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cpi
cpi
[세계는 지금] 지지부진한 미-이란 협상, 세계 경제에 장기적 악재

2026.05.12 09:4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2026년 전국 미식축구 우승팀 인디애나 대학교팀을 초대한 자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이란과의 휴전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면서 중단된 '자유작전'(Project Freedom)의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이란과의 휴전 상황에 대해 묻자 "믿을 수 없이 약하고, 인공호흡기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가 들어와서 약 1%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전날 이란은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이 제시한 종전 협상안에 대한 답변을 전달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이 "전쟁 종식, 미국의 봉쇄와 해적 행위 중단, 미국의 압력으로 해외 은행에 부당하게 동결돼 있는 이란 국민 자산의 해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답변이 핵 개발과 농축 우라늄 처리에 대한 사전 확약을 요구한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면서 "나는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확실하면서도 단순 명료한 계획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13∼15일 중국 방문에 나서기 전에 이란과 전쟁 종식을 선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타결 기대감을 키우는 발언을 계속해왔으나 현재로서는 방중 전 타결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란 설득 및 압박을 요청하며 시 주석의 협조를 통한 이란 전쟁 해결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이 4~5주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석 달째에 접어들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역향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멸적 소비경제 이란

1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한 카페 밖에 사람들이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란의 물가가 최근 며칠새 100% 폭등하고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등 처참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제1부통령은 특정 제품 가격이 일주일도 안 되어 100% 이상 급등했음을 시인했다.

이란 중앙은행에 따르면 4월 이란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보다 67% 뛰었다. 이란 노동사회부 관계자는 석유 및 제조업 분야의 주요 기업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약 10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국민들에게 물, 전기, 가스 소비를 제한할 것을 촉구했으며, 수도 테헤란 당국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란 철강 산업계는 기업들에 철강판 배급제를 실시할 것을 독려했다.

현지 주민들의 체감 물가는 수치보다 더 가혹하다. 지난 4월 중순,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 주민들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발발 후 불과 6주 만에 일부 물가가 약 40% 폭등했다고 전했다. 전쟁 이전에도 이란의 경제 상황을 좋지 않았다. 이미 식품 물가 상승률은 10월에 연간 64%까지 치솟았으며, 2월에는 105%로 더 가속화됐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한 56세 주부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치즈 한 덩어리 가격이 지난 한 주 만에 29%나 뛰었다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전쟁 피해 복구의 핵심 원자재인 시멘트 가격을 40% 인상하는 안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반다르 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들이 정박해 있다. ⓒ[AP/뉴시스]


이란 국영 매체들은 테헤란 검찰은 주요 생필품을 매점매석하거나 가격을 폭리하는 이들에게 징역 20년과 태형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의 대응은 임금 인상, 빈곤층 현금 지원, 쌀·닭고기·식용유 등 생필품 쿠폰 발행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지원책은 정부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 정부 관계자는 "자금 유입이 없다면 정부는 급여 지급조차 어려워질 것이며, 이는 결국 정권의 통치 능력 자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관료는 경제의 중추인 대형 산업 시설을 복구하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제재가 풀리지 않는다면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란 리알화 가치는 달러당 180만 리알이라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구매력 저하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있다. 리알화는 전쟁 초기 한 달 반 동안 8% 하락했으며, 작년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이후 몇 달 사이에 이미 가치의 60%를 상실한 상태였다.

이란 관영 매체는 재건 비용이 약 2,700억 달러에(약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3,410억 달러)의 약 80%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란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아랍에미리트(UAE)와 같은 이웃 국가들이 이전처럼 석유 거래를 돕거나 자본을 공급해 줄지는 미지수이다. 

