 격변과 이념 정치의 몰락[포럼]
2026.05.12 11:40
이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가 단순히 정권에 대한 반대라고 보기 어렵다. 사실 14년 만에 집권한 노동당이 2년도 안 돼 정권 심판을 받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이번 선거는 기성 정당에 대한 항의 투표라고 할 수 있다. 거대 양당과 달리 개혁당·녹색당·자민당 등 소수 정당의 득표율이 모두 올랐기 때문이다.
유럽대륙과 달리 총선에서 순수한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영국식 웨스트민스터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영국 총선은, 비례대표제가 가미된 지방선거와 달리 결선투표도 비례대표도 없이 오직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원칙이 적용돼, 신정치를 내세우는 소수 정당도 의회에 진입하기 어렵고, 양당제를 강화한다. 그 결과 1930년대 이후 보수당과 노동당은 의석을 최대 90%까지 분점하는 이득을 보면서, 서로 권력을 교체하는 민주적 외양을 유지했다. 이번 결과는 과두체제에 안주하면서 이념 경쟁에 몰입한 양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 양당이 얻은 합산 지지율이 3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영국 선거의 교훈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양대 이념 정당은 몰락하지 않는다는 신화가 깨지고 있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국민은 이념에서 벗어나 물가·일자리·이주민 문제를 걱정하는데, 정당은 좌우가 대립하는 20세기형 구조에 머물러 있다. 현란한 이념과 공약도 곳간이 비면 실천할 수 없다. 영국 정부는 계속 늘어나는 국가부채 때문에 매년 공공 지출의 8.3%를 이자 갚는 데 사용한다. 국내총생산(GDP)의 3.7%로, 이자 지출액이 국방예산보다 훨씬 많다. 영국 국민은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정당을 찾고 있다.
둘째,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비민주적 정당을 승자로 만들 위험이 있다. 유럽 각국에서 기성 정당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포퓰리즘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최근 독일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독일대안당이 1위를 차지했고,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국민연합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 영국개혁당의 지지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나이절 패라지 당수가 차기 총리가 될 것이다. 영국식 선거제도가 그의 당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셋째, 지방선거에서는 주민의 일상적 삶에 관심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선출돼야 한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일꾼을 뽑아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지방자치제도를 실현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민의 생활 정치가 중앙정치의 식민화돼 계엄과 독재가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가 되고, 후보 공천에 당대표나 대통령의 친소 관계가 작용한다. 이것은 지역균형발전이 중앙정치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반영한다. 지방선거가 중앙당의 대리전이 아니라, 위민봉사(爲民奉仕)하는 생활 밀착형 정치인을 뽑을 수 있어야,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지방정치가 뿌리내릴 수 있다.
| 고상두 연세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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