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전
"꽃집 26년 했는데 최악이었다"…5월 '카네이션 특수' 실종
2026.05.12 06:39
▲ 카네이션
"스승의 날에는 아예 카네이션 준비를 하지 않을 겁니다. 스승의 날 노래에도 '스승을 우러러본다'는 말이 나오는데 요즘은 옛날처럼 그렇지가 않으니 스승의 날은 어버이날보다 더더욱 장사가 안 됩니다."
구로구의 한 꽃집 사장 이 모 씨는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이 더 이상 카네이션 대목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불황 속 꽃값과 포장 자잿값이 오르면서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는 아예 '카네이션 특수'라는 말이 실종된 모습입니다.
예전처럼 스승의 날을 기리는 분위기도 아닌 데다, 2016년부터 시행 중인 '청탁금지법'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카네이션 선물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스승의 날 휴교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카네이션은 감사와 존중의 의미로, 오랜 기간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에 빛을 발해왔습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이러한 카네이션의 의미는 1907년 미국에서 아나 자비스라는 여성이 모친의 2주기 추모식에서 흰 카네이션을 교인들에게 나누어 준 것에서 비롯했습니다.
중국·일본 등지에서도 어머니 날이나 아버지 날에 부모에게 카네이션을 주는 풍습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경우 빨간 카네이션, 돌아가셨을 경우 흰 카네이션을 드리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카네이션' 하면 으레 '빨간색'을 떠올립니다.
1980~90년대는 물론이고 2000년대까지만 해도 스승의 날 아침이면 동네 꽃집 카네이션이 동이 나고는 했습니다.
많은 학생이 선생님께 드릴 카네이션을 들고 등교했기 때문입니다.
그 며칠 앞선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이 상종가를 달린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옛이야기입니다.
어버이날인 8일 저녁 서울 여러 꽃집에서는 여전히 안 팔린 카네이션이 많이 보였습니다.
당일 구로구 꽃집 사장 이 씨는 꽃을 손질하느라 분주했지만 카네이션은 아니었습니다.
모두 납골당에 배달될 꽃이라고 했습니다.
이 씨는 "카네이션 꽃다발 하나에 1만 5천 원에 팔고 있는데, 꽃 가격이 비싸면 손님들이 다들 안 사가기 때문에 구성을 간단하게 해서 싸게 내놓다 보니까 돈이 많이 되지도 않는다"며 "그래서 이번에 카네이션을 많이 들여오지 않았고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습니다.
인근 다른 꽃집 사장 정 모 씨도 "어버이날 전날인 어제는 카네이션이 좀 나갔어야 했는데 아주 그냥 빵(0)이다"라며 "어버이날에 장사가 되지 않은 지 오래지만 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옆에 있던 그의 부인도 "우리가 꽃집 26년 했는데 어제가 최악이었다"며 "전쟁 때문에 그런 건지 물가도 많이 올라서 꽃을 포장할 때 필요한 자잿값이 만만치 않게 올랐다"고 토로했습니다.
목 좋은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지하철 5호선 한 역사 내 꽃집 주인은 "어버이날인데도 작년 동 시간과 비교했을 때 카네이션이 많이 안 나가고 있고 매출도 작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며 "사더라도 주로 한두 송이를 사는 데 그친다"고 말했습니다.
양천구 한 초등학교 근처 꽃집 사장은 "카네이션을 찾는 분이 좀 있지만 구경만 하고 막상 많이 사지는 않는다"며 "학교 주변에서 장사하다 보니 학생들이 많이 왔고 저렴한 구성의 카네이션들이 주로 나갔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꽃집 주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스승의 날에는 어버이날보다 카네이션을 덜 준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양천구의 한 꽃 무인매장 사장은 "스승의 날에는 아무래도 어버이날 때처럼 꽃이 팔리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지역 한 중학교 근처 꽃집 주인도 "스승의 날은 지금처럼 카네이션을 다양하게 준비해두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사들도 카네이션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경기도 초등학교 2학년 교사 이 모 씨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카네이션 정도는 그래도 괜찮지만, 설령 조화여도 카네이션을 사서 오는 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6일과 8일 양재화훼공판장의 카네이션 경매 가격 평균은 1년 전 대비 혼합(특2) 대륜의 경우 8천885원에서 1만1천597원, 혼합 스프레이의 경우 7만 540원에서 9천256원으로 올랐습니다.
각각 약 30.5%, 22.7% 오른 것입니다.
여기에 꽃다발이나 꽃화분 하나를 포장하기 위해서는 고무캡·유산지·방수포장지·플라스틱 쇼핑백·리본 등이 필요합니다.
구로구 한 꽃집 사장은 "카네이션이 작년이랑 비슷하게 팔리고 있는 정도지만 작년보다 꽃값과 포장 자잿값이 훨씬 많이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손님들은 카네이션 가격이 비싸다는 반응입니다.
양천구 한 꽃집에서 카네이션 꽃다발을 구경하다 돌아선 구 모(46) 씨는 "어머니가 잠시 저희 집에 와 계셔서 사서 드릴까 했는데 제 기준에서는 많이 비싸다"며 "화려하고 예쁘긴 한데 꽃다발 하나를 4만~5만 원 정도 주고 사기에는 좀 아깝다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구로구 꽃집 사장 이 씨는 "저렴한 중국산 꽃이 많이 들어와서 우리나라 화훼 농가들은 울상인데, 손님들은 꽃이 너무 비싸면 안 사버리니 참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생화를 포기하고 조화나 비누로 만든 카네이션을 찾기도 합니다.
다이소의 조화 코너에서 이 모(39) 씨는 "꽃집에서 파는 카네이션이 비싸서 여기로 왔는데 이렇게 싸게 팔고 있을 줄은 몰랐다"며 "조화이긴 하지만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카네이션을 선물하지 않는 추세가 나타나는 이유는 워낙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가성비 소비에 집중하는데 꽃은 가성비 아이템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이 교수는 "다른 선물을 준비하고 꽃을 부가적으로 준비하는 건 의미가 있지만,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꽃만 받거나 주는 것은 아무래도 흡족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이에 추가로 선택하는 아이템이었던 카네이션 소비를 줄이고 효용성이 좋은 현금 등을 준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스승의 날 같은 경우는 법적으로 학생이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카네이션 선물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뒀기 때문에 그런 정책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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