비지니스인사이더는 "일부 이란인들은 점점 더 암울해지는 경제 전망 속에서 미래를 포기하고 현재의 소비에 집중하는 '파멸적 소비(doom-spending)'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4월 말 튀르기예를 방문 중이었던 멜리카(28)씨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전반이 정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들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제 저축을 포기하고 남은 돈을 써버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멜리카씨는 "이제 사회의 대다수 사람에게 (집이나 차 같은) 미래를 위한 준비는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멀어졌다. '왜 우리 자신을 스스로 힘들게 해야 해야하나. 어도 근사한 식사 한 끼라도 즐기자"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전쟁 영향 양극화 미국

11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 ⓒAFP 연합뉴스


뉴욕 증시가 이란전 종전협상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강세에 힘입어 상승했다.

11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5.31포인트(0.19%) 오른 4만9,704.4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91포인트(0.19%) 오른 7,412.8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05포인트(0.10%) 오른 2만6,274.13에 각각 마감했다.

S&P 500 지수가 7,400대에서 마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스닥 지수도 종전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뉴욕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믿을 수 없이 약하고, 인공호흡기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음에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미국의 고용 상황은 4월에도 회복력 있는 모습을 지속했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5천명 증가했다.

지난 3월 고용 증가 폭 18만5천명(수정치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증가 폭은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5만5천명)의 2배에 달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가계의 소비 여력 하락과 함께 해고 증가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지만, 이란 전쟁의 여파가 고용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실업률은 4.3%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AP통신은 "기업들은 어느 정도 이란 분쟁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사 PNC의 수석 분석가 거스 포셔는 "특히 기술과 AI(인공지능) 분야를 중심으로 강력한 기업 투자가 나타나고 있으며, 경제는 계속 확장 중이다. 우리는 몇몇 충격을 잘 견뎌냈고, 관세로 인한 최악의 타격은 이제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포셔는 "이란 분쟁이 길어질수록 에너지 가격은 더 오를 것이며, 고유가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경제에 미치는 저해 요인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DC의 엑손 모빌 주유소 ⓒEPA 연합뉴스


불룸버그 통신은 이란 전쟁의 여파가 미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란 분쟁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세계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중단 사태를 가져왔다고 할 만큼  거센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에서 시작된 전쟁의 여파가 공급망 전체의 위험으로 번지면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충격의 주요 원인은 전 세계 석유량의 약 5분의 1과 상당량의 액화천연가스(LNG)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때문이다.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갤런(약 3.78L)당 4달러를 넘어섰으며, 일부 지역은 매일 5~10센트씩 오르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연간 3.3%를 기록하며 2024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초당파적인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의 스콧 린시컴 부소장은 연준(Fed)의 목표치인 2%의 두 배인 4%까지 연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의 주요 공항들이 거의 전면 중단 상태에 빠졌다. 미국 및 국제 항공사들이 해당 지역 영공을 피해 장거리 노선을 우회하면서, 연료비 증가와 비행시간 연장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국 농민들은 농기계 가동을 위한 연료비 상승과 질소 기반 비료 가격의 폭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식료품 역시   비용의 상승과 물류 차질이 2026년 말까지 식료품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물가 상승과 경기 정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를 검토하던 연준(Fed)은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가계는 코로나19 이후 큰 충격이 더해졌던 2022년 에너지 위기 때보다 이번 충격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이번 경제 위기는 정치적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의회는 가을 선거 전 유권자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연방 유류세의 일시적 감면 등 구제책을 논의 중이다.

CBS뉴스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재정적 압박은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GDP의 약 70%가 소비자 지출에서 나오는 미국 경제의 특성상 성장에 큰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Y-파르테논의 수석 연구원인 그레고리 다코는 전쟁 여파로 올해 GDP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하여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직격탄 맞은 중동

16일(현지시각) 새벽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무인기가 연료 탱크를 타격해 화재와 연기 기둥이 솟아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항공기 운항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AP 연합뉴스


이란에서의 전쟁은 세계 금융 중심지이자 관광, 신흥 기술 강국으로서 명성을 쌓아온 부유한 중동의 왕정 국가들의 장기적인 경제 미래에 심각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이란이 세계 석유 및 가스 물동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기 위해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이 지역 개발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 세계 문제 협의회(Middle East Council on Global Affairs)의 선임 연구원 프레데릭 슈나이더는 "이들 국가의 공식적인 입장은 이번 경제 위기가 코로나19 때와 비슷할 것이며, 금방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쉽게 되돌릴 수 없는 구조적 균열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석유와 비석유 부문 모두가 동일하게 타격을 입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장기적인 손실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화석 연료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했던 구조적 안보 취약성과 지정학적 한계가 이제는 이들의 신성장 동력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고, '경제의 안전 가옥'으로 통했던 중동 국가들의 명성을 훼손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여행을 취소하고 있으며, 세계여행관광협회(WTTC)는 전쟁 초기 몇 주 동안 지역 경제가 입은 수익 손실이 하루 6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한때 매달 수십억 달러에 달했던 수입이 증발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바레인은 주요 수출이 중단되면서 무디스로부터 신용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큰 타격을 입었다. 

방대한 천연가스 수출 시설을를 통해 경제를 지탱하려던 카타르의 계획도 수출이 차단되고 생산 시설이 이란의 공격으로 심각하게 파손되면서 불확실해졌다.

텔아비브 대학교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요엘 구잔스키 선임 연구원은 "중동 국가들이 사우디와 UAE의 송유관, 사우디와 오만을 잇는 트럭 운송망을 통해 석유를 수출하고 물자를 수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은 이 국가들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전쟁으로 가격 충격에 고통받는 국가들이 대체 에너지원을 찾아 나서면서 석유와 가스에 대한 전 세계적인 갈증이 영구적으로 억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구잔스키 선임 연구원은 "중동 지역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경제 성장 청사진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아랍에미리이트 정부는 성명을 통해 "지정학적 및 경제적 압력을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선제적인 경제 전략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투자 계획이나 장기적인 경제 우선순위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동 경제 전반에는 이미 고통이 확산되고 있다. 

외교협회(CFR)의 레베카 패터슨 선임 연구원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기반시설 피해, 이란의 고조된 안보 위협, 석유 수입의 감소로 국가들이 한때 해외 사업에  향했을 자금을 국내 현안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안에는 석유 및 가스 생산 시설의 수리,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광범위한 신규 송유관 건설, 그리고 군사비 지출 증액 등이 포함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2016년에 체결된 다각화된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투자 계획인 '비전 2030' 계획을축소했다. 지난달 철회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대한 2억 달러의 기부금을 포함하여 선택적 투자들이 삭감되고 있다. 사우디는 LIV 골프 대회에 대한 자금 지원도 중단할 계획이다.

UAE의 경우 한때 외국인 거주자와 휴양객들로 북적였던 호텔들은 문을 닫고있다. 식당들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으며, 영업을 이어가는 곳들도 외국에서 조달하던 식재료를 메뉴에서 빼야 하는 상황이다.

육체노동 일자리가 줄어들고, 외국인 임원들이 이곳에서 살고 일하는 것이 안전한지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인구 구조는 빠르게 무너질 위험이 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에서 중동 지역 거시경제 분석을 이끄는 아자드 장가나는 "이런 현상이 부동산 폭락을 야기하고, 궁극적으로 UAE의 은행 부문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 피해자 아시아 

11일(현지시각) 인도 뭄바이의 한 주유소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란전쟁의 가장 큰 피해지역은 아시아다.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 지역인 아시아 국가의 정부들이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최악의 에너지 위기로부터 자국 경제를 보호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나, 그에 따른 고통과 비용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태평양 개발도상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1%에서 4.7%로, 2027년 전망치 또한 5.1%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5.2%로 높였다.

로이터통신은 석유 및 가스 공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두 달 가까이 봉쇄되면서 중동 원유 수출량의 원유 수출량의 85%를 소화하는 아시아의 전체 석유 수입량은 지난 4월 전년 대비 30%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정보 분석업체 케플러(Kpler)에 따르면, 이는 2015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입 관세를 면제해 주는 데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지역 전역의 재정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한나 루치니카바쇼르슈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연료 제품에 대한 소비세를 감면함으로써 초기 충격을 흡수하기로 결정한 것이 제1차 방어선이었다"고 분석했다.

인도의 국영 정유업계는 원유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연료 가격을 동결해 왔다. 경유는 리터당 약 100루피($1.06), 휘발유는 20루피의 손실을 보고 있으나, 일부 분석가들은 지난 4월 주 의회 선거가 종료됨에 따라 가격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호주를 포함한 여러 국가는 에너지 확보를 위해 외교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막대한 비축유와 다변화된 에너지 공급망, 연료 및 비료 수출 제한 조치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호주에서 미얀마에 이르기까지 일부 역내 구매국들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각국 정부가 재정 자원과 외환 보유고, 비축유를 동원하고 있는 덕분에 이번 전쟁이 아시아에 미친 경제적 충격이 우려했던 것만큼 최악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과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물가 상승 전망치를 소폭 올렸다. 분석가들은 보고서를 통해 "지금까지의 회복 탄력성이 구조적 요인 덕분인지, 아니면 지속 불가능한 수준까지 비축분을 쏟아부었기 때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첫 번째 방어선인 아시아의 신흥국 통화는 세계 경쟁국이나 역내 주요 통화에 비해 달러 대비 하락 폭이 가장 컸으며,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필리핀 페소,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모두 기록적인 저점을 경신했다.

지난 2월 말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필리핀 페소는 5% 이상 하락했으며, 태국 바트와 인도 루피는 각각 3% 이상, 루피아는 2.5% 이상 떨어졌다.

반면, 중국 위안화는 달러 대비 0.8% 상승하며 역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일본은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여 전쟁 전보다 0.4%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 원화는 약 1.1% 하락했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경제권이 이번 에너지 위기로 인한 부담에 가장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은 최근 2023년 이후 처음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입찰을 실시했다. 로이터 통신은 파키스탄은 카타르에서 조달하지 못한 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100만 BTU(약 453.6g)당 18.88달러를 지불했는데, 이는 전쟁 전 시장 가격보다 화물 1회분당 약 3,000만 달러(약 442억 원)를 더 지불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운영사들에 수출보다 내수 시장을 우선시할 것을 지시했으며,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액화천연가스(LNG)의 선적을 중단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중동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연말까지 러시아로부터 억 5,000만 배럴의 원유를 구매할 계획이다.

태국의 경우 정유 공장들이 생산량을 늘린 데다 정부의 수출 금지 조치로 정제 제품의 국가 재고가 증가함에 따라 원유 구매를 일시 중단했다. 

석유의 95%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일본은 미국산 원유 구매를 확대했다. 일본은 전쟁 시작 후 급등한 현물 시장 가격에 더해, 걸프 지역보다 두 배나 오래 걸리는 미국발 운송 비용까지 감수하며 이를 조달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금요일 전쟁 발발 이후 두 번째로 비축유 3,600만 배럴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달보다 2.6% 올랐다. 이는 2024년 7월(2.6%)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석유류 물가는 21.9% 뛰며 전체 물가를 0.84%p 끌어올렸다. 석유류 상승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35.2%)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한국은 성장률(전분기 대비 1.7%)과 주식시장(11일 코스피 7822.24) 등에서 이란전의 영향을 적게 받고 있지만 소비자 물가는 당분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훼손에 고유가 장기화

감비아 국적의 유조선 빌리호가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다. ⓒAFP 연합뉴스


이란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친 가장 큰 악영향은 유가 상승이다. 미국과 이란과의 협정이 마무리되더라도 시장의 왜곡된 현상은 여전히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전략으로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 LNG 물동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이는 중동국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 국가들에게 치명적인 공급망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11일(현지시각)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4.21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2.9%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98.07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2.8%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전쟁 전이었던 2월 27일 72.48 달러보다 31.73달러(44%) 올랐고  WTI는 전쟁 전 67.02달러 31.05달러(46%) 폭등했다.

전쟁이 더 오래 간다면 여름이 시작됨과 동시에 원유 비축량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이란 간의 평화 협정이 이른 시일안에 타결된다고 해도 전쟁에 따른 혼란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석유 시장이 즉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도 원유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 종전 후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는 그사이 비축유 고갈, 심각한 연료 부족, 고유가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막을 방법이 거의 없음을 뜻한다. 

3월 14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석유 산업 단지에서 방공망에 의해 요격된 드론 파편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모펀드 칼라일(Carlyle)의 에너지 경로 부문 최고 전략 책임자이자 제프 커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이 석유 시장에 가한 타격이 중기적으로 체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해운사와 보험사들이 선박 운항 경로를 재조정하기 전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다시 안전해졌다는 신뢰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커리는 "전쟁의 영향이 최소 3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리는 현재 미국과 유럽의 공급 상황이 비축유를 끌어다 쓰고 있기 때문에 실제 '공급 중단'이라기보다는 '원유 적자'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비축유가 바닥나는 순간 실질적인 석유 부족 사태가 시작될 것이며, 특히 경유와 항공유가 가장 먼저 고갈될 원유 부산물이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설령 오늘 전쟁이 끝난다 하더라도 연료 부족 사태는 "이미 확정된 사실(Baked in)"이라고 말했다. 

커리의 추정치에 따르면, 아시아 일부 지역은 이미 석유 저장량이 고갈되고 있다. 유럽은 5월 중 저장탱크가 바닥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며 미국은 7월 4일 독립기념일 무렵에 비축량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나티시스 CIB 아메리카(Natixis CIB Americas)의 수석 분석가 크리스토퍼 호지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유 부족이 단기적으로 항공 관련 모든 부문에 강력한 물가상승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영향이 단순히 여행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항공권, 휘발유, 배송 물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 가계는 다른 곳에 쓸 가용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외식, 여가, 소매 상품, 비필수 서비스 등 재량적 소비 분야의 수요 감소와 가격 결정력 약화로 이어질수 있다.

항공정보석업체 케이플러(Kpler)의 디렉터 매트 스미스는 연료 비축량이 줄어듦에 따라 여름 휴가철 내내 항공편 취소 사태가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유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다. 지역적으로는 아시아가 시작이겠지만, 이는 곧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가는 당분간 전쟁 이전 수준보다 훨씬 높은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

아시아 등지에서 공황구매(Panic buying)를 촉발하면서 석유 시장에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웨일런 글로벌 어드바이저스(Whalen Global Advisors)의 크리스 웨일런 회장은 "내일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 하 더라도, 고유가로 인한 물가 압박은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전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cpi의 다른 소식

cpi
cpi
1시간 전
코스피, 장중 첫 7900선 돌파…반도체 기대감에 상승 출발
cpi
cpi
1시간 전
코스피 장중 7999 진입…현대차·삼성전기 8% 상승 뒷받침 [코주부]
cpi
cpi
1시간 전
코스피, 장중 사상 첫 7,999 찍었다…'8천피' 턱밑(종합)
cpi
cpi
3시간 전
美 증시, 난데없는 ‘5.3 monster’ 공포 고개! 4월 CPI, 나초(NACHO)발 인플레 확인되나? [한상춘의 지금세계는]
cpi
cpi
15시간 전
CHINA ECONOMY MARKET CPI INFLATION
cpi
cpi
2026.03.11
비축유 방출, 심리 개선 효과일 뿐…역대 최대 원유 공급난 해결 못해[오미주]
cpi
cpi
2026.03.11
[뉴욕증시 전략] 유가 롤러코스터...뉴욕증시 3대 지수 '혼조'
cpi
cpi
2026.03.11
[투자 노하우] 뉴욕증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불안…혼조로 마감
cpi
cpi
2026.03.11
삼성전자, 장 막판 상승폭 1%대 축소…'19만전자' 턱걸이[핫종목](종합)
cpi
cpi
2026.03.11
코스피, 이틀 연속 상승에 5600선 안착…삼전·SK하닉 1%대↑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